#80

지쳤어

전부

그냥 지쳤을 뿐이야

어제 죽었어야 하는데

왜 죽지 않았던 걸까

멍청하게

상담

지긋지긋한 상담

내가

내 약점을 내보이는 게

그렇게 좋은가?

동정하지 마

제발 동정하지 마

안타까워하거나

무언가 조치를 취하려고 하지도 마

쓸데없는 간섭이야

오히려 날 더 지치게 만들 뿐이야

상담의 연장을 거절하지 못한 건 역시

거절하는 건 힘드니까

상처주는 건 무서우니까

얘기를 들어주는 건 좋으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온 몸으로 반응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대놓고 표정이 무너지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이래서 내가 여기를 좋아해

여러분의 표정이 보이질 않거든

그냥 하고 싶은 얘기 아무렇게나 털어놓고

떠나면 끝인 거야

얼마나 좋아

얼마나 편해

여러분은 날 알지 못하고

난 여러분을 알지 못하니

내가 여러분을 두려워하게 될 일은 없잖아



내가 현실에서 아는 사람에게 이 곳을 알려주지 않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랄까

진짜



그만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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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9-04 15:37 | 조회 : 1,039 목록
작가의 말
SSIqk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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