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또 다시 시작되었다.>





몇 번째 인지 모르겠다.
찌르고 또 찌르고
처음 눈을 감은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벌써.. 몇 번째 인지..

눈앞이 흐려진다.
'한.. 백까지 세다가 포기했지.'
'이번이 마지막이길'
점 힘이 빠지는 몸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

눈을 떴다.
푸른 하늘 아래 강이 보였다.
".... 또"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이 보이지 않는다.
몸을 더듬어 보았다.
상처의 ㅅ 자도 보이지 않는 몸.
"아..."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지르지 않았다.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소리이기에..
몸을 일으켜 강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다 다리에 힘이 몇 번이고 풀렸지만 일어나고 또 일어났다.
이 끔찍한 나를 확인하기 위해서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에 도착해 나를 비추어 보았다.
끔찍하고도 끔찍한 모습이 아닌 연약하고 생기 있어 보이는 눈동자를 가진 소녀, 아니 가졌었던 이 몸.
손을 뻗어 강에 비춘 소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잡티 하나 없는 하얀 얼굴에 백은발이 사랑스럽게 움직였고, 생기 있었던 푸른 눈동자를 가진 얼굴.
"너는.. 누구니?
누군데. 나를 잡았니"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내 손으로 스스로 끊은 목숨이었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이의 몸에서 눈을 떴다. 나이도 성별도 신분도 제각각, 심지어 세계관까지.
서서히 몸에서 힘을 빼 강으로 몸을 기울였다.

퐁당

시원한 물의 감촉이 느끼며 눈을 감았다.

*

주변에서 시끄럽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살아 난건가'
힘없이 축 늘어진 몸이 느껴졌다.
더 자고 싶다고 아직 힘이 없다고 말하는 몸을 무시하며 눈을 떴다.
"콜록! 콜록"
기침과 함께 물이 토해졌다.
"일!, 일어났느냐!?"
"어서! 의원을 불러와라!"
어수선한 광경을 보며 괴한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처음 말을 한 중년인은 소녀의 손을 잡고 신에게 감사를 전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똑똑

그저 말없이 그 모습을 보고있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의원이 도착했습니다."
"들어와라"
문이 열리고 의원이 허리를 숙이곤 소녀에게 다가왔다.
의원은 소녀를 여기저기 살피더니 다행히 이상은 없다고 했다.
그러자 두번째로 말한 청년이 말을 걸어왔다.
"정말 괜찮아요? 어디 더 아픈데 없나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물러났다. 말을 건 두 사람 중 남은 청년만 빼면 말이다.
분위기를 잡는 것인지. 원래 이 분위기가 정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 소녀를 걱정하는 것이겠지. 입을 열려던 찰나 청년이 말했다.
".. 영애"
한없이 지친 목소리였다.
시선을 살짝 올려 곁에 앉은 청년을 바라봤다.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흑발에 소녀와는 다른 푸른 눈동자를 가진 청년.
그는 미청년이었다.
''.. 잘생겼네''
청년은 말을 이었다.
"제가 잠깐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가지만 않았어도.. 오늘 같은 일은.. 없을텐데"
사람들이 있을 때 와는 다르게 좌책하는 청년은 고개를 숙여 눈물을 참는 거 같았다.
그대로 놔두면 정말 울 거 같아 보여 나는 청년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하필 이 몸에서 눈을떠서'
"미안해요."
'자책감 가지게 해서'
"그러니 울지 마세요."
'당신이 흘릴 눈물의 대상은 내가 아니에요.'
파동치던 청년의 눈동자는 서서히 잠잠해졌다.
"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영.. 애"
".. 내일뵙요."
청년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의 방에서 나갔다.
나 또한 서서히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이제부터 잠들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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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07 21:29 | 조회 : 1,095 목록
작가의 말
꽃하늘

거쯤 3년만에 창작 소설이네요. 매번 포기하다.. 다시 써 봅니다. 참고로 여주는 연한 벽안 남주는 남색 계열 벽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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