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소녀의 이름>

달그락

달그락

조용한 공간 속에서 작게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듣기 좋게 낮다.
오늘 아침 시중드는 시녀 '넨'으로 부터 알게 된 3가지.

하나
이 소녀의 이름은 '세르 페디엠'이며, 페디엠 백작가의 1남 1녀 중 첫째 딸이라는 것.


소녀가 깨어나자 신에게 감사 기도를 올리던 중년의 남자는 페디엠 백작가의 주인이며, 소녀의 아버지라는 것과 맞은편에 앉은 소년이 남동생이라는 것.
그리고 계속 힐끔힐끔 쳐다 본다는 것.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뭐... 나한테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만'


나중을 기약하며 물러간 청년은... 내 약혼자이며, 에르미 후작가의 외동아들인 '루엔 에르미'라는 것.
'.... 약혼자 라'

멍한 기분으로 음식만 입으로 나르고 있자, 소녀의 아버지가 말을 걸어왔다.
"몸은 좀 괜찮으냐..?"
"네. 아버지"
즉답이었다.
어제는 앞뒤 다 버리고 행동했지만, 몸은 건강했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사람은 조금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 그렇구나."
나는 식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버지. 먼저 물러가도 되겠습니까?"
"... 그러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살짝 숙이며 물러났다.
등 뒤로 문이 닫히고 큰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세르가 이상해요.!!!!"라는 소리가

*

나는 저택에서 나와 강을 찾았다.
여전히 시원한 소리가 귀를 맑게 해줬다.
나는 손을 뻗어 강의 시원함을 느꼈다.
소녀의 뒤로는 시녀들은 초초해 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불안한가 보네..'
강을 포함한 아름다운 영지와 모두가 소녀를 사랑해 주는 이곳.
'사랑받는 소녀야.
내가 너의 자리를 빼앗아 너의 소중한 자들을 상처 입혔구나.'
눈을 감았다.
'이대로..'
강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한없이 밝은 빛을 피해 눈을 감고 있자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사라지는 강의 감촉.
눈을 살며시 떴다.
은빛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다른 이의 손.
"영애... 손이 많이 찹니다"
청년.. 아니 '루엔 에르미' 그가 곁에 있었다.
루엔은 소녀의 손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소녀의 약혼자.
착잡한 마음을 누르며 입을 열었다.
"... 에르미 공자"
"루엔이라고 불러주세요. 영애"
가만히 손을 잡고 있던 그가 그렇게 말했다.
루엔은 소녀의 양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가볍게 일으켜지는 몸.
"루.. 엔 씨"
"네. 영애"
환하게 웃는 루엔과 얼굴을 붉히는 시녀들.
"저와... 잠시 얘기하지 않으실래요?"

*

"물론이죠. 영애"라고 말한 루엔과 나는 시녀들을 물리고 강을 따라 걸었다.
잔잔히 들리는 새소리와 흐르는 강은 신비로운까지 느껴졌다.
그저 말없이 걷는데도 루엔은 소녀의 뒤를 지켰다.
"실례되는 질문을 하나 해도 될까요?"
"듣겠습니다."
"루엔 씨는... 저를 (소녀를) 좋아하시죠?"
살랑이며 부는 바람에 은발과 흑발이 움직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루엔은 즉답이었다.
"네, 좋아합니다. 처음 본 그날부터"
"... 왜"
"영애가 절 처음 본 날은 약혼이 정해지고 제가 찾아갔던 날이었겠죠."
소녀는.. 아니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기억이.. 없으니까.
루엔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전 아니었습니다.
2년 전. 영애가 아직 성년식을 치르기 전, 저는 우연히 영애를 봤습니다.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당신은 그렇게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수수하지도 않았지만...
저는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영애를, 세르 페디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뭘 까.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담백하게 말하는 그였다.
이 소녀의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만든 걸까...
볼을 타고 투명한 보석이 흘러내렸다.
"영.. 영애"
루엔이 당황한다.
나는 다가오는 루엔을 말렸다.
손이 떨렸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 몸에서 깨어나서'
"미안해요. 루엔.."
'소녀를 빼앗아 가서'
"제가.. 제가.."
"영애.."
"빼앗아 버려서, 미안해요."
차마 그를 볼 수 없었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다가오는 발소리..
'날 혐오할까? 더 이상 이 소녀를 사랑하지 않을까?'
무섭다.
그가 이 소녀를 싫어하게 될까봐.
고개 숙인 시야로 루엔의 신발이 보였다.
그리고 느껴지는 체온..
나는 루엔의 품에 안겨 있었다.
말을 할 수 없었다.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루엔은.. 울 거 같은 표정이었다.
"왜.. 미안하다고 하시나요."
"...."
루엔이 흐르는 보석을 닦아 주었다.
"저는.. 당신을 슬프게 하기 위해 약혼한 게 아닙니다."
"....."
"부디 웃어 주세요. 나의 세르"
루엔은 웃었다.
하지만 슬퍼 보였다.
'아... 나 때문에'
차마 따라 웃을 수 없었다.
'미안해요. 루엔'
그를 껴안았다.
'미안해. 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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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09 18:57 | 조회 : 913 목록
작가의 말
꽃하늘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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