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붕

삶이란 무엇일까. 그에 관해서 사람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고, 연구를 했다. 그런 제목의 책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편의점 앞에서 마시는 한 캔의 맥주. 떠들썩한 사람들. 그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나. 삶은 사실 별 것도 아닐 것이다. 아마도.

-writer S-

책의 내용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나에게 어떤 감동도 의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의미없는 활자를 눈으로 훑으며,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근데 서 율은 좀 별로이지 않아?”

뒤에서 들려오는 내 이름에 책의 내용에는 더욱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탁, 소리나게 책을 덮는 대신 책 속으로 얼굴을 묻었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대들의 행복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는가.

-writer S-

하나는 분명했다. 지금의 나는 그닥 행복하지 않다. 정말 그들의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려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들의 쉬지않고 움직여대는 입을 보면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서 율 잘생겼잖아~난 좋은데.”

“그건 그렇지.”

그들 이야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아래 위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근데 서 율은 너무 그 오빠 꼬붕같지 굴지 않아? 걔랑 사귀면 나도 그 오빠한테 꼼짝 못할 것 같아서 별로. 그럴 바에 차라리 그 오빠랑 사귀고 말지!”

“아하하, 그건 그래!”

형도 나도 너희랑 사귈 일은 없다. 우스운 소리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 책을 덮었다. 이 책도 저 아이들 대화도 이제는 별 볼일 없다. 나는 책상 위에 엎드렸다.

“자?”

이제 막 잠이 솔솔 오기 전 누군가 툭, 하고 나를 건드렸다. 그 손길에, 아니. 그 목소리에 나는 단번에 책상 위에서 고개를 들었다.

“안 자요…….”

“졸려?”

여자 아이들이 뒤에서 흘끔, 흘끔 형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다. 아까 전 아이들이 말하던 ‘그 오빠’ 그것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은우형이다. 형이 살짝 내 머리를 옆으로 넘긴다. 나는 형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형이 고갯짓을 까딱, 한다.

“그럼 나와.”

“어디가게요?”

형의 말에 나는 이미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면서 묻는다.

“피러.”

“…….”

난 담배는 피우지도 않는데. 그러나 나는 별 불만 없이 형의 뒤를 따른다. 이런 것이 내가 꼬붕같아 보이는 요소 중 하나겠지. 교실 문을 나서며 나는 흘긋, 뒤를 돌아본다. 아직까지 우리를 보고 있던 것인지 여자 아이 하나와 눈이 마주친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여자 아이는 재빠르게 시선을 돌리고는 친구들과 야단을 떤다.

정말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

“어제 김성혁이랑 술 마셨다며.”

“그냥 옆에만 있었던거에요.”

“왜?”

형이 입에서 담배연기를 뱉으며 물었다. 왜냐니…….

“애들이랑 노는데 그 형이 와서.”

정말이다. 그냥 노래방에서 아주 건전하게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그 형이 마음대로 찾아와 술을 시키고 논 것 뿐이었다. 노래방 시간이 끝나자마자 나는 친구들을 버리고 겜방으로 도망가 버리기는 했지만.

형이 입에 담배를 물고 빤히 나를 바라본다. 저런 눈빛일 때는 왠만하면 형을 건들지 않는 것이 좋았다. 나는 슬쩍 고개를 밑으로 내리고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꺼냈다.

“다음부턴 마시지 마.”

“저는 안 마셨습니다.”

“같이 마시지 말라고.”

“……네.”

나는 할 것도 없으면서 핸드폰을 들려다보며 답했다.

“뭐 봐?”

“아무것도…….”

“누구랑 연락 해?”

형이 내 옆으로 옮겨와 슬쩍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그것이 불편했지만 나는 피하지 않고 형에게 슬쩍 핸드폰 화면을 보여 준다. 그냥 평범한 게임 화면이다. 단순하게 터치를 해서 공을 움직여 최고 기록을 세우는 게임. 형이 내 핸드폰 화면을 빤히 바라본다. 다시, 형의 입에서 후, 하고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형, 담배 냄새.”

“절로 가있어.”

형이 입에 담배를 문 채로 고개를 까딱하며 말한다. 지가 내 쪽으로 온 거면서. 그러나 나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저 쪽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내가 자리를 옮겨 앉기도 전에 형이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형이 발로 비빈 꽁초를 손에 주워 든다.

“…….”

내가 꽁초를 주워서 주먹 안에 가두는 것을 형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

“가자.”

내가 꽁초를 다 줍자 형이 내게 말한다.

“네.”

나는 익숙하게 그런 형의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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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9-11 13:26 | 조회 : 1,80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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