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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익


달궈진 후라이펜에 무언가 달궈지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코로 맡아져 오는 육즙 가득한 고기의 냄세에 군침이 났다.

"이현씨, 조금만 기다려요"

상냥한 말투로 말하는 상혁의 목소리가 들려져 왔다. 나는 얼른 저 고기 덩어리를 입안에 넣고 잔뜩 씹어먹고 싶다는 생각에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아..아니 이게 아니지

"야,,,이상혁"

"네? 너무 보채지 말아주세요 현씨 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아니 그게 아니잖아..! 이거, 당장 풀어"


두 손에 차여진 수갑을 상혁이 있는 쪽으로 번쩍 들었다. 상혁은 두어번 가볍게 코웃음치더니 내 머리를 세게 비볐다. 꽤나 오랜시간동안 차바닥에 기절해 있었던건지 눌린 머리가 가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손에 걸린 수갑의 체인을 째려보았다.

일어났을때는 어딘가의 별장 거실에 누워져 있었다. 고급스러운 가구들과, 반짝거리는 장식들이 벽면을 가득 채운 이 곳은 다른 집과는 달리 사방이 창문 하나 없이 벽으로만 이어져 있고, 천장에 큰 구멍(창문)이 뚫려져 있었다.

눈을 뜨자, 푹신한 쇼파에 몸이 파묻혀 있었다. 옷도 속옷 하나 없이 환자들이 입는 옷을 입혀두었고, 손이 수갑으로 묶여져 있었다. 두 팔을 결박한 그 것은 그냥 수갑이 아닌, 죄인들이 감옥에서나 맬법한 것이였다. 두꺼운 손목부분, 개 목줄 사이를 이어놓듯, 한뼘정도의 거리로 이어진 수갑 사이의 사슬.풀수있는 열쇠 구멍하나 보이지 않았다.

-탁-

"이현씨, 드세요 이거 좋아하시니까 특별히 준비해봤어요"

그렇죠? 하며 선명하게 올라간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리는 상혁의 모습은 나에겐 악마처럼 보였다.

"이상혁, 너 .. 내가 4년동안 다 이해..아니 강제였지만 아무튼 납치까지는 아니지 않냐?"

"네? 납치라니요? 제가 누구를"

"나!! 나말이야..! 여기는 뜬금없이 왜 데려온거냐고"

내 앞에 먹음직 스럽게 구워진 스테이크 접시를 내려놓고, 식탁 반대편에 마주앉은 상혁. 그는 두 팔로 턱을 괴고, 여전히 인상 좋은 미소를 품으며 날 바라보았다. 금방 구운 고기의 냄새가 며칠동안 물과 작은 바나나 몇개, 상혁이 억지로 먹인 정액들을 제외하고는 먹지 못했던 내 몸은 솔직하게 그 음식을 원해하고 있었다.

"빨리 드세요 이현씨 식으면 맛 없어요"


"야 너..내가 이런거에 쉽게 넘어갈꺼라 생각하지마. 진짜 이번만큼은..읍..!"

내가 말하는 것을 듣는지 안듣는지, 시큰둥하게 내 접시의 고기를 잘게 자르던 그는 한 덩이를 내 입에 넣어주었다. 가득 쌓여있던 군침으로 끈적거리던 내 혀에 육즙이 가득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스테이크가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잔뜩 찌뿌려져 있던 미간이 풀어졌다.

"야!! 먹이지말라고 했잖아"

"...한 입밖에 안드셨는데 벌써 식사시간이 끝나신건가요? 그럼 치우죠"

"야..! 다 먹었다는 말은 안했어..임마.."

나는 묶여있는 두 손을 넓게 뻗어 접시를 가져가려는 상혁의 손으로 부터 접시를 잡아당겼다. 상혁은 먹을 것에 유난히 약한 내가 이럴줄 알았다는 듯이 내 머리를 다시 쓰다듬었다. 살짝 힘이 들어간 그 손길이 거슬리고, 뻔뻔한 상혁에 화가 나면서도, 먹는 것을 멈추지 않는 나의 손이 원망스러워 살짝 눈물이 고였다.


식사가 끝나고, 가만히 앉아 오랜만에 포식한 배를 두드리고 있으니, 상혁은 접시를 치웠다. 접시를 닦는 잔근육이 가득한 넓은 등을 바라보다, 먹는 동안 까먹고 있었던 불평과 불만들을 다시 말하려 상혁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

고개를 들자 보이는 것은 상혁의 얼굴. 그의 숨소리마저 닿일법한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그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놀란 나머지 고개를 골리려 하자 상혁의 손이 세게 내 얼굴을 잡아왔다.


"역시 이현, 너 눈 되게 위험해"


으르렁 거리듯 작게 내뱉는 상혁의 말. 나긋나긋한 평소와는 달리 흥분했을때만 나오는 반말. 지난 4년 동안 이런 그가 나오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다는 것을 자각 한 나는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불평들을 집어넣고 질끈 눈을 감았다.

내 고개를 세게 쥔 그의 손을 때려고, 수갑 달린 손으로 있는 힘껏 잡아당겼지만, 내 힘이 가소로운지 그는 끄떡도 하지않았다. 갑자기 뜬금없이 흥분한 상혁이 이해가 가지 않은 나는 공포에 질린 머릿속을 돌리며 생각하고 있었다.

" 이현, 나랑 만난지 얼마나 되었지?"

"너..20살 나 24살..대략 4년 정도 되었지..?"


"정략결혼을 하는 우리들과는 다르게,, 그쪽 하류층들은 사랑이란 감정으로 서로의 정을 확인하고 결혼하는 것에 확정을 둔다고 하던데"


"응? 그..그렇지"


"그럼 우리도 이제 슬슬 다음으로 넘어갈때 아닐까?"


상혁은 자신의 입술을 진득하게 햝으며 한쪽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천천히 날 압박하듯 죄어오는 그 손길에 두피하나하나에 소름이 돋았다. 얘가 대체 왜이러는 거지


"야.. 한상혁.. 너 미쳤어? 우린 남자야"

"알아"


" 너 진짜 이상해.. 갑작스럽게 왜이러는거야?"



상혁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검은 일자로 된 천을 꺼내었다. 팔 크기정도로 긴 검은 천 양 끝에는 방울이 달려져 있었다.


"갑작스러운건 나랑 같이 살면서 차차 적응하면 되는거고 그리고 이래야..."


상혁은 말을 줄이더니 내 얼굴을 잡은 손으로 검은 천을 잡고 내 눈에 감았다. 마치 붕대처럼 두어번 둘러 시야가 까맣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자, 세게 내 머리 뒤 방울이 달린 끝쪽으로 매듭을 묶었다.

" ...너가 안전해"


"야!!! 미쳤냐 한상혁 너 진짜..."


나는 상혁의 손을 떼내려 하던 결박 된 두 손으로 그가 내 눈에 두른 안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검은 천을 벗으려 했다. 상혁은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두 손으로 번쩍 안아 들더니, 어딘가의 푹신한 곳 위에 거칠게 던지듯 내려놓았다.

얼굴에 뒤집어 쓰고 있던 천은 상혁이 세게 묶은듯,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게다가 손이 묶여져 있고, 유연하지 않은 나는 머리 뒷쪽의 매듭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였다.


'얘,,뭐하자는 거지'


여태껏 그래왔듯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 상혁의 행동. 나는 그저 묶인 두손으로 시야를 가리는 천을 벗으려 하였다. 그 사이 상혁은 내 골반쪽에 앉아 꿈툴대는 나를 억눌렀다. 천을 풀려던 손을 세게 잡고 수갑 사이를 연결하던 얇은 사슬을 침대 기둥에 걸었다. 순식간에 손과 몸이 제압당한 나는 어떤 변태같은 일이 일어날지 곱씹으며 이를 떨 수 밖에 없었다.


"야...한상혁..내가 잘못했어..ㅁ..뭔지는 모르겠지만"


"이현, 너 잘못한거 하나도 없어"


상혁은 내 귓가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는 낮게 속삭였다.


"그리고 이제 같이 살꺼면 두르고 있는게 좋을꺼야"

"이..이거? 야..상혁아..눈은 좀 아니야"


눈을 가리면 유난히 민감해지는 온 몸과, 들어가는 긴장감에 목이 탈만큼 말라오는 나는 그에게 애원하듯 천 벗기기를 요구했다. 답답하도록 세게 묶여진 눈의 천이 강하게 관자를 눌러와서 아려왔다. 내가 고개를 돌릴때마다 방울 소리가 작게 울렸다.


"..."


"이..이거 천만이라도 답답해..응? 나 답답한거 싫어"


나의 말에도 상혁이 아무말도 하지않자 불안해진 나는 그에게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윗쪽 기둥에 고정된 두 팔의 꺾인 뼈가 아파왔다. 세게 움직일수록 손목의 피부가 까여지고 있었다. 머리 끝까지 차오른 갑갑함에 나는 발가락만 계속 움직여 대었다.


상혁은 재빨리 가벼운 환자복을 벗겼다. 움직이면 피 날듯 조여오는 수갑에 세게 움직일 수 없는 나에게 벗기기 쉽게 만들어진 환자복은 수월하게 벗겨졌다. 미쳐 팔부분을 완벽히 벗길수 없자, 상혁은 그 옷을 내 얼굴 위 기둥에 결박된 손쪽으로 걸었다. 순식간에 알몸이 되자, 서늘한 느낌에 온 몸을 떨었다.

"ㅇ....으..읍.."

그는 나의 개슴쪽에 난 나아가는 흉터들을 이빨로 쥐어뜯고 있었다. 다 아물고, 새로운 살이 돋아오는 자리를 다시 깨물어 내는 상혁의 행동에 타오르듯 아픈 느낌이 들었다. 계속 그는 집요하게, 다 나가 가는 상처들을 물고 다시 상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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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09 01:15 | 조회 : 1,496 목록
작가의 말
방학식

안녕하세요 ㅎㅎ 시험은 다들 잘 치셨는지~ 종각 하시고 방학 하시는뎅 저도 시허기간이라 늦은점 죄송해요 다음편은 씬을 쓰고 싶은데 성인을 걸어야겠죠,,,?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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