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 One - Whenever Meet (만날 때 마다)

storytelling by 제든



'탕'

총성이 울렸다. 나는 달리고 있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산길에는 잿빛 안개가 자욱했다.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침엽수 사이로 난 외줄기 오솔길을 달리던 난 얼어붙은 듯 멈춰섰다.

은은한 빛을 발하던 달은 자취를 감추었고 몸을 훑고 지나가는 싸늘한 바람과 함께 그림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안개에 가려져 정확한 이목구비는 알 수 없었으나 나를 향해 겨누어진 권총 만큼은 또렷이 보였다.

권총을 든 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탕' 뒷걸음질을 치던 나는 다리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신음 소리를 내며 비틀거렸다.

그는 이제 탄환을 확인하더니 새하얀 이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그는 이번에는 내 심장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총상을 입은 다리를 감싸듯 말아 쥔 나는 누군가 다가오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실제로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려오는 소녀의 모습 또한 또렷이 보였다.

찰랑거리는 백발을 느러뜨린 채 자세를 살짝 낮추어 달려오는 소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경이로웠다.

분명 처음 보는 소녀였지만 나는 소녀를 향해 다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벌렸다.

무언가 말을 햐려고 했지만 말은 입속에서 맴돌기만 할 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소녀는 미끌어지듯 내곁으로 다가왔다. 내 심장을 향해 총구가 겨눠진 상태에서도 난 유연하기만 한 소녀의 동작에 감탄하고 있었다.

나는 소녀의 허리를 휘어잡고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소녀를 한팔로 끌어안은 채 갑자기 희미하게 보이는 소녀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망쳐 , 어서!"

내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 이상하게 들렸다.

소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더니 자신의 허리를 감싸쥔 내 손을 맞잡았다.
희미하게만 보였던 소녀의 모습이 또렸이 보였다.

흠잡을 데 없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가녀린 체구 풍성하게 곱슬져 내려오는 백발 한층 입체감을 더해주는 푸른 눈동자 까지..

미동조차 하지않으면 유명 조각가가 만들어낸 예술품 같았다.

소녀는 권총을 여전히 겨누고 있는 이를 노려보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뒤꿈치를 살짝들고 나한테 키스했다.

난 얼어붙은 듯 서있다가 소녀의 허리를 더욱 끌어안고 소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넣어 소녀의 머리를 받쳤다.

몇분이 몇초처럼 생각될 쯤 소녀는 갑자기 입술을 때고는 총상을 입은 내 다리를 보았다.

"너.. 이게 뭐야..."

침울해 하는 표정이 어쩐지 귀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여긴 위험했다.
보내고 싶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보내야만 했다.

나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심장을 겨누고 있는 그를 곁눈질 하다가 다시 소녀쪽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가! 빨리 가 여긴 너무 위험해 죽을 수도 있어"

소녀는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알아"

'탕'

또 한번의 총성이 울렸다.

소녀를 감싸안은 나는 재빨리 몸을 틀었다.

옆꾸리 쪽에서 따스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소녀의 표정은 얼어붙은 듯 멈춰져 있었다.

이번에는 연속해서 총성이 울렸다.

소녀를 끌어당기려던 나는 소녀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웃음소리와 함께 총을 거둬들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소녀는 내게 안기듯 쓰러졌고 나는 소녀의 등에 생겨난 상처와 흘러내리는 피를 볼 수 있었다.

0
이번 화 신고 2015-12-13 18:40 | 조회 : 1,715 목록
작가의 말
나라콜라

감사합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