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레퍼토리

난 회사 1층 로비에서 마주한 두 명을 마주보며 앉으라는 말도 안한 채 물었다.

“여긴 왜 오셨습니까?”

“인사도 안하고, 예의를 아주 밥 말아먹었구나?”

“내가 당신들한테 예의를 표하는 건 제가 이렇게 존댓말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하, 그래, 뭐 그렇다고 치자. 근데 너-”

“뻔한 개소리 짓껄이지 말고, 돈 필요해서 왔으면 돈이나 쳐 먹고 꺼지십쇼. 제가 이제 회사의 회장이 됬다고 돈 먹으러 온 건 누가 봐도 뻔한 레퍼토리니까요.”

내 말에 찔렸는지 얼굴이 붉어지며 발끈한 외숙모를 옆에 둔 외삼촌이 내 눈을 맞추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니가 그러니까 누님이 죽은거지. 누님이 죽었는데도 미안한 기색 없이 뻔뻔한 놈.”

난 그 말에 동요하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뒤이어 외삼촌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내 욕을 포함한 어머니에 대한 욕에 난 참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

“닥쳐!!!”

내 소리침이 회사 1층 로비에 맴돌았고, 난 금방이라도 죽일 것 같은 눈을 하면서도 슬픔에 잠긴 눈으로 외삼촌을 노려봤다.

“한번 만 더 어머니를 욕하면 그 입 찢어버릴 테니까, 입 조심해.”

-저벅..저벅

“그리고, 뭐? 내가 어머니한테 미안한 기색 없이 뻔뻔하다고?...하, 지X 마. 어머니랑 형이랑 다 죽고 내가 어땠는지 당신이 뭘 안다고 지껄여...죽고 싶어서 미친 나를!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놓고선 죽어버린 새X 때문에 내가 어땠는지 당신이 뭘 안다고!!! 도대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건데!!!!”

난 외삼촌에게 소리쳐 갈라지는 목소리에도 살기를 더더욱 내뿜었다.

-저벅....저벅...

“..그리고, 당신들이야말로 뭐했는데.. 어머니가 그 새X 손에 죽었다는 걸 알았을 때도 당신들은 그 새X한테 받은 돈 때문에 모른 척 했잖아!!!! 도와달라고 내가 찾아갔어도 당신들은 무시했잖아... 근데 왜 이제와서!...왜 이제 와서 지X하는 데!!!”

난 결국 울음이 터지려하는 눈에도 외삼촌의 눈을 노려보며 살기를 내뿜었다.

-스윽...

나는 내 눈을 가리는 누군가의 손과 동시에 흐르는 눈물에 입술을 짓씹었고, 내 눈을 가린 사람, 정우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옆에 있잖아..무리하지 마. 너가 화낼 필요 없어. 내가 대신 화내 줄게..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

그 말에 내 눈물은 더욱 쉼 없이 흐르며 난, 정우의 가슴팍에 기댔고, 정우는 내 눈을 가린 손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운이 외삼촌이라고 했었나? 여기 더 있지 않는 게 당신한테도, 운이 한테도 좋을 것 같은데. 돈은 내가 알아서 보낼 테니 빨리 꺼져.”

정우의 말에 투덜거리는 외삼촌과 외숙모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내 주변의 직원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지 이내 멀어지는 목소리가 들렸고, 난 정우에게 기댄 채 눈물을 흘렸다.

“.....나...진짜...진짜, 참으려고...견디려..고..했는데...안 아프고..싶었는데...”

“알아. 잘 참았어. 잘 견뎠어. 안 아픈 거야. 아픈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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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25 20:55 | 조회 : 1,554 목록
작가의 말
시크블랙

흐아....요즘에 자주 늦네요오...죄송합니다아..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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