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행복한 웃음

난 잠시 말을 마치고 또다시 아버지를 생각하며 소리없이 울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내가.....아버지가 죽고..얼마 안 됬을 때 환각 증세가..나타났었어.. 그때..정말 아무것도..보이지 않았어.. 정우 너의 목소리도...너의 얼굴도...하나도...그때 난 유일하게 보이는....아버지의 얼굴을 봤었어..............아버지는...웃고..계시더라..”

“......”

“그 웃음이 말이야...너무나.....너무나...행복한 웃음이라...난 아버지한테 갔어.. 이게 만약 꿈이라도..이게 만약 금방 깨져버릴 환상이라도.. 날 이제 죽여도 좋다고.. 당신의 웃음을 봤으니..이젠......아무...미련도 없으니..... 죽여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빌며 다가가다 웃었어. 왠지 알아? 아버지의...손이 내 목을 조르고 있었거든.......난 좋았어..이 상태로 죽는게.. 내게 가장...행복한 죽음이라 생각했으니까...”

“...”

“내가 평생 아버지를 욕했어도.. 난 아버지를 좋아해서...아버지가 날 죽여도 좋았으니까...다리에 칼이 꽃혔을 때도....좋았으니까..조금이라도.. 날 봐준다는게.. 날 도구로 이용하려 봐준다는 것 자체가...좋았으니까.....”

내 말이 끝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정우의 목소리가 문 넘어로 들렸다.

“....너가 생각 했던 행복한 죽음은....너의 가장 행복한 죽음임에도. 너의 가장 비극적인 죽음이야..”

그 말에 난 허탈하게 웃으며 답했다.

“행복하면서도 비극적인 죽음이란 걸...나도 잘 알아...하지만..하지만 말야. 날 나락에 빠트리는 것도..날 나락에서 구해줄 수 있는 것도... 아버지 밖에 없어.. 정우 너도.. 날 구해 줄 수있어. 하지만.. 난. 너가 아니라..아버지께..구원받고 싶었어.... 예전에 아버지가...내게 말했었거든.. ‘지옥은. 구원할 수 있는 자만이 빠트릴 수 있는 곳이니까. 그 자가 아니면. 지옥의 근처 자체를 못 갈테니.’..라고.. 말야..”

내 말에 정우는 아무 말 없었고, 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이 맞나봐.... 이제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난 아직도 지옥에 있으니까.. 툭하고 건들면.. 여기가 천국이아니라. 지옥이라는 걸 깨달으니까.”

“...”

“정우야. 나 말이야....항상..아버지를...”

끝마치지 못한 뒷말을 남겨두고 운은 탈진해 기절해 버렸고, 잠시 뒤에 문을 열어 들어온 정우는 말없이 운을 안아들어 방을 나와 1층으로 간다.

로비쪽을 걸어갈 때 주목되는 시선에 살짝 미간을 찌뿌리며 말한다.

“김 태영. 나와.”

그 말에 태영이 투덜대며 다가온다.

“아 또 왜~ 놀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부르-....? 야, 운이 왜 그래? 너 뭔 짓 했냐?”

“닥쳐. 신경 끄고 넌 아까 그 사람들 뒤 좀 밟아봐. 그동안 한 짓들이나 뭐 그런거 싹 다.”

정우의 말에 귀찮은 지 네~네~ 하며 말 꼬릴 놀리곤 자리에서 빠르게 사라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짙은 한숨을 내쉬곤 회사를 나와 차에 운이를 테우곤 집으로 가 운일 침대에 눕힌 뒤 그 옆에 누워 운의 손을 꼭 잡는다.

“.......괜찮...을거야.......운아...지옥이 아니게...내가.........최선을 다해 구원해줄게...”

미안함에 깊게 잠긴 정우의 목소리가 고요히 울려 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명의 숨소리만 희미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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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20 20:38 | 조회 : 1,489 목록
작가의 말
시크블랙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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