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악
뺨을 때리는 소리가 하얀 방 안을 울렸다. 중간에 놓여진 책상 하나와 벽에 붙어 있는 작은 침대 하나. 그게 방의 끝이었다. 뺨을 맞은 6살 쯤 된 남자아이의 눈동자엔, 고통도, 슬픔도, 놀람도 아무것도 담겨져 있지 않았다.
"방금 뭐랬지? 리안."
".....수업을 빼고 싶-"
-짜악
하얀 어린 아이의 얼굴이 힘없이 돌아갔다. 한 나라의 황비로서 이 어린 아이의 엄마인 데리지아는 차가운 붉은 눈동자로 그 아이를 응시했다.
"바이올린도, 교양도, 심지어 신력 수양도. 제대로 네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농땡이를 치려는 거니, 리안. 정신 차리고 가만히 앉아서 공부나 해."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다시금 아이와, 검은색 옷을 차려입은 집사만을 남겨둔 채 방을 나갔다. 아이는 눈 앞의 쌓인, 도저히 어린 아이가 읽기엔 힘들어 보이는 서책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용히 누군가를 회상했다.
푸른색이 섞인 반짝이는 흑발에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그 아이. 오늘 만나자며 약속을 한 그 아이.
매일 반복되는 억압된, 저주받은 왕자를 위해 준비된 수업들 사이에 자신을 햇살처럼 비쳐주는 아이.
집사가 잠시 나간 후, 어김없이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아이는 처음으로 밝게 웃음을 지었다.
"마인....!"
이것이 첫번째 변화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