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

<예성의 병실 안>


예성은 울어서 부어 있는 눈으로 병실 침대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겨있었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시준이 옆에 앉아서 말을 걸어주었지만 지금은 ‘띠, 띠’거리는 기계음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했다.


“시준이가..... 내 과거를 보고도 날... 날 떠나지 않을까.”


나지막이 혼잣말을 내뱉은 예성의 눈가에는 다시 눈물이 맺혔다.


이미 시준 없이는 살아갈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른 예성이었기에, 시준이 자신의 과거를 알면 떠나갈 것이라고 확신한 예성이었기에. 더 이상 그와 가까워지면 안 된다고 제멋대로 결정지은 예성이었다.


물론 이렇게 홀로 생각하고 막무가내로 결심하는 게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예성은 나이츠인 자신과 최상위층 귀족인 시준이 같이 다니면 그가 피해를 입을 거란 것을 알고 있었고 그건 시준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어느 정도 머릿속 생각이 정리가 되자 예성은 환자복을 벗고 의사들과 간호사들 몰래 병실을 빠져나왔다. 시준이 예성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예성이 병원을 빠져나와 이사장실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이사장실>


“예성 학생, 여기 앉으세요.”


예성은 이사장의 권유에 제법 폭신해 보이는 소파에 앉았다. 어색한 기류와 함께 침묵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벌컥!


“야! 안예성! 허억 허억...”


시준이 정적을 깨며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준이 이사장실에 들어서자 예성의 표정이 굳었고 시준은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를 썼지만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숨이 엄청 가쁜걸 보니 예성을 찾으러 꽤나 뛰어다녔나 보다.


“시준 학생도 이리 와서 앉으세요. 숨도 고를 겸.”


이사장이 예성 옆의 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하자 예성이 일어섰다.


“예성, 앉아!”


시준과 이사장, 두 사람이 동시에 강압적으로 말하자 예성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시준 학생은 일요일 오후에 이사장실에는 무슨 일로 찾아왔죠?”


이사장이 낮은 목소리로 나긋하게 말하자 시준이 대답했다.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시준은 마음에 안 든다는 반응이라는 투로 말했지만 이사장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무슨 얘긴 인지 잘 모르겠는데 설명해 주시겠어요?”라고 대답했다.


“하..... 2학년 B반 반장인 정도연이 나흘 전 수요일 점심시간에 예성 학생에게 CE라는 마약성 각성제를 투입해서 방금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만...”


시준의 말을 듣자 이사장의 표정이 놀라움을 거쳐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었다. 정말 몰랐다는 이사장의 반응에 시준은 깜짝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나는 예성 학생이 아파서 학교에 나흘 째 안 나왔다는 소식에 기숙사로 찾아가려고 했었어요....”


“누가 아프다고 한 거죠?”


“그게... A반 담임하고 도연 학생이....ㅅㅂ....”


“담임, 그 ㅅㄲ 돈 먹은 게 확실해요......”


시준과 이사장이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정작 예성 본인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멍하게 앉아있었다.


“안예성, 네 얘긴데 대화에 참여해야지!”


시준이 윽박지르듯 말하자 예성이 대답하길,


“어차피 지금 우리끼리 말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요. 지금 상황에서 도연이가 바라는 건 제가 범제고, 아니 이 디스트림이라는 대륙에서 떠나는 걸 거예요.”


예성이 담담하게 말하자 시준이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상시 예성이었다면 이미 두 사람이 얘기를 하기 전부터 울었어야 하는데, 지금은 평소의 예성과는 다른 사람으로 보일만큼 냉정했다.


“안예성, 너....”


“이미 이 학교에 오고 나서부터 걱정했었던 일이야. 그리고 내가 여기를 떠나는 것 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따위 없어.”


예성은 시준이 보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시준이 너는 내가 여기를 빠져 나갈 때까지 나랑은 관계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 내가 떠난 뒤에는 도연이 옆에 있어. 그게 너와 네 주면 사람들을 위한거야.”


예성의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 눈물이 한 방울씩 바닥에 줄을 지어 떨어졌다.


“너는 왜 자꾸 너만 희생하려고 하는데! 왜! 잘못은 걔네가 한 건데, 처벌도 걔네가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어떡해! 나를 위해 다수의 시선과 인식이 바뀌려면 한참이 걸릴 거고 도연이는 내가 죽을 때까지 괴롭힐 거야. 나 한명 때문에 여럿이 힘들어질 거야.....”


예성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시준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예성을 그동안 얼마나 괴롭혔는지 깨달았다.


“나는 여기 애초에 오면 안 되는 인간이니까.... 나이츠니까..... 내가 떠나는 게 옳은 거야....”


시준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문을 박차고 나갔다.


예성은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얘기를 듣고만 있던 이사장에게 부탁했다.


“이사장님, 지금 옮길 수 있는 1인용 기숙사실 있나요?”


이사장이 예성의 말에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예성 학생, 그 전에 하나만 묻겠습니다. 이 선택은 예성 학생의 학교생활을 바꿔놓을 겁니다. 물론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시준 학생이라는 울타리 안을 벗어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예요.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이사장이 되묻자 예성이 대답했다.


“애초에 제가 디스트림에 오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제가 무엇을 하든 결과는 같을 거예요...”


“알겠어요. 기숙사실은 잠겨있는 2층의 방 중 하나를 치워놓을게요. 그리고 시준 학생에게는,”


“어디로 옮겼는지 알려주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NR로 가는 비행기 표는 2주 후에나 있어요. 2주 동안이라도 부디 잘 버텨주세요. 이것 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요....”


“걱정 마세요. 오늘은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예성이 나가자 이사장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왜... 도대체 왜 저렇게 착한 아이에게 이런 일이.....’


그러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신은 없나봐. 있다면 저렇게 가여운 아이를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을 텐데....”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설날에 지방에 내려가게 돼서 14화는 일요일이 지나고서 업데이트 될 것 같아요. 재충전 하는 시간을 갖고 월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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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5 11:19 | 조회 : 2,370 목록
작가의 말
안예성

월요일에 분량 빵빵하게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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