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

예성이 기숙사실을 바꾼 지도 벌써 3일이 지났다. 시준과 예성이 대화하지 않은지도 3일이 지났다. 아이들은 시준이 예성을 버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예성을 괴롭히는 강도를 점점 더 높여갔다. 마치 수요일 아침에 예성이 당했던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오늘 아침, 예성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했다. 화요일, 그러니까 어제 저녁 도서실에 다녀온 예성이 202호 기숙사 문을 열자 예성의 교복이 침대와 방바닥 위에 널브러져있었다. 갈기갈기 찢겨진 채로.


결국 예성은 이사장이 가지고 있던 여분의 교복을 받고나서야 등교를 할 수 있었고, 등교했을 때에는 이미 3교시가 끝나있었다. 자리가 문 바로 옆이었던 시준과 눈이 마주쳤지만 시준은 고개를 돌려버렸고 예성도 언제 눈을 마주쳤냐는 듯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앉으려 하였다.


예성의 자리는 없었다. 책상과 의자가 사라져있었다. 예성이 당황해하고 있자 몇몇 남학생들이 다가왔다.


“왜 그래? 노예는 바닥에 앉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되는 거 아닌가?”


“돌려놔.”


예성은 화가 났지만 최대한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했다.


“이 ㅅㄲ 봐라. 뭐 돌려놔?”


“내 책상이랑 의자.”


“이 ㅁㅊㄴ이! 바닥에 앉으라고.”


“돌려놔줘.”


짜악!


모두가 놀랄만한 정도의 마찰음과 함께 예성의 고개가 돌아갔다. 예성의 귀에서 너무 세게 맞은 탓인지 이명이 울렸다.


“나이츠에다가 남창인 ㅅㄲ가 주제도 모르고 깝치고 말이야. 어디서 대꾸를, 노예ㅅㄲ가.”


예성이 아픔에 자신의 뺨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예성에게 더 큰 상처로 다가온 것은 남창이라는 단어, 한마디였다.


“흐윽, 흑”


예성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떨어지자 모두 당황했다. 3일 내내 괴롭힘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울지 않는 예성을 보고 모두가 체념했다고 생각하고 마음껏 괴롭히려고 했건만. 막상 작고 자신들 보다 2살이나 어린 아이가 눈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자 다들 놀란 모양이었다.


가장 놀란 사람은 자신의 자리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시준이었다. 자신에게서 멀어지라는 예성의 말에 ‘어디 한번 해봐'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우는 예성을 보자 당혹스럽다는 감정이 제일 먼저 시준을 덮쳤다.


“뭐하는 거야!”


시준이 소리치자 다른 아이들이 모두 움찔했다. 시준이 예성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준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예성에게 심각한 상황이 닥치면 자신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손을 놓았지만 예성이 괴롭힘을 당하면 당할수록 더 아프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것은 시준, 본인이었다.


“넌 끼어들지 말고.”


어디선가 낮은 저음이 울려 그쪽을 바라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재민이 현성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는 도연이 예성을 노려보았다.


“도, 도연아…..”


“이름 부르지 마, 이 남창 ㅅㄲ야. 더러워.”


도연이 예성에게 하는 대답에 시준은 이를 뿌득 갈았지만 모든 것을 방관한 그였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재민은 시준의 반응이 의외였는지 재밌는지 그를 쳐다보며 웃었고 현성은 실망한 듯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나이츠 주제에 귀족을, 그것도 오퍼인을 이름으로 부르다니…. 아직도 주제 파악이 안됐니?!”


“……”


“뭐, 시준이가 너한테 많이 실망했나봐. 동정심이 바닥났나? 버리는 건 또 처음보네…”


“……뭐?”


예성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자 도연이 말을 이었다.


“너 같은 애들 많았거든… 불우하거나 상처가 많은 애들…. 여태껏 시준이가 관심 있어 하던 사람들말야.”


쾅!


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세게 닫고 나가자 예성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면…. 여태 나를 동정해서…… 친구가 아니라….”


“불우이웃 같은 거지.”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으헉, 흐아아악!!!”


예성이 얼굴을 감싸 쥐고 울부짖었다. 모든 것을 부인하고 싶었다. 여태 했던 일들이,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이, 모든 것이 동정으로 느껴졌다.


“왜 시끄럽게 짖고 ㅈㄹ이야, 나이츠ㅅㄲ가.”

“흐으윽, 하윽….. 으으읏….”


예성의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그를 지탱해주던 마지막 지지대는 시준과 함께했던 추억이었다. 마지막 지지대가, 쓰러질리 없다고 생각한 마지막 지지대가 쓰러지자 예성의 모든 것이 함께 무너져 내렸다.


재민은 구경만 하다가 예성의 몸이 쓰러지자 의식이 없는 예성을 들쳐 메고 도연을 따라 반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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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31 10:53 | 조회 : 2,239 목록
작가의 말
안예성

늦어서 죄송합니다...설 명절때 너무 바빴어요..... 15화는 오늘 안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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