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마드모아젤





“히극..끅..하아..으..”



기억은 아무리 대답도 해주지 않은 채 무심히 나를 본능으로 던져버린 것만 같았다. 축축하고 눅눅한 끔직한 몰골을 하고 있는 침대하나 뿐인 눈앞에 있는 이 방이 어째서 내 눈에는 그렇게도 익숙하게 느껴지다 못해 끔직해 토가 나오려하는지, 아무말 없이 서서 멍하니 침대를 바라보는 내 행동에 범한이라는 사람은 작게 픽 웃었다.





“까먹은거야.? 기억상실이라더니..대단하네..절대 잊어서는 안돼는 기억을 없애고.., 그것만 생각났어도 아마 넌 당장이라도 도망가 그때처럼 되진 않을텐데-”






모든 상황이 즐거운 체스판이라도 된다는 듯 끔직한 목소리로 웃음소리를 흘리다 단정하게 조인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던지며 고개를 갸웃하게 바꿔 나를 바라봤다. 왜일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데 이렇게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은.., 네가 그렇게 보고싶은건..



게다가 흥분한 듯 당장이라도 숨이 차오르며 위험한건.





“흐응? 뭐해?..벗어야지-”

“..네..?”

“머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찬찬히 안아주다보면 기억하겠지.”




벨트를 푸르며 한걸음씩 다가오자 떨리는 다리는 그제야 뒷걸음을 겨우 치며 물러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내가 결국 닿은 곳이라고는.





“어쿠-? 그렇게 침대 위에서 발버둥치는거 유혹이라고 판단해도 될까?”

“싫..어..미안해..잘못했어요..제가 다..잘못했어요..공..공ㅇ..”




‘어째서 너는 이럴때마나 나를 찾으러 와주지 않는걸까, 왜 너는 언제나 내가 두려움에 떨게 놔두는걸까.
너는 왜.., 사랑하다면서 나를 이럴때는 그냥 혼자 두는거야..‘



목이 매여 차마 공인의 이름을 외치려는 듯해도 수인은 낑낑거리다 올라오는 술기운과 뜨거운 열기에 숨만 더욱 차올라 눈시울이 점점 젖어갈 뿐이었다. 아마 그건 그가 보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어느것도 마음대로 잘 되지 않은 답답함인지 알 수 없었다.



범한은 마치 ‘보레어필리아’처럼 소름 돋게 입맛을 다시다 작은 나이프를 꺼내어 어느 살점을 도려낼지 고민이라도 하듯 그 차갑고 커다란 손으로 목부터 차차 몸을 쓸어내리며 수인의 하얀 쇄골에 나이프를 들이대더니 이내 가볍에 눌러 붉은 피를 흘리게했다. 가느다란 피는 투명한 물에 물감처럼 가냘픈 가슴을 타고 흘러 하얀 셔츠를 적셔 퍼져갔다.









“아윽..아파..하지마..하윽..”

“이야.., 오랜만에 우는얼굴이라..위험하네 그거..더 괴롭히고 싶어졌어..지금의 너는 어떤 맛일까나..”

“제발..제발..끅..하윽..!”

“어디부터 혀를 담가야 만족스러운 만찬을 만들 수 있을까나..”





‘아니라면 애초에 이렇게 위험한 사람인 너에게 사랑이란 마음을 품어버린 내 잘못인걸수도요.’




“범한..너였어..여긴..그곳이었어..”





참을 수 없는 두통이 머리를 채워서는 아무런 생각도 할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점점 하나둘 맞춰지는 퍼즐은 늘어가고 멍한 얼굴로 범한이 옷이 벗기는 것을 저항하지도 못한 채 숨을 헐떡거리기 바빴다. 그 모든게 이뤄지는 가운데 내가 울 수밖에 없던건.





“서빈..이가..”





서빈이의 친절함은 전부 나를 바라는 계획적인 가식이어서, 적어도 공인으로부터 슬퍼하는 나를 받아준건 , 그런 나를 언제나 구해준건, 그런 날 부드럽게 안아줬던건


전부 거짓이었다.







“너무 겁먹으면 곤란하잖아..아직 넣지도 않았어..- 그때는 때리는 짜릿함이라도 있었는데..그렇게 다루면 분명 또 며칠만에 네가 버티지 못하겠지-?”






달래주는 듯 하면서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수인의 볼을 매만지다 점점 손을 내려가 훑던 그는 눈물이 떨어질 때마다 흥분에 빠지기라도 한 듯 흠칫이며 턱을 잡아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그 작은 입술에 맞추고는 느리게 혀로 쓸어내린 후 굳게 닫혀 열리지 않던 수인이의 입을 열게 하려는 듯 파고들었다.





“퍽”




“이야.., 주인을 죽일생각이야? 멍멍아?”




무언가 빠르게 날라와 바람을 스쳐 범한의 목젖을 스쳐 지나가 가볍게 살갗을 파고들었다. 잠깐의 길고 짧던 정적과 눈물사이 들려오는 한마디는 차갑고 매몰차게 귓가에 파고들어와 어쩌면 미소라기보다는 실소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는 따스함이라고는 존재하지도 않은 목소리였다.









“제 작은 마드모아젤에게 더 이상 더러운 혀 치우지 않으면 평생은 입도 못 놀리게 만들겁니다.”


















*보레어필리아
-인육성애자



*마드모아젤
-아가씨, 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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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02 23:40 | 조회 : 3,404 목록
작가의 말
yf

우리 독자님 모두 보고싶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업로드로 많은 댓글과 관심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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