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나쁜놈들이 지키는 세계- 1화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 창조주가 있었다.

태초의 세상에는 창조주만이 있었고, 그는 너무나도 무료했다.
창조주는 [세계]를 꾸미고, [동물]을 만들어냈다.

세계 속의 동물들은 스스로 서열을 만들고, 서열에 따르며 살아갔다.
동물들은 점차 자리를 잡아 갔다.

하지만 동물들은 창조주와 함께 대화할 수 없었고, 창조주에게 의견을 내놓지도 못했다.
동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창조주에게 복종하는 것 뿐.

창조주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였다.

창조주는 자신의 무료함을 덜어 줄 인간을 만들어냈다.

자신과 가장 가깝게 공존할 인간들을 강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창조주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신의 ‘축복’.

신은 각각의 동물종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너희들의 우두머리.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인 [이프]를 불러오라.’

각각의 [이프]들이 모였고, 창조주는 그들의 혼을 빼내어 결정체를 만들고, 그것을 각각 하나씩 인간들에게 넣었다.
인간 개개인이 가진 모두 다른 동물들의 혼.
그것을 [프시아]라 한다.

태초의 프시아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인간들은 프시아를 제어할 수 없었고, 각자 동물들의 성향만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세계의 균형을 위해 그 점을 수정해 주어야 할 창조주는 당시 수면기.
프시아를 인간들에게 넣고 기력을 모두 소진한 1대 창조주는 다시 세계를 돌볼 힘을 회복하기 위해 기나긴 수면기에 들어간 상태였다.

1대 창조주가 탄생한 지는 1000년.
세계를 만들어 낸 지는 500년.
동물을 만들어 낸 지는 325년.
인간을 만들어 낸 지는 52년째 되는 날.

2대 창조주가 탄생했다.





2대 창조주는 탄생하자마자, 혼돈이 가득한 세계를 보았다.

막 탄생한 2대 창조주는 할줄 아는 것이 없었다.
1대 창조주는 세계를 만들기까지 500년이라는 시간동안 힘에 적응할 시간을 가졌지만, 2대에게는 그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1대의 계승이 필요하다.

하지만 1대가 수면기이기 때문에, 2대에게 계승해 줄 자가 없었다.

2대는 최대한 세계를 유지하는 것에 힘썼다. 우선 그녀는 1대가 구축해놓은 세계를 파악했다.
동물과 인간.
동물 중 이프들에게서 추출해 인간에게 주어진 프시아.

2대 창조주는 세계에 혼돈이 날뛰는 이유가 인간들이 프시아를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프시아에 제약을 걸었다.

제약의 내용은 이러하다.

1. 인간은 자신의 프시아의 존재를 깨닫기까지 그 힘을 사용할 수 없다.
2. 프시아의 힘은 인간의 이성보다 강해질 수 없다. (프시아가 인간을 지배할 수 없다)

이 두가지의 제약을 걸고, 그녀는 프시아의 형태를 다듬었다.

1대 창조주는 프시아에 관해서 아무런 설정도 해주지 않고 수면기에 들어갔다.
2대는 그를 가끔씩은 원망하기도 한다.

그녀는 1대를 대신해 프시아의 능력을 규정했다.

1. 프시아는 각성(존재를 깨닫는 것) 후에 본체(인간)의 기본적인 신체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프시아의 힘이 발동되는 정도는 본체의 역량에 따라 결정된다.
3. 프시아가 모습을 드러낼 때에는 각 이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4. 프시아를 활용하는 기술은 본체가 만들어 낼 수 있다.

기본을 이 4가지로 하여, 아주 세부적인 점까지 규정했다.

이 모든 일을 마치자, 2대가 탄생한 지 148년, 1대가 수면기에 들어간 지 200년이 되었다.
1대는 기나긴 수면기에서 깨어났고, 2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 이후부터는 함께 세계를 돌보기로 하고, 3대 창조주가 생기는 일은 없기를 바랬다.



인간들이 각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인간들이 스스로 각성하는 경우에는 예를 들어 자신의 이프가 늑대일 때, 숲에서 늑대를 만나 동질감을 느끼고 각성하는, 아주 드문 일이 있었다.

자신이 알지도 못하던 ‘프시아’라는 힘에 대해서 깨달아야 했기 때문에, 각성하지 못하고 죽는 인간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창조주들은 인간들을 조금씩 도와주기로 했다.

창조주들은 인간종 중에서도 이프를 뽑기로 했다.
인간종 이프는 프시아를 만드는 용도가 아니라, 창조주와 세계의 인간들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했다.
뽑혀진 이프 100명은 창조주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간들이 각성할 수 있게 힌트를 주며, 창조주의 뜻에 따르지 않는 인간들을 벌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창조주를 따르는 것은 아니였다.
창조주에게 원한을 품은 이프도 몇 명 있었다.
대부분이 자신에게 강력한 프시아를 주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이프들을 배반하고 창조주를 소멸시킬 계획을 세웠다.
창조주를 소멸 시키면 모든 프시아가 사라질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창조주들은 원래 세계보다 거대하지만 인간들과 만나는 회의를 가질 때 인간의 크기로 변한다.

창조주들을 소멸시키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창조주는 인간을 만들 때 자신의 모습을 본떠서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을 소멸시킬 때 사람을 죽이는 것처럼 죽이면 되는 것이다.

배반자들이 노리는 것은, 두 창조주의 심장.

회의 날, 그들은 두 창조주의 심장을 찔렀고, 그들은 소멸했다.

하지만 두 가지 오차가 있었다.

첫 번째는, 창조주들은 소멸하기 직전, 세계에 두가지 맹약을 걸었다.
[우리는 다시 이 세계로 온다]
[그때까지 ‘이프’들은 맹약 하에 세계를 지킨다]

두 번째는, 프시아는 사라지지 않았다.
세계의 균형이 무너졌을 뿐, 프시아는 그대로 자리잡았다.

창조주들을 따르던 이프는 배반자들을 [리프]라고 칭하며 잡아들여 처단했지만, 도망치는 것에 성공한 리프도 몇몇 있었다.
도망친 리프들은 집단을 만들고 힘을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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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02 21:32 | 조회 : 1,888 목록
작가의 말
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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