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아직도

한 인터넷 사이트, 많은 사람들 속에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찍힌 사진과 함께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뭐 봐?”



연두색 벽지의 아담한 방, 책상 앞 의자에 어떤 남자가 앉아서 핸드폰으로 그 게시글을 읽고 있다.
그리고 방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은 남자가 핸드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뒤에서 말을 걸었다.





“……여기……이 남자애…….”


남자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천천히 사진을 클릭하여 확대해서 핸드폰을 여자의 눈높이로 들어올려, 사진 속 중심인 한 남자의 옆에 서 있는 작은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자는 의자 뒤에서 그의 어깨 옆으로 얼굴을 내밀어 확대된 사진을 봤다.
조금 흐리게 찍혔지만, 대충의 이목구비는 보였다.


“……얘가 누군데?”


여자는 곰곰이 누구인지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남자는 여자의 모르겠다는 대답을 듣고, 자신이 헷갈린 것인지 한참동안 사진을 뚫어져라 봤다.



“아는 애야?”


여자는 다시 남자에게 물었다.
남자는 사진을 줄였다, 늘였다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우……닮지 않았어?”


남자는 익숙한 그 사진 속 작은 남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봤다.

여자는 ‘연우’라는 소리에 갑자기 인상을 쓰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그녀는 짜증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너 언제까지 이럴 거야?”
“내가 뭘.”



여자는 남자가 계속 보고 있는 핸드폰을 뺐었다.



“언제까지 그 애 뒤꽁무니나 쫓아다닐 셈이냐고!”

“……내가 뭘 하든, 왜 오지랖이야?”

“걘 너 친구로 생각 안해. 아무 연락 없이 떠났잖아. 지금까지 얼굴도 안 비추잖아!”



여자는 가슴을 팍팍 쳤다.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머릿속이 그 아이로만 가득 찬 남자가 정말 한심했다.


“내가 아는 연우는 그럴 애가 아니야. 사정이 있겠지.”


남자는 끝까지 그 아이의 편을 들었다.
그는 여자의 손에 들린 자신의 핸드폰을 다시 가져왔다.



“진짜 미쳐버리겠네.”


여자는 또 한숨을 푹 쉬더니, 방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남자는 개의치 않고 계속 그 사진만 봤다.





-----





아직도 눈 앞에서 계속 아른거린다.

처음 만난 날부터 함께 수학여행을 가서 춤을 췄던 것도, 짧은 여행을 다녀온 것도……
그 무엇 하나 잊을 수가 없다.



소소한 것에도 행복함을 느끼는 그 아이를 보면, 나도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애가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을 때, 항상 웃음이 넘쳐났던 얼굴이 슬픔으로 휩싸였을 때, 나도 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사람은 지나가면 후회를 한다고 했던가.
진작에……당연한 것처럼 내 옆에 있어줬을 때 무슨 말이라도 해봤으면 좋았을 것을.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겠다.
살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 지도 알 수 없다.
아직 날 기억하고 있을까, 그것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난 아직도 그 애를 짝사랑하고 있다.

7
이번 화 신고 2017-03-15 23:02 | 조회 : 5,835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아임 백 크로스 백 샤이니즈 백 백백백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