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됐거든

- 4월 13일



아직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 나는 눈이 번쩍 떠졌다.
밖은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아 조금 어두웠다.

한시간은 더 자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누워 봤지만 눈은 붙여지지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놔둔 실핀으로 앞머리를 뒤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도련님이 깨지 않게 방 문을 살살 열었다.





“앗.”


방 문을 열고 나왔는데, 내 맞은 편 방에서도 문이 열리더니 도련님이 하품을 하며 나왔다.


“일찍 일어났네?”
“……네.”


나는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로 걸어갔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련님은 계속 날 따라왔다.
얼굴을 보니 오늘따라 더 들떠 보였다.

도련님은 화장실 안까지 쫓아왔다.
내가 째려보자, 무슨 일 있냐는 듯 웃기만 했다.


“왜 따라와요?”

“양치 같이 하려고.”

“네에…….”


내가 세면대 앞에 서서 칫솔을 하나 꺼내자,
도련님은 뒤에서 날 껴안고 내 어깨 위로 얼굴을 보였다.




“냄새 좋다……연우 냄새…….”
“너무 냄새를 변태처럼 맡는 거 아니에요……?”


도련님은 내 어깨에 기대 내 목 주위를 킁킁거렸다.
피부에 닿는 그 콧바람이 간지러웠다.

난 도련님이 더 부끄러운 말을 하기 전에, 얼른 칫솔에 치약을 묻혀 그의 입에 쏙 넣었다.

사실 그게 소용은 없었다.




“앞머리 깐 것도 귀여운데.”


하라는 칫솔질은 안하고 앞에 달린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며 말한다.
난 못들은 척 계속 양치질을 했다.


“매일 이러고 다니면 안돼?”

“……이러고 다니라고요?”


얼굴을 씻기 위해 대충 머리카락을 뒤로 고정시킨 거라
이마도 훤히 보이고 여기저기 뻗쳐서 이상하기도 한데…….





“…….”


실핀으로 고정시킨 앞머리가 조금 흘러내리자,
그는 실핀을 빼서 다시 고정시켜주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다정했지만, 요즘에는 더욱 그가 날 신경 써주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럴 때마다 다시 한번 우리가 정말 사귀고 있구나, 깨닫는다.
아직은 조금 낯간지럽기도 하지만.




“핀보다는 머리띠가 편할 텐데. 머리띠 써볼래?”



머리띠라니, 그런게 어울릴 리가…….



“헐, 상상해보니까 진짜 귀엽겠다……!”

“……양치질이나 해요.”


난 뒤돌아 아예 칫솔을 치아에 문질러주었다.

그러다가 퍼뜩 떠오른 것이 있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난 그가 양치질도 해 달라고 할 까봐 재빨리 내 양치질이나 바쁘게 했다.

그리고 힐끔 그를 봤다.
그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가, 슬슬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서 말 없이 양치질을 했다.

양치질을 모두 끝낼 동안 우리는 잠시 대화를 멈췄다.








“연우야, 연우야.”

“……?”


세수까지 마치고, 난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었다.
도련님은 막 양치질을 끝내고 컵 속에 칫솔을 넣더니, 나를 불렀다.

난 순진하게도 아무 생각없이 뒤를 돌아봤다.
뒤를 돌아보자 마자, 피할 새도 없이 입술이 부딪혔다.

순간 머릿속이 백지가 되었다.






“상쾌한 모닝 키스~”



습득 능력이 떨어지는 건가, 어떻게 매번 이렇게 당할 수가 있지?

나는 눈이 휘둥그레진 상태로 멈춰 있었다.
도련님은 싱글벙글 앞에서 웃기만 했다.
그러다가 내가 가만히 입만 뻐끔거리고 있으니, 또 입을 맞췄다.

두번이나 기습 키스를 당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더라.



“익……!”

“푸핫! 완전 홍당무다, 홍당무.”


화내고 싶은데 저 얼굴에 어떻게 화를 내야 할 지 모르겠다…….
그 놈의 웃는 모습은 왜 이렇게 잘생긴 거야.





“그런데~ 나 씻을 건데, 계속 있을 거야?”


도련님은 날 홍당무라고 놀리다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같이 씻을 까?”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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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17 00:41 | 조회 : 6,731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쿵쾅쿵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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