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보고 싶어요

“다들 호텔에 짐 내려놓고 오늘은 푹 쉬세요. 카메라나 필요한 물품들 한번씩 더 점검하시고, 내일 봅시다.”


점심을 먹고 난 후, 호텔 앞에 도착했다.

홍보팀장님은 프론트에서 예약한 방 카드를 가져왔다. 도련님은 카드를 받지 못한 사람은 없는 지 확인하고 모두에게 말을 전달했다.
그리고 다들 인사를 나누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방 안에 짐을 내려놓고 다시 호텔 밖으로 나와, 내가 살았던 그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까워질 수록 긴장되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태어난 후에도 우린 이 집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앞으로도 평생 떠나지 않을 줄 알았다.




“괜찮아?”


도련님은 내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
난 애써 웃었다.


“……괜찮아요.”


마냥 행복했던 곳을 떠나, 세월이 흐르고 다시 찾아 온 사람은 나 뿐이다.

‘당연한 건가…….’




이곳은 변한 게 없었다. 횡단보도와 차선이 더 선명해졌다는 것뿐…….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니, 더욱 그 시절 그대로 멈춰 있는 것 같았다. 나만 세월이 지난 것 같았다.

난 내가 살던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조용했다.
내부 또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동안 침묵 만이 흘렀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우리는 조용히 타고 위로 올라갔다.





“…….”


집 앞에 도착했다.
이제 도어락에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내 생일…….’

도어락이 열렸다.
난 문고리를 잡고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환영이 보인다.
3년이 지났지만, 집은 하나 바뀐 것 없이 그대로였다.

냉장고에서 찬거리를 꺼내 식탁에 놓는 엄마도 보이고,
TV를 끄고 엄마를 도와주려 부엌으로 가던 중, 현관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이제 왔냐며 환한 미소로 날 반겨주는 아빠도 보인다.

난 보충수업을 듣고 늦게 집으로 귀가한 것이다.





“엄마…….”


난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부엌으로 달려갔다.

당장 엄마 품에 안겨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점수가 꽤 잘 나온 성적표도 보여드릴 거다.
그리고 학교에서 나눠준 안내문도, 오늘 성적표와 함께 받은 미술 실기상도…….







“어…….”


부엌에 다다르자, 엄마아빠는 안개처럼 사라지고 없다.
난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또 갑자기 사라지는 건 싫어…….







“……아빠?”



이번엔 안방에서 전화를 받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조금 고요함이 흐르더니, 이번엔 아빠와 엄마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난 안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방 문을 여니, 엄마는 큰 침대 위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고, 아빠는 방금까지 통화하던 핸드폰을 책상 위에 두고,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난 조금 더 어려졌다.

밖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이 번쩍 밝아지다가, 우르르 쾅쾅 하며 천둥이 내려치는 큰 소리가 무서웠다.
나는 혼자 자기가 무서워서, 베개를 꼭 껴안고 안방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래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또 모든 게 사라졌다.

부모님도, 쏟아지는 빗소리도, 내가 안고 있던 베개도…….







“아…….”


난 순식간에 성인이 되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빠의 친구에게 속아넘어가 지옥 같은 삶을 살다가 겨우 빠져나온 사람이 되어 있었다.
쓴웃음이 나왔다.


“하하…….”


난 침대 옆에서 무릎을 꿇고 털썩 앉았다.

침대 이불을 붙잡고 코를 댔다.
혹시라도 남아있지는 않을 까.

품에 안기면 포근하고 편안했던 엄마의 냄새가 아직 남아있지 않을까…….




“…….”


하지만 이불은 오래되어 묵은 퀘퀘한 냄새 만이 날 뿐이었다.


“흑…….”


난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찾은 집이니, 조금은 기쁠 것 같았는데…….

기쁘기는 커녕, 더 그 시절이 그립고 아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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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24 23:51 | 조회 : 2,882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부산편은 제 전작을 보지 않으시면 내용 이해가 하나도 안됩니다ㅋㅋㅋㅋ난 시간이 많다, 하면 완결 작품인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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