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나보다 못생겼잖아

“…….”


연우는 문 앞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러다가 도어락을 열고 번호를 꾹꾹 눌렀다.

도어락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연우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연우는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그리고 현관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더니,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따라가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바로 옆에 방이 하나 있길래 그곳으로 들어갔다.








‘연우 방인가……?’

방 안은 꽤 깨끗했다.
책상 위에 어질러진 사진들을 제외하면.
나는 그 사진들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연우랑…….’

자세히 보니, 연우와 어떤 아이가 함께 찍혀 있는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연우는 그 아이 옆에 서서 밝게 웃고 있었고, 그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둘이서 찍은 사진은 수도 없이 많았다.


‘연우가 좋아했다던 강이준이란 애인가?’


솔직히 잘생긴 편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걸 왜 책상 위에 어지럽힌 거지?’









끼익-



방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난 뒤를 돌아봤다.
내가 들어온 이 방의 문은 열려 있던 상태였고, 연우가 다른 방에 들어간 것 같았다.

난 사진에 대한 의문은 접어두고, 거실로 나와봤다.







“흑…….”


부엌을 지나 있는 문이 열린 방 안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연우가 침대 이불보를 붙잡고 울고 있었다.

괜히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때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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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울음은 조금 그친 것 같았다.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방 밖을 나가니, 민운이 거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우는 그가 보이자, 재빨리 눈물을 모두 닦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에게 다가갔다.





“그만 갈까?”


민운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








“그때 전부 챙기지 않은 게 다행이네요.”


그들은 집을 나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연우는 조용히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집에서 액자 하나를 들고 나와, 위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었다.


“뭐를?”
“사진…….”


그리고 액자를 그에게 보여줬다.
작은 사이즈로 뽑아낸 가족 사진이었다.

젊은 두 남녀가 작은 아이를 안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작은 아이는 이제 막 태어난 아이 같았다. 사진 찍는 지도 모르고 곤히 자고 있었다.



“…….”


민운은 그 사진을 보니 괜히 가슴이 찌릿했다.
다른 사진들은 모두 잃어버리고, 겨우 하나 들고 온 연두색 사진첩과 이 액자가 연우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이다.

연우는 민운에게 조금 웃어 보였다.



“전 괜찮아요.”


예전에는 이런 거라도 없으면 무너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자신을 지탱해줄 사람이 있으니까.








연우는 아파트 단지를 나와 가까이 보이는 학교를 봤다.
그가 다녔던 중학교였다.
아마 지금쯤 후배들이 저기에서 수업을 듣고 있겠지, 생각했다.


“아……잠깐만, 연우야.”


민운의 자켓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급한 전화인 것 같았다. 그는 잠시 연우와 떨어져 전화를 받았다.

연우는 민운을 기다리는 동안 학교 근처를 서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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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25 23:38 | 조회 : 2,859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꼭 이럴 때 무슨 일 터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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