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비상

10시가 조금 넘은 어두운 밤이다.

연우는 한 대학교 정문 근처에 있는 마트를 들렸다 돌아가는 길이다.
그가 돌아가려고 하는 원룸촌은 이 마트와 약 5분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 있다.


‘집에 가야하긴 하는데…….’


연우는 주변에 비해 나름 최근에 지어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1층 복도를 걸어가 제일 끝 방 문 앞에 섰다. 이 방의 문이 다른 문과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니 방 면적이 꽤 넓은 것 같다.


‘애들한테 계속 신세 지는 것도 미안하고, 민운과도 일단 얘기는 해봐야겠지…….’


연우는 한숨을 쉬며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왔어?”



익숙하지만 여기서는 절대 들리면 안되는 목소리였다.

연우는 문을 열자 마자 보이는 소파에 앉아 있는 ‘그’를 보고, 문을 다시 쾅 닫았다.
그리고 다시 복도에 서서 자신이 본 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했다.


‘뭐야……헛것이라도 본 건가……?’


헛것일 리는 없고, 아무래도 이 방의 주인들이 그를 부른 것 같았다.
다시 문을 열기가 두려워졌다.








“이연우.”



연우가 문 앞에 서서 멍하니 있을 때, 이번엔 방 안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연우는 고개를 들었다.



“……민운아…….”



연우는 그렇게 문을 여는 것을 망설이더니, 그를 보자 마자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 동안 너무 보고 싶었던 얼굴이라 그런 건지 미안해서 그런 건지,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민운은 복도로 나와 그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보고 싶었어.”



그는 아직 단정히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었다.
연우는 그가 회사 일이 끝나자마자 여기까지 온 걸까, 생각했다.

민운은 그를 한번 끌어 안더니, 손을 잡고 방 안으로 끌어 당겼다.
연우는 옷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조용히 따라갔다.



그리고 그 상황을 두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








“형, 왔어요?”
“미안해요, 우리 힘 없는 거 알잖아요~”



이 방의 주인인 현과 윤우는 현관문 앞에서 연우를 반겼다. 그리고 연우가 현관에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동시에 둘은 신발을 신더니 다시 문을 열었다.



“얘기하고 있어요! 밖에서 술이랑 먹을 것 좀 사올 게요.”



그들은 두 사람이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고 나갔다.

연우는 자기 손에 들린 비닐봉투를 쳐다봤다. 술과 안주거리, 식재료 등 가득 담긴 봉투였다.
두 사람이 연우가 마트에 들렸다가 온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연우는 일주일이 넘게 신세진 것도 모자라서, 자기 때문에 집 주인을 쫓아내기까지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연우는 훌쩍거리면서 소파 앞에 있는 탁자 위에 봉투를 내려놓고, 민운과 마주 앉았다.









“오랜만에 보니까 좋다, 그치?”
“…….”

“같이 생활하면서 공모전 준비도 다 끝냈다며. 엄청 빠르네.”
“…….”



차라리 벽과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민운은 계속 대화를 이어가려 했지만, 연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연우야.”



그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라도 좋으니 말 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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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정도 지났을 까, 문 밖에서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외출한 현과 윤우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대화소리가 들리지 않아 방 안을 살펴보니 민운만 남아 있었고, 연우는 온데간데 가고 없었다.



“연우형이 어디 갔지……?”



윤우는 방 구석구석 돌아다녀봤지만, 연우는 보이지 않았다.
현도 먼저 나가버린 연우와 썩 좋아 보이지 않는 민운의 표정으로 일이 어떻게 끝난 건지 대강 알 수 있었다.



“잘 안 끝났어요?”
“…….”



민운은 대답은 않고 한숨만 쉬더니,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갔다.



“괜히 우리 일에 끌어들여서 미안해. 난 가볼 게.”
“형!”



현은 나가려는 그를 붙잡았다.
가까이서 보니 표정이 훨씬 더 심각했다.

그래도 물어볼 건 물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현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그에게 용기를 내어 물었다.





“……연우형이 헤어지자고, 그렇게 말했어요?”



민운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린 것 같았다.
긴장감 도는 분위기에 윤우도 숨을 죽이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너희들이라면 걱정없겠지만…….”



민운은 현과 윤우를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나 없는 동안 연우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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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11 21:47 | 조회 : 1,656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현과 윤우는 투룸에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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