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너로 물들이다.

샤크 쇼크(shark shock), 화려한 전광판으로 어둠을 빛내며 밤부터 문을 여는 이 안의 회사.

검은 카펫의 복도를 지나 들어가면 평범한 바(bar)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조용한 분위기에 젖어 술을 마시고 돌아가지만, 샤크 쇼크의 진정한 매력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붉은 카펫의 복도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 전국에서 내노라는 호스트들이 있는 호스트 바(bar)를 즐긴다.

그리고 이 안은 전국에 펴져있는 샤크쇼크 중 가장 찾는 사람이 많은 호스트 바(bar)에서 인기많은 NO. 3 호스트 안에 들어가는 남자다.

***

"후우.. 일났네."

이 안은 가쁜 숨을 고르며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11시. 늦어도 한참 늦었다.

마담이 오늘은 꼭 9시라고, 절대 늦으면 안된다고, 어제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푹 자겠다고 핸드폰을 꺼뒀던게 화근인 모양이다.

이 안이 문을 열고 은은한 와인색의 조명이 켜진 복도로 들어서자 문 앞에 서있던 여자와 눈이 딱 하고 마주쳤다.

늘 까만 정장만 차려입던 마담이 어쩐일인지 가슴골이 깊게 파인 빨간 드레스를 입었다.

안그래도 마담은 키가 큰 편인데 하이힐까지 신으니 대한민국 남자 표준키에는 미친다고 치부하는 이 안보다 키가 더 큰 듯 했다.

"오, 마담. 그렇게 입으니까 엄청 예쁘시네요."

"입에 침이나 발라."

다른 여자들이었으면 뻑 갔을 안의 미소는 마담에게는 먹히지않고 되려 화를 불러일으켰는지, 마담은 이 안의 앞으로 훌쩍 다가오더니 피어싱을 박은 귀의 반대쪽 귀를 덥썩 잡았다.

그리고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거친 발걸음으로 안을 바(bar) 내부로 질질 끌고갔다.

"아! 마담, 천천히 가요. 아, 귀. 귀 좀 놓고!"

"시끄러, 인마. 내가 9시에 오라고했지, 11시에 오라고 했냐?"

"늦잠자서 그랬어요, 아! 마담, 진짜 아파요!"

"네가 늦잠을 한두번 자야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어. 네가 신입이야?"

마담은 이 안의 귀를 잡고 검은 카펫의 복도를 지나 바(bar)를 가로지르는 동안 직원들의 인사를 다 받아주는 여유를 부렸다.

그럴때마다 안은 직원들의 동정의 눈빛을 받아야만했다. 이것도 한두번도 아니고, 심지어 신입들조차도 익숙한 광경이었다.

11시에 오라하면 12시는 기본으로 넘겨서 오고, 오늘처럼 일찍 오라고하는 날이면 11시에 오고. 그러니 마담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호스트 바(bar)에서 여손님들의 높은 인기를 차지하는 이 얼굴 하난 끝내주게 잘난 이 안을 내쫓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안, 이제 오냐."

술을 만들던 바텐더 태인은 귀를 잡힌채 끌려가는 안을 보더니 풉하고 비웃으며 말을 건넸다.

어찌나 얄밉게 웃던지 이 안은 대답 대신 태인에게 희고 가느다란 중지를 펴보이며 혀를 베- 내밀었다.

태인이 그런 안을 보며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짓자 안은 이기기라도 한 냥 기분이 좋았으나, 마담이 그 모습을 보더니 안의 머리를 쥐어박아버려 오래 만끽하지는 못했다.

"아! 왜 때려요!"

"시끄러. 넌 왜 태인이 못 잡아먹어 안달이야."

"와, 마담 편애하는거 봐. 맨날 나한테는 푸대접이면서."

"네가 태인이처럼 일찍일찍 나와봐. 내가 널 때리기나 하나."

안은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댔으나 어느새 태인이 있던 넓은 바(bar)를 지나 붉은 카펫이 깔린 복도에 다다랐다.

강렬한 레드카펫에 분위기있는 조명탓인지 복도는 화려함으로 가득했다.

마치 이런 한적하다못해 지루하기까지한 조용하고 평범한 바(bar)에서 발을 담그고있는 것은 그만 두고 여기 엄청난 쾌락의 즐거움으로 걸어오라고 유혹하는 듯 했다.

몇 걸음 더 나아가자 샤크쇼크라는 명성에 맞게 넓은 홀에는 남녀 호스트들과 손님들의 술에 취한 웃음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복도에서부터 자랑했던 화려함이 홀에서 더더욱, 강렬하게 뿜어져나왔다.

밤늦게 찾아온 남녀손님들을 능글맞은 태도와 웃음으로서 그들의 기나긴 밤의 지루함을 쾌락으로 바꿔주는 안과 같은 호스트들이 일하는 곳.

여자들의 향수냄새가 진동을 하고, 웃어버리고나면 금세 잊어버릴 쓸데없는 담소가 오가고, 별 의미없는 수많은 만남들이 존재하는 이 곳.

그래, 이렇게 삐까뻔쩍한 이 곳은 이 안이 매일같이 보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역시 한태인 그 자식이 있는 곳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니까.

하긴, 그 목석같은 한태인은 이런 곳이랑은 어울리지않으니까, 차라리 어울리는 그 곳에 있는게 오히려 나을지도 몰랐다. 아니,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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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21 23:10 | 조회 : 1,991 목록
작가의 말
이잎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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