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착하게 살자



"아아.."



23세. 남자. 직업 작가.
현재 나는 무료한 표정으로 내가 쓴 소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냥 평범한 역하렘 소설이다.

한 여주가 있고, 그 주변으로 무려 6~7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여주를 좋아하고 여주 주변을 맴도는 그런 지극히 평범하고 흔하디 흔한 소설인 것이다.


오늘부로 이 소설은 완결이 났고, 나는 새로운 소재를 생각하려고 이렇게 무료한 상태로 있는 것이다.

심심해서 내가 쓴 소설을 1화부터 정주행했다. 2화 중에서 악역인 '최시현 '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았다. 2화부터 악역이 등장하는 이유는... 그냥 지나가도록 하자.

이 아이도 참 힘들게 살더라. 하지만 어떡하나. 내가 그렇게 만든 사람인데-


내가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을 하며 소설을 둘러보니, 갑작스레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못이겨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으음.."



눈을 뜨니 익숙한 우리집 천장..이 아닌, 낯선 천장이 보였...에? 에?!


"헉! 여.. 여기가 어디야?"


나는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무언가 달라진 듯한, 위화감이 드는 듯한 내 몸을 살펴봤다.



"...어, 라, 라..?"



성별이 바뀌었다는게 아니었다. 멀쩡히 달릴 건 달려있다만, 그냥 위화감이 들었다. 난 재빨리 책상에 있는 거울을 들어 확인했다.



"...으어얽! 이게 누구야!?"



나는 내 얼굴을 더듬으며 나 혼자 놀랐다. 한 번 소리를 지르니 다음부터는 어이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소리도 안 나왔다. 다시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뚫어져라 내 얼굴을 봤다.



"...이렇게 예쁜 얼굴이 나일 리가 없는데?"



아니, 그 전에 이 얼굴하고 몸은 내 거가 맞나?
나는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상한 상황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생각하는 시간은 꽤 길었다.

와중에 거울에는 예쁜 얼굴을 한 미소년이 내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고, 말하는 입모양도 같았다.


그래, 난 분명 오늘부로 완결난 지극히 평범하고 흔한 역하렘 소설을 완결시켰고.. 잠시 1화를 보고 시현이에 대해 잡다한 생각할 하고...

그 이후로 잠이 들어 난 이 상황에 놓였...고?


이렇게 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내 기억이 아닌 것들이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갑작스럽게 내 것이 아닌 기억들이 마구잡이로 흘러들어와 두통이 찾아왔다.

아픈 머리를 붙잡으며 기억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어렸을 때 가정폭력으로 인해 항상 상처를 달고 있었고, 심지어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을 당하고 이런 이쁘장한 얼굴로 인해 여러번 강간당할 뻔한 기억.


이 과거의 상황, 처지는 분명히 내가 쓴 역하렘 소설 속에 악역인 '최시현 '의 기억이었다.

뭐야, 그럼 얘가 최 시현이고 내가 걔한테 빙의했다 이런거야? 미친! 이게 말이 돼? 소설에서만 읽던 그 빙의를 내가??

나 혼자 실컷 패닉에 빠져있다가, 문득 최시현이 무척 힘든 삶을 살았다는 걸 알았다. 문제는 그 힘든 삶을 나로 인해 살게 되었다는 거지만.

약간의 동정심이 들었지만, 난 내가 최시현에게 빙의한 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발, 뭐가 어떻게 된거야."



최시현은 내가 만든 고단한 상황 때문에 삐뚤어졌고 여주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남주.. 라기보단 서브남주도 안되는, 그냥 엑스트라치고는 비중을 꽤나 차지하던 악역 1과 다름없었다.

아니,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다. 최시현은 그저 여주와 남주들을 이어주는 수많은 매개체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분명 시현이는 어찌저찌해서 여주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주변에는 이미 대여섯명이나 되는 남주들이 여주 주변을 감싸돌고 있었다.

그래서 시현이는 열등감과 소유욕 때문에 사고방식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했다. 그로 인해 시현이는 저절로 악역이 됐다.

여주와 남주들 사이를 방해하고 항상 사건을 터뜨려 곤란하게 만드는 그런 악역.

뭐, 악역의 마지막이 좋은 꼴 봤나? 시현 역시 마지막에는 그들의 손으로 인해 완전 끝장났다.


그런데 그런 최시현한테 난 빙의? 를 해버렸다.



"...착하게 살자.."



나의 결심이다. 인간의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나는 이 상황을 너무나도 빨리 수긍하고 적응하게 돼버렸다. 아니, 결심 전에 어느 시기지?

난 시현의 기억을 뒤져서 오늘이 며칠이고, 뭐하는 날인지 찾아냈다. 음, 오늘은 여주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는 날이군.



"시발?"



무심코 밖으로 내뱉은 욕설. 최시현이 제대로 망가지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여주와 남주들이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주한테 반하고 그게 시작이었지.



"내가 여주한테 반하나 봐라, 끝까지 모솔..은 좀 너무했고 무튼 다른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사귈거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지내보자, 라는 생각으로 두번째 결심을 했고 이걸 끝으로 시간을 확인하곤 얼른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나저나 다른 빙의소설들 보면 원래 여자이던 사람이 남자몸으로 빙의되었거나, 남자이던 사람이 여자몸으로 빙의됐던데, 난 그러지 않아서 무척 다행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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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10 12:47 | 조회 : 10,921 목록
작가의 말
온씌

웅냥ㅇ냥 여러분 안녕하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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