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아직은 조금 쌀쌀하고 추운 3월 초.
경화 고등학교의 입학식이 시작되는 소리가 들린다.


...왜 시작된다가 아니라 시작되는 소리냐고?

난...나는 아파 죽을거 같아서 양호실에서 아주 중환자 처럼 끙끙대며 앓아 누웠거든!
1, 2학년 담당 국어 선생님 인데다가 담임도 맡게되서 엄청나게 중요인물인데...
아파서....입학식에....가다....쓰러지다니....ㅠㅠ

의사는 매번 햇빛좀 보고 살아라고,
햇빛 조금만 봐도 면역력이 3배는 좋아질 거라고 하는데.
난 햇빛 알레르기다. 그것도 아주 아주 심한.
내가 학교다닐 때에도 한여름에 긴팔 긴바지.
마스크에 우산.
거기다가 모자도 매일 쓰고 다녔는데 항상 햇빛이 어떻게 닿았는지...

옛날에는 애들이 장난친다고 모자랑 마스크. 우산만 뺏고 운동장으로 밀쳤었는데,
내 피부가 순식간에 빨개지고 너무 힘들어 하니까 선생님 불러오고 난리 났었다.

그날은 조퇴도 하고 한 2주일쯤...학교도 못 갔었는데....
내가 너무 가려워서 긁다가 피 났거든... 그때 피 2리터는 흐를 정도로 계속 긁었지...
긁다가...긁다가.... 엄마가 와서 말리고....내 침대는 원래 피로 젖어있었다는 듯이...
검붉어서...정신차리고 보니까 좀 무서웠는데...

차라리 지금 보다는 그때가 더 나은것 같은데....
아... 진짜... 나 교사 왜 했지....

그리고....추억에 젖어있는 내 옆에....
커튼 하나만 열어 제끼면 있는... 이 새끼는... 1학년인데... 왜 여기있지....
신입생이...입학식에 안가...
아파 보이지도 않던데...얼굴에 밴드하나 붙이러 왔다더만....왜 안가지...
저 새끼 때문에 내가 맘편히 신세한탄하며 욕을 못해요...

덥다.... 빵빵한 히터에 내 옆의 난로 때문에 너무 더워 디지겠다...

내 복장도 문제가 있겠지만....

너무 심한 알레르기로 인한 내 패션은 항상 꽁꽁 싸매고 있다.
검은색으로.
머리에는 후드나 모자를 뒤집어 쓰고 마스크에 특수 제작 천으로 만든 안대.
목은 항상 목도리나 목티로 보호중.
손에는 장갑에 조금은 큰 카디건을 입고 발목을 살짝 덮는 바지.
머리카락은 길어서 허리를 다 덮었지만 다 싸매고 있어서 학생들은 모른다.

몰라서 다행이지만.

내 머리색은 보라색. 푸른 빛을 살짝 띄는 보라색이다.
아빠는 내가 태어났을때 정말 좋아했다는데, 내 머리카락 색을 보고 돌연변이냐며
엄마에게 이혼하자고 했다.

엄마는 흔쾌히 이혼했고, 위자료 어마어마하게 받아 잘 살 수 있었다는데.
아빤 지금 대기업 회장이다.
엄마 왜 이혼했어요...ㅠㅠ 아들 잘하면 제벌 2세 될 수도 있었는데...ㅠㅠ
아빠 재혼 안하고 있다는데...머리 염색하고 찾아가볼까.(진지)

그나저나 더워 죽겠어!!!!!!!!
더워!!!!!!!!! 덥다고!!!!!!!!!!!!
그냥....모자랑...마스크만...아니 안대도....벗고 있자.
사람 온다 싶으면 빨리 쓰면 되니까....

<부스럭 부스럭>

? 뭐야 생각보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크네...으...

....와!!!!!! 살거 같다!!!!!!!

양호 쌤이 커튼도 쳐주고 가고, 쌤! 내가 다음에 좋은 선물 드릴께요!
...그나저나.
얘는 진짜 안가나?

아. 부스럭 거린다.
이제 갈건가?

하...쟤 가면 나 진짜 맘 놓고 편하게 있어야지.

<촤락>

?! ?!

? : " 뭐야, 학교인데 왠 보라색 머리칼? 거기다 존나 기네? "

와우 씨바 ㅈ 되따 학생한테 걸렸네?

영우(국어 쌤) : " ㅇ...어....뭐...뭐야... 갑자기....."
? : " ....교복이 아니네? 혹시 쌤이에요? "
영우 : " ㄱ....국어 담당.... '유 영우' 입...니다? "
? : "뭐야. 내 차례에요? 그럼 나는 이번 신입생 '한 빛' 이라고 합니다! "

와 이름 독특하다 빛 이라니...
근데 ㅈ나 안어울리는 이름이다. 키 엄청 커.

영우 : " 하...한 빛? 외.. 외자....야? "
빛 : " ㅋㅋ 네. 아무도 빛이라고 안부르고 한빛이라고 불러요 "
영우 : " 와... 이름이랑 되게 안어울린다..... "
빛 : " 네? 뭐가요? 얼굴이랑요? "

?! 뭐야 나 소리네서 말했나?!

영우 : " 미..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

헐 ㅎ...혹시 화났나?!
그런건가?! 나 어쩌지?!

빛 : "ㅋㅋㅋㅋㅋㅋㅋ쌤 나 그런소리 많이 들어서 괜찮아요 ㅋ
그러는 쌤도 이름이랑 안 어울리게 생겨놓고? "
영우 : " 내가 어때서? 나 이름이랑 얼굴 안 어울린다는 소리 처음 들어보는데"
빛 : " 와 그럼 쌤 주변 사람들이 존ㄴ 신경 써주나보다
얼굴보면 그 소리 못 할것 같은데 엄청 예쁜데? 고양이상. 딱 내 취향이네 ㅋㅋ"
영우 : " 쌤 상대로 그런 소리하면 찍힌다. 근데 내가 고양이 상이야? "

난 내 얼굴 못 보고 산지 꽤나 된거 같은데
쟤는 내 얼굴 어떻게 아는 거지? 나 매일 얼굴도 싸매고 있는데

빛 : " 근데 쌤 옆에 그것들은 뭐에요? 모자, 마스크. 안대? 안대는 왜 있어요? "
영우 : " ?! 우왁 씨ㅂ 깜빡했다 존ㄴ 큰일났네?!!!!! "

빛 : " 와....쌤 진짜 깬다....어떻게 그 얼굴에 그런 말.... 물론 편견인건 알지만 쌤은
막...순수한 요정? 그런 느낌이었는데 ㅋㅋ 씨ㅂ래ㅋㅋㅋ존ㄴ랰ㅋㅋㅋ"
영우 : "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입이 좀 험한 편이라서? "

빛 : " 근데요 쌤. 나 지금 쌤한테 반한거 같은데. "
영우 : " ...나 교사다. 아니 그전에 남자다. "
빛 : " 아, 진짜!! 알고 있거든요?! "
영우 : " 아니 내가 호모싫어하지는 않거든? 여기 남고라서 그런 애들 종종있고.
우리 학교 유난히 많은 편이고. 학교 이름도 경화 고 잖아. 거울 경 에 꽃 화. "
빛 : " ? 학교 이름이랑 상관이 있는 거에요? "
영우 : "몰랐냐? 학교 이사장이 여기 일부러 동성애인 애들 마음편히 연애하라고 지은 학교인데다가 거울 속의 꽃 같이 아름다운 애들 많이 오라고 경화 고등학교 라면서 으으... 여기 입학식때 말해 줄텐데? "
빛 : " 난 땡땡이 치고 여기서 놀고 있잖아요 "
영우 : " 아. 그러네."
빛 : " 쌤. 그래서 나 쌤 한테 반한거 같다니까요? "
영우 : " 니 감정을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
빛 : " 어...사귀자구? "
영우 : " 미쳤냐?! 사귀는건 내가 싫어! 교사직 잘린다고!! "
빛 : " 그럼 쌤 따라다녀도 괜찮아요? 쌤 수업 몇반 들어가요?
우리반은 들어가나? 쌤 동아리 지도 교사 맡은거 있어요? 어디에요?
쌤 학교에 차 타고 와요 아니면 걸어서 와요?
집은 가까워요? 여기 월급 잘 주나요? 근데 쌤 나 피어싱 하고 있는데
여긴 교칙위반 아니에요? 자유인가? 이성교제가 자유라는 소린 들었는데?
근데요 쌤 키가 몇이에요? 나이는 ? 생일은 언제에요?
그렇게 꽁꽁 싸매고 있으면 안더워요? 여름에는 좀 간단하게 입나? "
영우 : " 악 !! 시끄러워 이 새끼야!!!! 내 나이는 27이고 생일은 7월 21일 이다!
학교는 차 타고 오고 집 멀어! 나 월급 꽤 잘 받고 있고! 여기 교칙 염색만 빼면 거의 다 괜찮아! 내 키는 알아서 뭐하려고?! 그리고 나 1, 2학년들 수업 거의 들어가니까 걱정 하지마! 아씨 소리지르니까 머리 아파 죽겠네!!!!!! 나 잘거야!!! 꺼져!!!! "

빛 : "....따라다니는거. 허락 한거죠?"
영우 : " 아!!!! 몰라!!!!!!!!!!! 너 알아서해 !!!!!!!! 내 신상을 팔아먹던가 수업시간에
잠을 퍼 자던가 너 알아서 다 하라고!!!!!!!! "
빛 : " 진짜요? 쌤이 말한거에요! 꼭 지켜야 해요! "
영우 : " 알겠어!!!! 빨리 꺼져 이 새끼야!!!!!!!! "

빛 : " ....계획대로. 고마워요, 영우 쌤. (중얼)

빛 : " 쌤 그럼 저 이제 가 볼게요! "
영우 : " 그래...알겠다고....제발 가...."

<드륵.>

빛 : " 쌤. "
영우 : " 왜. "
빛 : " 좋아해요 "
영우 : " 미친새끼. "
빛 : " 그래도. "
영우 : " ...빨리 꺼지기나 해. "
빛 : " 알겠어요. 진짜. 갈게요. "

<탁.>

영우 : " 후.... 설마...애들한테 내가 보라색 긴 생머리에 고양이 상의 국어 선생이다.
라고 소문을 내지는 않겠지...? "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지.


그렇게 나는 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고.
나는 앞으로의 일은 상상도 못한 채로 그렇게 처음으로 깊게 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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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05 23:51 | 조회 : 4,566 목록
작가의 말
platypus

엄청 띄엄띄엄 올라오는 소설이니 막 10년 후에 올라올 수도 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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