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저게 뭐야


집에 오는 내내 영우의 머릿속은 온통 빛으로 가득했다.

하는 행동, 내뱉는 말.

하나같이 이해도 안되고 예상도 안되는 녀석.

" ...이상한 놈. "

빛을 이상한 놈이라 말하면서도 영우의 입은 웃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 자신의 차를 차고에 주차한 영우는 한참을
차고에 서 있었다.

사실 마음만큼은 빨리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쉬고 싶었지만 차고 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가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 크륵....크르릉..크르.. >

벌써 20분 째.

집을 나서기 전에도 들렸던 거 같긴 하지만 그때는
신경쓸 여유가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 무서운데... "

짐승이 내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에 차고 밖으로
머리만 살짝 내밀어 주위를 살피던 영우는 바로 근처에서
소리가 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휴대폰 불빛을 비춰
잔디 사이를 살피다 동물 같은 실루엣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피다 동물의 목에 목줄 같은 것이 채워져 있기에
영우의 엄마인 시연이 데려온 듯 했다.

그러나 애매한 모양새에 무슨 동물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 저게... 뭐야...? 고양이..치고는 크고... 호랑이..같이 생긴.....개..같기도 하고...? "

알 수 없는 생김새에 영우는 당황했지만 위험해 보이지는
않자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영우는 겉옷과 모자를 벗고 멍하니 생각했다.

애매하게 생긴 동물을 임시로 뭐라 불러야 할까.

" 호랑이와 고양이, 개를 닮았으니 호고개..? "

본인이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구린 작명센스에 임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포기했다.

호고개가 뭐야 호고개가...

영우는 씻으러 욕실로 가는 도중에도 자신의 구린 작명센스를 곱씹었다.

옷을 벗은 영우는 거울을 보며 목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빛이 남긴 키스마크를 살짝 문질렀다.

건희쌤...은.... 자국 잘 안 남기셔서 그런가...
느낌이..새롭...다고 해야 하...나...?

새학기 첫날 부터 이상한 학생을 맡았다.

건희쌤은 그 애를 어려워하는 눈치다.

그 애는 나와 건희쌤이 붙어있는 걸 싫어한다.

나는 그 애와 키스를 했고 나는 그게 싫지 않다.

그렇다면 건희쌤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하나..?

영우는 목의 키스마크에서 손을 때고 말했다.

" 아니지! 내가 뭣하러 걔를 신경써. 내 남친도 아닌데. "

쓸데없는 생각은 안돼.

난 교사라고.

그 녀석은 이제 고 1이야. 무려 10살 차이라고.

샤워기를 틀고 그 아래에 서서 머리를 감던 영우는 다시
생각했다.

그래도 생긴건 내 취향인데.

아니지.

그래도 이건 범죄잖아.

범죄는 절 . 대 . 안 . 돼 .

영우가 안된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긴 머리카락이 고개를 흔드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입욕제를 넣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서 영우는 다시 생각에
빠졌다.

근데 솔직히 한 빛 그녀석은 날 좀 많이 도와줬단 말이지...

오늘 쓰러졌을 때도 날 양호실까지 데려와줬었고 그리고
약도 먹여...주고.. 담배도...음... 사다줬고.. 울고 있을 때
진정하라고 안아도 주고. 사이 사이에 과한 스킨십만 없었어도 진짜 완전 좋은데.

" ...키스도..잘하고. "

입술을 매만지던 영우는 빛이 약을 먹여주던 때를 떠올리며
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다 빛이 영우의 손등에 짧게 키스하고 화사하게 웃던
모습이 생각이 나자 얼굴이 더욱더 달아올랐다.

심장도 막 두근거렸다.

영우는 뺨을 찰싹찰싹 때리며 말했다.

" 정신차려 유영우. 왜 이렇게 계속 한 빛 녀석 생각이야.
내일 아침에 어떻게 보려고 이래.
오늘 처음 만난 애고 첫날부터 볼 꼴 못 볼 꼴 다 봐버려서
가깝게 느껴지는 거야. "

근데 무릎 위에 앉았을때 느껴졌던 소중이가 서지도
않았었는데도 그렇게 존재감이 뚜렷했는데 서면 도대체...

" 아니 나 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미친.
진짜 내일 얼굴 어떻게 보려고 계속 이러는 거래..? ''

욕조에 너무 오랫동안 몸을 담그고 있어서 그런 걸 거야.

그래서 점점 미쳐가는 걸 거라고....

결국 영우는 욕조에서 나와 몸을 씻고 나왔다.

미리 준비해둔 잠옷을 입고 머리를 말리며 방으로 돌아가던 중,
창 밖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여기 2층인데...?

영우가 조심스레 창 밖을 봤을 때에는 나뭇가지 위에 까마귀가 앉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영우는 쪽팔렸다.

아무 것도 아닌 까마귀라서 더 쪽팔렸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길고양이 같은 거였으면 아 뭐야 고양이네 하고
넘겼겠지만 이건 다르다.

뭐가 다르냐 싶겠지만 길 가다가 누군가 쳐다본다 싶어서
뭔가 봤더니 길고양이였다 와 봤더니 비둘기였다 의 차이다.

이상하게 정체가 새였으면 쪽팔린 기분이다.

영우는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갔다.

벌써 시간이 11시가 다 되어 간다.

시간을 확인한 영우는 침대에 누워 뒹굴다가 일어나 방의
불을 끄고 커튼을 쳤다.

다시 침대로 돌아와 이불 속에 들어가 누운 영우는 조금
뒤척이다 잠들었다.









그날 밤, 영우는 빛과 자신이 ㅅㅅ하는 꿈을 꿨다.

7
이번 화 신고 2020-04-26 20:15 | 조회 : 1,922 목록
작가의 말
platypus

요새 탈모 온건지 머리가 동물 털갈이 마냥 엄청 빠져서 고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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