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니게르입니다.


소년은 눈을 감았다. 막혀 있는 천장을 바라보며, 빛나는 밤 하늘을 떠올리며.

***

"…."

좁고 어두운 방 안. 한 아이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잠겨 있던 문이 몇 번 소리를 내더니 살짝 열렸다. 열린 문틈 사이로 갈색 눈동자가 엿보였다.

"동생아. 동생아!"

눈이 가볍게 휘었다. 따스한 갈색 눈동자가 웅크리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작게 속삭이듯 말을 내뱉은 소년은 아이를 불렀다.

"….혀엉…?"

"혀엉이 아니라 형."

아이는 꼬물꼬물 일어나 문틈으로 다가갔다.

"형."

아이가 갈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아이다운 맑은 미소에 소년은 다시금 웃어보이곤 틈새로 손을 내밀었다.

"…?"

아이의 머리 위로 솟은 검은 토끼 귀가 움찔거렸다.

"짠."

소년의 손 위에는 달콤한 초콜릿이 들려있었다.

"힘들게 빼온거야. 자, 아."

소년의 말에 아이가 작은 입을 벌렸다. 소년은 작은 입 안에 초콜릿을 넣어주었다. 아이의 볼이 붉게 상기되며 눈을 반짝였다.

"마시써어…!"

"응, 맛있어?"

소년은 아이의 모습을 보곤 씁슬히 웃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아이의 귀가 까딱였다.

"형, 혀엉."

아이가 소년의 팔을 당겼다. 소년은 싱긋이 웃으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미안한듯 웃었다. 문이 닫혔다.

아이는 마지막까지 소년을 쳐다보았다.

***

"아."

문 밖에서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키이로의 얼굴이 모습에 들어왔다.

"주인님…."

울상의 모습에 소년은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원래 제 발소리 듣고 나오셨는데에…안나오셔셔 걱정했어요오…."

곧 울것같은 모습에, 소년은 소매로 키이로의 눈물을 톡톡 닦아냈다.

"잤어."

"아, 악몽은요?"

"..…괜찮은것, 같은데."

악몽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자던 소년이었기에, 키이로는 울먹거리면서도 물어왔다. 소년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것은 좋은 추억인가, 악몽인가.

"다, 다행이에요…"

한차례 숨을 내쉰 키이로가 소년의 손을 끌었다.

"네그로 님 께서 찾아요."

"형이….?"

소년은 조금 착잡한 표정으로 키이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밝은 방 안에 도착하자, 키이로는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이미 얘기가 길어질것이란 언질을 받았기에, 그는 검술을 연습하러 달려갔다.

"….그래도, 네그로님은 좋아하시니까…"

키이로는 슬쩍 문을 쳐다보고 달려나갔다.

"형."

닫힌 문을 슬쩍 바라보고, 뛰어나가는 키이로의 발소리를 듣고 나서야 소년은 고개를 돌려 네그로를 쳐다보았다.

"니게르."

부드럽게 웃는 형을 보고 소년은 마주웃었다. 마음속은 불편했지만. 니게르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은 자신의 형이었으니.

"응, 형. 왜불렀어?"

"다른 애들은 어때?"

다른 애들이 사대 가문의 아들들 이란 것을 깨달은 소년은 네그로의 앞에 앉았다.

"괜찮았어."

"좋았어?"

"응."

소년은 거짓말을 했다.

"잘 대해줬어?"

"응."

"즐거웠니?"

"응, 물론."

소년은, 또 거짓말을 했다.

"…..응, 우리 니게르가 즐거웠으면 된거지. 그치?"

"응."

소년은, 또다시 거짓말을 입에 담았다.

"니게르, 이리와봐."

소년이 다가가자 네그로 소년을 품에 꼭 안았다.

"형이 미안해.…내가 힘만 있었다면 널 데리고 이곳을 떠날텐데…"

"…응…"

네그로는 소년을 꼭 품에 안았다. 그동안 소년의 머릿속으론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떠돌아 다녔다.


….내가 더 미안한데. 거짓말하고, 아픈것도 말 안하고…내가 더 미안한데….

소년은 네그로의 품에 더욱 더 파고들었다.

***

"주인님."

"왜?"

"괜, 괜찮아요?"

키이로는 소년의 등을 보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자기 또래의, 자기보다 작은 몸집의 주인의 등에는 무수히 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흉터는 어디 전장에서 굴렀다가 온 용병같이 많았다.

"안되겠습니다. 치유사를, 아니, 하다못해 의사라도…!"

"안돼."

소년은 일어서던 키이로를 붙잡았다.

"하지만..!"

"안돼. 키이로, 내말들어."

"…제가 치료한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그럼 내가 해?"

"..…"

키이로는 자리에 앉고 다시 소년의 등을 치료했다. 가주의 방에 갔다 온 후, 소년의 등에서 흘러나온 피가 의복을 적셨기에 키이로가 알아차려버렸다.

"왜 여태까지 숨기셨습니까?"

"…네가 걱정할걸 알았으니까."

"전 맘편히 걱정도 못합니까?"

"난 네가 날 걱정하는걸 보고싶지 않아. 나 때문에 우는 것도 싫고."

"…그럼 주인님 때문이 아니라 니게르 때문에 울래요."

키이로는 소년이 이름과 자신을 따로 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소년은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키이로."

"네?"

"미안. 앞으로는 말할께."

치료를 다 한 소년은 키이로를 끌어안았다.

"주인님."

"…니게르."

"…..니게르님?"

"응, 잘했어."

키이로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작은 손의 온기를 느꼈다.


소년은 이름을 어찌할까 고민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아는 자신은 니게르일텐데, 자신 혼자 니게르가 아니라고 해봤자 달라지는건 없었다. 소년은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더 이상 소년에게 남은 방법이 없었다.

더 이상 피할수 없다. 이제 끝은, 낭떠러지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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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29 14:37 | 조회 : 2,052 목록
작가의 말
11月

쓰는건 저쪽이 재밌고 캐릭터는 이쪽이 더 애정이 가네요.....분위기 차이 때문이지만요. 이쪽은 진짜 어둡다고;; 딥 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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