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저택

"시안."

"응, 왜?"

니게르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시안을 잠시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가리켰다.

"…."

온통 검은색의, 진득하고, 기분나쁜 무언가.

"악몽이네. 이 저택에선 안나오는줄 알았는데…"

"….부탁, 할께…"

니게르는 살며시 뒤로 물러났다.

"응, 자기. 나만 믿어."

시안은 앞으로 뛰쳐나갔다. 무수히 많은 촉수들을 베어 넘기는 시안을 보며, 니게르는 생각에 잠겼다.

***

"…."

"안녕, 네가 니게르야?"

흑발의 소년이 니게르에게 말을 걸어왔다. 니게르는 고개를 살짝 들고는 소년을 마주보았다. 그때의 남자와 똑 닮은 보라색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응."

"난 에이프리코트 가문의 아르드와즈야. 앞으로 잘부탁해?"

내밀어지는 창백한 손을 니게르는 살작 잡았다 놓았다. 뱀파이어 특유의 차가운 손이 기분나빴다. 니게르는 앞에 놓인 찻잔을 손으로 들어올리곤 입을 댔다.

살짝 단 향이 콧속으로 들어왔다. 아르드와즈는 빙글빙글 웃으며 니게르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니게르는 눈을 내리깔았다.

"아버지가 말이야…."

슬쩍 운을 때는 아르드와즈의 말에 니게르는 그를 살짝 쳐다보았다.

"너네 가문이랑 동맹을 맺을 때 했던 말이 있는데,"

아르드와즈의 손이 니게르의 목에 닿았다. 차가운 손에 니게르의 몸이 움찔 떨렸다.

"이곳에 예쁜 애가 있다고 했거든?"

손이 점점 내려가, 약간은 헐렁한 옷이 니게르의 어깨까지 내려갔다.

"몸도 이쁘고, 앙앙거리며 우는 소리도 예쁘댔는데,"

아르드와즈가 니게르에게 다가갔다. 니게르는 가만히 그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나한테도 보여주지 않을래?"

아르드와즈는 살짝 눈을 접으며 말했다. 니게르는 아르드와즈의 손을 잡고 떼어냈다.

"….보고싶으면 아버지한테 물어봐."

니게르는 옷을 추슬르곤 몸을 일으켰다.

"정당한 보상을 제시한다면,"

키이로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먹을수 있을테니까."

방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아르드와즈의 귀에 키이로와 니게르의 대화가 들어왔다.

"뭔 얘기 했어요, 주인님?"

"아무것도."

"그래요? 그 사람은 어떤가요?"

"글쎄…."

그 뒤로는 들리지 않았다. 아르드와즈는 손끝에 남은 온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니게르의 몸은 그닥 뜨겁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기억에 남는거지

새하얀 피부와, 언듯 보이던 유두가 머릿속에서 생각되었다. 그 하얀 목에 이를 박아 넣고···

아르드와즈는 고개를 휘젖고 니게르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무기력한 검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볼때면, 어째선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뛰었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뛰지 않았던 그의 심장이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그것이 가르키는 바는 명확했기에, 아르드와즈는 비교적 자신의 심정을 빨리 깨달을수 있었다.

"하하…."

나즈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첫눈에 반한다는게 이런건가?"

심장 부근을 꾹꾹 누른 아르드와즈는 싱긋이 웃었다. 이렇게 된 이상, 꼭 잡아야지. 자신의 심장이 뛰지 않을때까지.

***

"…..다 끝났어?"

"응. 그런데, 저택이 많이 더러워져 버렸네, 미안 자기."

시안은 단검을 털어냈다.

"악몽이라고 불리는 주제에 이런걸 남기다니, 악취미네."

시안은 검게 그을린듯한 저택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악몽이 실체를 갖는다는것 자체가 이상한 겁니다."

시로는 살며시 걸어와 니게르를 품에 안았다. 시안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뭔상관이냐는 듯이 돌아보았다.

"왜이렇게 늦은거야? 자기가 위험해졌으면 어쩌려고."

"악몽에겐 나보다 시안이 더 위협적이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반은 뱀파이어나 마찬가지잖습니까?"

"오, 그럴리가. 설마 내가 웃는 얼굴의 광인보다 강하겠어?"

시안은 과장된 몸짓을 선보이며 말했다. 그에 니게르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곤 입을 열었다.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너무하다, 자기♡"

시안은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시야에서 시안이 사라지자, 니게르는 시로의 품에서 벗어나 복도를 쳐다보았다.

"….이상해."

"뭐가요?"

"….저택 안쪽까지 악몽이 오는건 처음이잖아."

"어쩔수 있겠어요? 천년이나 된 저택인데."

시로는 언제나 그렇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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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06 00:11 | 조회 : 1,609 목록
작가의 말
11月

11분 지각....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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