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가 있었다.

"…."

어두운 방 안에서는 붉은 눈동자 한 쌍만이 반짝였다. 그의 시선이 밖을 향했다. 둥근 달이 창문에 가까이 보였다. 새벽을 가르키는 달을 본 니게르는 눈을 깜빡였다.

어째서 지금 깨어난걸까. 한번 아카와 자고 나면 깊이 잠들었는데. 니게르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으음…"

아카의 팔이 니게르의 몸에 걸쳐졌다. 아카의 품에 안긴 니게르는 억지로 눈을 감았다. 방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니게르는 아카의 품을 빠져나왔다.

부드럽게 열린 문 사이로 금빛 눈동자가 보였다. 니게르는 침대에서 조심히 내려와 그를 마주보았다.

"오랜만이야, 니게르. 잘지냈어?"

"…카나리아, 왜…?"

카나리아는 니게르를 껴안았다. 그러곤 그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니게르는 잠시 움찔거리더니 머뭇거리며 팔을 들어 카나리아를 껴안았다.

"니게르, 괜찮아?"

"….너야말로..."

니게르는 자신의 옷이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니게르는 카나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난 네 대신 울어주는거야. 알겠어…?"

실컷 울고있으면서도 되도 않는 말을 던졌다. 니게르는 가만히 카나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밝은 노란색의 머리카락이 보드라운 느낌을 내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카나리아는 얼굴을 떼냈다.

카나리아의 붉어진 눈가를 살짝 쓰다듬어준 니게르는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카나리아를 향해 손짓했다.

"어디가…?"

침실에 딸려 있는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간 니게르는 쇼파에 앉았다. 그러곤 옆자리를 두드렸다. 카나리아는 설핏 웃으며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있지, 이건 비밀이야. 응?"

니게르는 카나리아가 내미는 손에 손가락을 걸었다.

***

카나리아는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수인족들은 몇년전만 하더라도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의해서만 태어날수 있었단다. 수인과 수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기형이었지. 물론 영물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런데, 알드리그나 제국의 마지막 황녀, 라이라 드 알드리그나가 죽자 더 이상 기형아가 태어나지 않았단다."

그녀는 책상에 놓인 차를 조금 마셨다. 고운 금발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어깨를 타고 내려갔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이유는 하나의 반지때문이라고 들었단다. 처음에는 투명했다가,"

카나리아의 눈이 반짝였다.

"수천명의 목숨을 바치면 붉어지고,"

카나리아는 찻잔의 손잡이를 살짝 잡았다.

"어느 두 아이들 중 한 명의 목숨을 취하면 푸르게 변하는 보석을 가진 반지."

카나리아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 반지는 사람을 불사로 만든다고 하지. 아, 지금은 붉은 상태라는구나."

"수천명의 목숨을 가져갔다고요?"

"그렇다고 볼수 있겠지?"

"어째서…수천명의 목숨을…사람들은 동족을 좋아하지 않나요?"

카나리아는 잠시 그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금은 슬픈듯한 눈동자로 카나리아를 바라보더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게 아니란다. 그들은 악몽에 걸린것 뿐이었지…"

"악몽이요?"

"그래. 인간들에겐 가장 최악의 저주. 순혈 뱀파이어와 몇몇 이계인들만이 다룰수 있는 것들."

"아무리 그렇다지만 수천명을…"

그녀는 창 밖에서 시선을 떼고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사람들을 미워하진 마렴. 그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수 없었던 것이니까."

"….이해가 안돼요."

그녀는 조용히 카나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니라아는 앞을 바라보았다. 온통 찢긴 그녀의 시체가 보였다. 그녀의 몸 위에는 종이가 한 장 놓여있었다.

[옛날, 하나의 반지가 있었다. 뭐가 되었든 생명체라면 불사로 만들어주는 반지가. 그 반지에 붙어있는 보석은 처음에는 돌같다가,
소유주가 생기면 투명해지고,
수천명의 목숨을 가지면 붉어지며,
두 명의 아이 중 하나를 바치면 푸른색으로 변한다.
반지의 소유주는 무조건 두 명의 아이를 낳게 되어 있으며, 선택지는 두가지이다.
수천명의 사람들과 자신의 아이 한 명을 죽여 불사를 얻거나,
자신의 아이에게 반지를 물려주어 아이의 아이가 그 선택을 대신하게 하거나]

카니라아는 정갈한 필체로 쓰여진 종이를 주웠다. 그녀를 죽인 범인은 인간이었다. 일명 자살 테러, 였을텐데. 왜 종이가 있는걸까. 심지어 종이는 별의 별 마법처리가 걸려있는데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와 형 밖에는 풀지 못하도록 되어있었다.

"…."

카니라아는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어린 소년의 두 눈에 독기가 차올랐다. 아니, 광기라고 봐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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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13 00:20 | 조회 : 1,292 목록
작가의 말
11月

제 전작인 암살을 합시다를 보신 분들은 아이들과 반지가 무엇인지 조금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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