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머리의 아이들

니게르의 어깨에 카나리아가 머리를 기댔다. 그러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늘, 드디어 범인을 잡았어."

"범인…?"

"응, 우리 어머니를 죽인 범인."

니게르는 가만히 카나리아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자살테러를 지시한 사람. 그 사람이 누구였냐면, 알드리그나 제국에 황제, 아니, 황녀? 를 따르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어. 가니쉬 솔레이르. 솔레이르 왕국의 첫째."

카나리아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 사람, 그래도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주던 사람이었는데. 어떡게, 어떡게 그럴수가 있지?"

니게르는 자신의 어깨를 타고 흐르는 뜨뜻한 눈물을 느꼈다. 카나리아의 어깨가 잘게 떨리고, 발음이 흐려진다.

"그 사람이 어떡게 생각했을까? 자기가 죽인 사람의 아들이 그것도 모르고 자기한테 친하게 구는걸…! 얼마나, 얼마나 멍청하게 봤을까…!!"

한숨섞인 말이 흘러나왔다.

"뻔뻔하다고. 자기가 죽인 사람의 아들이 힘들때 도와준 이유는 뭐지? 재미로? 나랑 친해지면 뭐라도 떨어질줄 알아서? 내가 그 사람이 그랬다는 걸 영원히 몰랐을꺼라 생각한걸까?! 그 정도로 나와 내 가문이 얕보인건가…!!"

화가 나서 두서 없이 내뱉은 말이 다시끔 심장을 찔러, 목을 매이게 한다. 카나리아는 답답한듯 몇 번 가슴을 쳤다.

"….인간은 정말 짜증나…"

그렇게 몇 시간이고 한탄이 흘러나왔다. 나중에는, 그저 작은 중얼거림에 불과했다. 그것은 그 감정의 찌꺼기일 뿐이지만, 그마저도 니게르는 가만히 들었다. 카나리아가 완전히 잠들자, 니게르는 그에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잘 자."

조용한 목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방의 불이 꺼지고, 작은 발소리가 몇 번인가 들려왔다.

"…."

창가의 쇼파에 걸터 앉은 니게르는 달을 바라보았다.

"…."

카나리아가 사람을 싫어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사람에게 살해당한 뒤부터 그랬고, 사람들이 저지른 악행들과 수인들에게 해왔던 짓들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 카나리아가 마음을 내준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하나가 가니쉬였다. 다른 왕국에 까지 소문이 돌 정도로 착한 사람이라는 가니쉬 였기에 그나마 마음을 열었을 터였다.

니게르는 알게되었다. 더 이상 카나리아가 사람을 싫어하던 것 이상으로 배척하리란 것을.

***

어두운 철장 안이었다. 거대한 붉은 늑대가 있었고, 나체의 여인도 있었다. 거대한 그것을 세운 늑대는 나체의 여인에게 무식하게 박아대었다.

철장 안에는 무수히 많은 시체들이 있었다. 그 광경을 다른 철장의 아이들은 두 눈에 담고 있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저 장면이 자신들이 태어날 때와 같은 장면 이라는 것을.

다른 철장에선 붉은 늑대와 다른 동물들이 관계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철장 안에는 언제나 발정한 붉은 늑대가 있고, 다른 동물이나 사람, 수인이 그 철장 안에 들어갔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붉은 머리카락이 아니라면 죽었고,

늑대가 아니어도 죽였으며,

여러 훈련들을 거치치 못하면 죽었다.

이곳은, 하나의 무법지대다. 이 모든 것이 단 하나의 가문을 위해서라니, 이 얼마나 웃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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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16 23:59 | 조회 : 1,134 목록
작가의 말
11月

드디어....드이어...! 넵, 이제야 카나리아의 과거가 끝입니다. 진도 빨리 나가긴 하네요. 아직 아카랑 시로가 남았고, 니게르의 이야기도 끝마쳐야 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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