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알수가 없었다. 그 무엇도.

니게르는 숟가락을 들었다. 묽은 흰죽을 퍼 입 안에 집어넣었다. 아무맛도 안나는 죽을 꼭꼭 씹어 삼킨다. 조금의 고소함이 느껴졌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시안이 니게르에게 말을 걸었다.

"주인님. 형에 대해선 안궁금해요? 네?"

숟가락이 공중에서 멈췄다. 밤하늘을 꼭 닮은 한 쌍의 눈동자가 시안을 바라보았다.

"궁금한가 보네. 반말 쓰게 해주시면 말해드릴께요."

니게르는 다시 숟가락을 움직거리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니게르는 애초부터 누군가에게 존대를 받고싶은 마음이 없었다.

"음, 흑의 가문의 가주가 네그로 님으로 바꼈어. 다리는 아직도 못고쳐서 그냥 그대로 지내기로 했다네. 그리고 너를 엄~청 애타게 찾고 있어. 가문에서 아예 찬밥신세는 아니었나봐?"

시안은 깐족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의 손에는 서류가 몇 장 정도 들려있었다.

"금의 가문의 막내인 카나리아 님도, 적의 가문의 아카 님도, 백의 가문의 첫째인 시로 님도 너를 찾고있어. 진짜 인기 많구나."

니게르는 숟가락을 내려두었다.

"아, 다먹었어? 사과라도 갖다줄까?"

"아니."

"필요한건?"

"딱히…"

니게르는 이불을 꼭 쥐었다. 핏방울이 번진 이불을 바라보던 시안은 새 이불을 가져온다며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젠….은…데…"

발음이 뭉개지며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니게르는 멍하니 새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 니게르는 침대 등받이에 기댔다. 푹신한 베개가 등을 감쌌다.

"….이젠 싫은데."

차가운 쇠의 익숙한 감촉이 느껴졌다. 부딫히고 쓸린 발목이 아프다며 통증을 보내왔다.

"아픈것도 싫고,"

닫힌 방문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같혀있는 것도 싫은데…"

붉은 꽃잎 옆으로 투명한 꽃잎이 한장, 두장 떨어졌다.

"….더 이상 방법이 없어…."

목소리가 떨린다. 목이 매인다. 꽉 막혀서, 더 이상의 말을 내뱉을수 없는데도, 니게르는 입을 열고 한자, 한자 말을 이었다.

"이런건….싫, 어…."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그게 끝이었다. 눈물이 멈췄다. 더 이상 울수 없었다. 니게르는 눈을 감고 몸을 완전히 뉘였다.

차라리, 모든것이 지나갈때까지 잠들고 싶었다. 이대로 눈을 뜨면, 아무것도 안보이길 그는 바라고 있었다.

***

새하얀 아이가 있었다. 새벽의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 처음 뜬 해처럼 반짝이는 금색의 눈을 가진 아이, 마음까지 하얘서 다른 사람을 이해할수 없었던, 그런 요정같은 아이.

모두에게 미움받던 아이는 직접 배울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웃는지, 어째서 우는지, 어째서 화를 내는 것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아이는 그렇게 사람을 배웠다.

다른 사람이 웃으면 웃었고, 다른 사람이 울면 울었으며, 다른 사람이 화내면 화냈다. 어느새 아이는, 구별할수 없을 정도로 사람같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요정 같은 아이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수 없었기에,

"….모르겠어…이게, 무슨…"

알수 없었다.

"무슨.…느낌, 이지…? 왜, 왜…."

왜 사람들이,

"왜 이렇게….왜 이렇게까지 아픈거야…?"

울고,

"…...아,파…"

웃으며,

"이렇게 까지 아픈거야….?"

화를 내는것인지,

"모르겠어, 이젠…전부, 전부 모르겠어요…"

아이는 아마 영원히 알지 못할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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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31 21:36 | 조회 : 1,60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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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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