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없는 장미꽃

가니쉬 솔레이르, 아니, 이젠 가니쉬 드 알드리그나. 결 좋은 금빛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느려뜨려 졌다. 냉정하고 차분한 갈색의 눈동자가 눈 앞의 자들을 천천히 살폈다.

"…알드리그나 제국의 황제를 뵙습니다."

가니쉬는 마주 고개를 숙였다.

"나 역시 금의 가문과 백의 가문, 적의 가문을 환영하네."

카니리아는 실실 웃으며 하고싶은 말을 말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희 셋을 에이프리코트 가문의 영지에 발을 들일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유가 무엇인가?"

"제 소중한 친우가 그곳으로 납치되었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한 이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황제의 고개가 마음에 안듯다는 듯이 기울어졌다.

"물론, 그에 대한 보답은 준비해 두었죠. 많약 친우를 구한다면, 더 드릴수 있답니다."

카니라아의 손짓에, 옆에 있던 시종 한 명이 상자를 열었다. 색색의 보석들이 들어 있었다.

"그거 하고, 하나 더. 내 질문에 답해 보거라."

카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때문에 네 친우를 찾으려는 것이냐? 친우를 찾는데 드는 비용이 많다고 생각한다만."

카나리아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야, 가장 친한 친구니까요."

***

눈을 뜨자,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일어나셨나요?"

시안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 반말해도 되요? 전 반말이 편하거든요."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는 시안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시안은 평민이고, 자신은 귀족이라고 할수 있지만 그런걸 신경쓸 정도로 정상적인 삶이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럼 밥먹자, 주인!"

"…어,응..."

시안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밖으로 빠져나갔다. 자고 일어나서 인지 정신이 멍했다. 아무 생각 없이 꽃병을 바라보았다. 꽃병에는 붉은 장미꽃이 활짝 펴 있었다.

꽃잎을 만지다가 줄기까지 손을 뻗었다. 원래 있어야 할 가시가 없는 장미꽃은 그저 관상용일 뿐이었다. 가시가 없는 장미꽃은, 자기 자신을 지킬 힘이 없는 나약한 존재였다.

순식간에 열이 솟아, 장미꽃을 으스러뜨렸다. 원래라면 느껴졌어야 할 따가움은 느껴지지도 않고, 그저 부드러운 꽃잎만이 느껴졌다. 손이 붉게 물들었다.

으스러진 장미꽃을 그대로 침대 이불에 놓았다. 붉은 장미꽃 주변으로 흰 이불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때가 되서야, 밖에서 똑똑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원래는 발소리를 들었을 텐데, 귀가 안좋아진 걸까, 내가 무시한걸까. 알수가 없었다.

"이불이 분홍색이 됬네. 또 바꿔야겠다, 주인."

으스러진 장미꽃을 든 시안은 그것을 쟁반 위에 올려놓았다. 어제와 같은 흰 죽 한 그릇이 놓여져 있었다.

"예쁜 꽃인데 왜 그랬어?"

그러게, 왜그랬을까.

열이 솟구쳤던 것은 이제 없었던 일인듯 감정은 차분했다. 이유, 이유라. 시안은 대답을 바라지는 않았는지 내가 죽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맛이 어때?"

"…그냥 그래."

흰죽에서 뭘 바라는 걸까. 아무맛도 안나도, 끽해봐야 조금의 고소함 뿐인 죽. 그렇다고 간장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이 방은 어때?"

"정신병원 같아."

온통 하얀색 천지였다. 정신이 이상해질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세련된 느낌이 강했지만, 굳이 좋은 대답을 할 필요가 있나.

"그래? 음…."

"왜 자꾸 말을 거는거야?"

"음, 주인님이 그러라고 해서."

"아르드와즈가?"

"응."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르드와즈를 어떡게 생각해?"

어떡게 생각하냐, 라.

"안 좋아해."

"우리 주인님 안됬네."

시안은 흥흥, 또다시 콧노래를 불렀다.

"너 아르드와즈 좋아하는구나."

"티나? 많이?"

"응."

그걸 눈치 못챈 아르드와즈가 멍청해 보일 정도로, 시안은 아르드와즈를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얘기 해줄수 있어? 너랑 아르드와즈에 대해."

"심심해?"

"약간."

"그래, 뭐."

시안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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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4 23:38 | 조회 : 1,690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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