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어린 꼬마는 마을을 살폈다. 온통 불에 타, 재밖에 남지 않은 마을을. 소년의 손에 있던 약초들이 으스러졌다. 녹색 즙이 소년의 손에서 뚝뚝 흘러내렸다. 그때, 철컥거리는 소리와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이번에도 완전히 죽였겠지?"
"한 사람이라도 살아있으면 안돼는데."
"하여간 기사직도 못해먹겠네."
"그러게 말이다."

그들의 갑옷에는 제국의 황실 기사단에게 세겨지는 문양이 있었다. 소년은 그 문양에서 눈을 때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그들과 소년의 시선이 맞아들어갔다.

"어, 저기 꼬마가…"
"이 마을 애인가?"
"쯧, 빨리 잡자고."
"에이, 귀찮게."

소년은 서둘러 뛰어갔다. 소년이 왔던 숲 속 이었다. 그런 소년을 잡기 위해 기사단이 달려나갔다. 숲의 길을 잘 아는 소년은 서둘러 그들의 손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소년의 체력이 좋을리가 없었다.

"헉, 허억…"

소년의 귓가로 자신의 숨소리가 들렸다. 뻐근한 심장은 아파왔고, 목은 메말라갔다. 그런 소년은, 숲의 색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으며 달리던 소년은 자신을 뒤쫓던 그들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하아…헉…여긴…?"

갈색의 나뭇잎이 떨어졌다. 온통 메마르고 황폐한 숲을 바라본 소년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숲은 온통 갈색임에도 불구하고, 나무들은 오히려 보통의 것들보다 훨신 튼튼해보였다. 그저 나뭇잎만 말라 있었다. 바람소리도, 새들의 지저귐도 없은 조용하고 고요한 숲의 모습에 소년은 천천히 일어났다.

이런 숲은 본적도, 들어본적도 없었다. 소년의 온 몸이 이곳은 위함하다고 경보를 울려댔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완전히 일어난 소년은 나무를 잡고 천천히 움직였다.

한쪽으로만 가다보면 언젠가 벗어나겠지, 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소년의 멘발은 숲 속을 걷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소년은 발이 피투성이가 되도 아픔을 모르는듯, 걸어나갔다. 그때, 소년은 뒤에서 들려온 말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어디서 피냄새가 난다 했다."

뒤를 돌아본 소년의 눈에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보였다. 약간 앳된 얼굴의 남자였다. 소년의 몸이 눈에 띄게 굳었다.

"너, 그 몸으로 어디가는거야? 아니, 여기가 어딘지는 아냐?"

남자의 물음에 소년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숲…바, 밖으로..요…여기가...어딘데,요..?"

남자는 어의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더니 입을 열었다.

"이곳은 뱀파이어의 숲이야. 그렇게 피를 질질 흘리고 다니면 먹히는 수가 있다?"

소년은 발까락을 꿈지락거렸다. 그 모습에 남자는 한숨쉬더니 소년을 들어올렸다.

"내가 치료해줄께."

"네? 왜, 왜…"

"바깥 얘기나 해줘."

소년은 남자의 품에 안겼다. 그런 남자의 뒤에서 곧고 매끈한 한 쌍의 검은 날개가 솟아올랐다.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소년과 남자는 날아올랐다. 소년은 남자의 차가운 품이 기분좋은듯,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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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6 22:01 | 조회 : 1,42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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