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

하얀 제단이 검게 물들었다. 시간이 멈춘듯, 모두 동작을 그만두고 제단을 쳐다보았다. 모두들 숨소리를 죽였다.

- …소원하 나. 이 뤄준. 다내 가.

뚝뚝 끊기는 말소리와 함께 제단 위로 어린아이의 신형이 떠올랐다. 얼굴쪽는 흐릿하고, 뿔과 꼬리가 달려있는 형상의 어린아이.

-네소 원. 내가이뤄 준 다.

어린아이는 니게르를 가르켰다.

-가 장안 좋은운. 수를타 고났다. 가장불. 쌍. 한놈. 소원을말해. 라.

"…딱히, 없는데."

-거짓. 말? 인간원. 하는거없 을 수 없. 음.

"….인간이 아냐. 변종 수인."

-꺄흐흑. 수인도인 간 이다전. 부같은 필멸자. 다멍청 하다. 꺄하학.

"…."

-말안 하면나 부술거다이 세상난. 그 만한힘. 있음. 나대단.

아이의 손을 따라 검은색의 악몽이 모여들었다 흩어졌다.

-나악몽 의. 전부 다난. 모 든것을 없앨수있 다.

니게르는 입을 열었다.

"나를 사라지게 해줘."

아카와 시로, 카나리아의 표정이 굳었다.

-안 돼너. 필요이 세계 에. 너악 운의집합 체필 요. 그 리고진심 담은. 소원아 님 안된. 다. 멍 청이. 꺄하흐윽.

니게르는 입술을 짓씹었다. 쓸모없는 자신이 사라지는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진심은 충분히 담겼다. 아이가 비웃는 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너멍 청이. 넌원 할것 이다. 관심, 애정. 아닌 가? 맞. 지?"

뭘 안다고 내가 그걸 원한다고 단정짓는거야. 네가 뭔데. 생각과는 반대로, 고개는 푹 숙여졌다. 저 아이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난 나만을 향하는 애정이 필요하다. 내가 무슨짓을 해도 나를 떠나갈수 없는 사랑이 필요하다.

"…난, 나는…"

-꺄흐, 접 수완 료.

문장을 채 완성하기도 전, 아이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곳에 있는 모두를 짙은 안개가 삼켰다. 그곳은 이제 텅 빈 공터였다. 무언가 있었던 자국도, 싸움으로 인한 핏자국도, 새하얗고 검던 제단도. 그 무엇도 없는 그저 텅 빈 공터.

***

"…."

눈을 떳을때 보인것은, 금색의 눈동자였다. 부드러운 털이 자신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따뜻하고 포근한품, 주변에서 느껴지는 다른 형제들의 온기. 그 모든것에 몸을 맡기고 잠들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는.

"…아,아…?"

아무도 없는 텅 빈 공터였다. 조그마한 온기도 찾아볼수 없는 빈 공터. 차기운 돌바닥만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때, 인간들이 이곳으로 들이닥쳤다. 알아들을수 없는 말들을 주고받더니, 시야가 암전됬다.

"으윽…"

다시 깨어났을 때는 돌바다보다 차가운 우리 안이었다. 동물의 귀와 꼬리가 달린 아이들, 유난히 아름다우 아이들, 귀가 뾰족한 아이들. 다양한 아이들이 이곳에 있었다. 어느샌가 목에는 목줄이 채워져 있었다.

"으,우..!아으으…"

손으로 아무리 힘을 줘도 안빠져. 이건 뭐지? 여긴 어디야? 엄마는? 아빠는?

"야, 너 뭐해? 그거 안빠져. 그냥 둬."

"그릉?"

알수없는 말이었다. 난 아직 인간들의 말같은건 배운적 없는데. 무슨소리지? 문이 열렸다. 다시 시야가 어두워졌다. 인간의 말을 배웠다. 어느정도 지식도 배우고, 가르침도 받고, 예절도 익혔다. 비로소 난 팔려갈 준비가 된것이다.

"…."

몸을 깨끗이 씻고, 깨끗한 옷을 입고 화려한 무대 위에 선다.

"이번에는 튼튼한 호랑이 수인입니다! 1티윗 부터 시작합니다!"

1티윗, 1만젠이었다. 내가 그렇게 가치있진 않을텐데. 난 어미에게서 버려진 호랑이다. 최약체. 야생에선 살나남을수 없기에 버려진 자식. 영물이었던 내 어미는 그렇게 나를 버렸다.

"1티윗 1000젠 나왔습니다!"

시끄러운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모두들 이상한 가면을 쓴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쩌면 내 몸이 들이붓다싶이 한 향수때문일지도 몰랐다. 어깨 언저리까지 자란 머리카락이 신경쓰였다.

"2티윗! 2티윗 입니다!"

까마귀 모양의 가면을 쓴 남자였다. 어려보였는데 2티윗. 그것도 나한테? 마차안에서 만난 남자는 가면을 벗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흑의 가문의 첫째, 네그로라고 해. 내 동생의 친구가 되어줄래?"

남자의 얼굴은 생각보다 더 젊었다.


1
이번 화 신고 2019-02-11 22:34 | 조회 : 1,353 목록
작가의 말
11月

.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