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자리


"니게르, 도착했어요."

시로는 품 안에 안겨있는 니게르에게 말했다. 니게르는 슬쩍 눈을 뜨며 시로의 품 안에서 빠져나왔다. 니게르는 근처의 여관에 들러 몸을 씻고 키이로와 함께 밖을 나왔다.

"축제가 열리는 도시 이름이 뭐였지."

작게 중얼거린 니게르의 말에 키이로가 대답했다.

"디엔입니다."

니게르는 고개를 끄덕이곤 광장의 벤치에 걸터앉았다. 키이로가 무언가 사올려고 하자 니게르는 그를 옆에 앉혔다.

"여기서 디엔까지 얼마나 걸려?"

키이로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음…얼마 안걸릴 겁니다. 2시간 정도 일까요. 물론 마차가 이 마을에 있다면요. 마차만 있으면 카나리아님의 마법이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니게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의 귀가 살짝 움직였다.

"니게르!"

카나리아가 달려와 니게르의 앞에 섰다.

"마차가 있데. 다행이지?"

"응, 다행이네."

니게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나리아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카나리아는 그런 니게르의 얼굴을 잡고는 볼을 주물럭거렸다.

"조금쯤은 웃어줘라."

"그럼 지금 출발할까요, 카나리아님?"

키이로의 말에 카나리아는 손을 떼고 고개를 저었다.

"내일 아침 일찍 갈꺼야. 시간은 많잖아? 어차피 메인은 제국에서 주최하는 연회잖아."

"네, 그럼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키이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다른곳으로 걸어갔다.

"니게르, 조금 구경하자. 응?"

"…알겠어."

손을 잡아끄는 카나리아의 모습에 니게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

"누가 온다고?"

"수인쪽에서 사대 가문의 차기 가주들을 보낸다고 합니다."

가니쉬는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가 입을 떼었다.

"뭐, 상관없나. 축제 준비는 잘되고 있고?"

"문제 없습니다. 다만, 악몽 소유자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닥 상관있나. 알아서 해, 알아서."

"…알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물러간 남자가 사라지자 가니쉬는 금빛 머리카락을 손으로 꼬았다.

"폐하, 에이프리코트의 가주가…"

"들여보네."

다 듣지도 않고 말한 가니쉬에 당황한 남자가 잠시 머뭇거릴 동안 그의 뒤에서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오랜만입니다~"

"그래, 아, 넌 나가보고."

놀란듯한 남자를 내쫓은 가니쉬는 자신의 아래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아르드와즈, 최대한 축제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부탁하마."

"저야 니게르만 있으면 되니까 상관 없어요."

"살아만 있으면 되지?"

"아, 이왕이면 사지도 멀쩡했으면 좋겠네요."

웃으며 말하는 아르드와즈를 보며 이마를 잡은 가니쉬는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사랑을 하면 전부 그렇게 되는건가? 내 동생조차 가문을 박차고 나가더니 이젠 연락도 잘 안된다."

광기에 가득 찬 눈을 마주보며 가니쉬가 물었다.

"사랑은 굉장한 거에요. 황제폐하께서는 사랑을 해본적 없나보죠?"

"그런걸 할시간이 있었겠나."

어의없다는듯 웃어보인 가니쉬는 손을 내저었다.

"이제 나가라."

"네네~ 나중에 뵙죠."

과장되게 허리를 숙인 아르드와즈는 올때와는 다르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던 가니쉬는 자리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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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3 21:55 | 조회 : 1,40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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