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안 (19)



하얗고 가느다란 손끝이 떨려왔다. 유전자 깊숙히 파묻힌 공포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놈은 흥미가 돋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이 바다가 되어 나를 괴롭혔고 나는 수치심에 잠겼다. 차갑고 미끌거리는 액체가 내 항문 주위에 넓게 펴발려졌다. 이윽고 서늘한 것이 항문에 들어갔다 빠져나왔다.


"흐으......."


신음이 절로 나와 고개를 비틀었다. 놈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손가락의 수가 늘어갈수록 질척거리는 소리와 내 신음소리가-이렇게 부르고 싶지 않다- 방안을 가득채웠다.


"어서 눈을 떠봐. 응? 너를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네 눈을 못 보는건 너무하잖아."


뱀의 혀가 귓가를 둥글게 쓸었다. 손가락이 들어가고 나가는 횟수가 늘어갈 수록 뭔가 내 신음소리는 이상할 만큼 커져갔다.


"하아, 으응. 온다 온다고......흡. 이제 그마, 흐응!"


나도 모르게 왈칵 정액을 뱉었다. 사정직후임에도 이상하게 몸은 더 달아올랐다. 짙은 화기에 몸을 비틀었다. 어느새 놈의 손가락은 내 안에서 빠져나와 있었다.


내게 무슨 짓을 한게 틀림 없었다. 원망을 담아 놈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이가 드러났고 특유의 야살스런 눈매가 휘어졌다. 놈은 웃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기쁘게.


"개애 자흐읏! 쓰힉!"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달아오른 몸은 식혀줄 차가운 것을 원했다.


"재진아, 우리 예쁜 재진아. 힘들지 않아? 편하게 해줄게."


놈이 손짓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놈에게 다가가 교태를 부릴만큼 유혹적이었다. 손하나 까딱하기 힘든게 오히려 다행처럼 느껴졌다.


엉덩이를 움켜쥔 놈은 허리에 팔을 감아 날 제 위에 올렸다. 반항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몸과 정신이 너무 고단했고 무엇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놈과 닿은 부분이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하아, 읍. 흐응 읏."


마주닿은 배에 내 몸을 비볐다. 이성이 아무리 소릴 질러도 이젠 닿지 않았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관망하는 기분이었다. 놈이 낮게 웃었다.


내 허릴 잡아 무너지는 내 상체를 제 위에 단단히 고정했다. 항문에서 달가운 감각이 들어 놈의 것에 내 엉덩일 비볐다. 금방이라도 내게 달려들듯한 분위기였지만 놈은 가만히 있었다.


"후으 왜에에 흣 됴오"


놈에게 애처롭게 빌었다.


"줘? 줄까?"


놈의 얼굴에 분홍빛이 서렸다. 아, 이 방이 분홍색이라 착각한 것일 수도......


고갤 끄덕이자 놈이 내 허릴 두드렸다. 물건을 품평하듯 모욕적이고 여유로운 행동, 나는 그에게 잡기 쉬운 연약한 짐승이었다.


"그럼 재준아- 흔들어줘. 네 마음을 더 잘 알고 싶어."


놈이 내 유두를 튕겼다. 수치스런 행동이지만 오히려 더 흥분되었다. 고민할 시간 없었다. 나를 뒤덮은 화기에 이정도면 많이 참았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놈의 것을 내게 넣으려고 했다.


"하 응! 흐아."


넣는건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웠다. 놈의 것이 목욕탕에서 3년에 한 번 볼까 한 크기였기도 했지만 여자와의 경험만 있는 나로썬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었다.


허리를 한번 돌려 다시 시도했다. 조금 수월하게 들어간다 싶더니 어느새 내 가장 예민한 부분을 유린하는 손길에 끝까지 들어가고 말았다.


"아 윽! 하악, 하 윽!"


앞뒤로 느껴지는 쾌락에 서툴게 허릴 흔들었다. 놈의 것이 내 안에서 흔들릴 때마다 서툰 허릿짓이 더 격해졌다.


"더 열심히 흔들어야지 제준아."


젤이 묻지 낞은 손으로 내 머리칼을 쓸며 놈은 살짝 허릿짓을 했다.


"하앙! 핫, 하! 흡."


"그래야 내가 더 예뻐해주지."


놈이 왼손 검지에 잔뜩 젤을 묻힌채 말했다. 몸은 쾌락에 흔들렸지만 이상할만큼 기분은 좋지 않았다. 누군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비난한다면 아마, 난 약에 취해 누군가와 관계를 갖는 것만큼 끔찍한 기분이 없을거라 말할 것이다.


특히 상대가 동성이자 오랜 기간 동안 나를 괴롭힌 스토커라면 말이다.


"하읍!"


가학심이 든 건지 놈이 내 엉덩일 때렸다. 변태새끼. 온갖 욕설들이 머릴 가득 채웠지만 정작 뱉을 수 있는건 신음소리 밖에 없었다.


놈의 위에서 허리짓을 얼마나 했을까. 나는 결국 두번째 사정을 맞이했다. 남자가 사정을 할때 사용하는 힘이 100미터 달리기를 할때와 맞먹는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놈도 가자 나는 의도치 않게 놈의 몸 위로 몸을 겹쳤다. 물안개처럼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수마에 끌려 눈을 감았다.


깊은 심연 속으로 난 추락했다.











요새는 자르는 일이 적다는 희소식에 원본 가지고 왔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괜히 수정했네요.....2014년도? 2015년도에 제 취향을 듬뿍 넣은 소설을 올렸다가 2화만에 잘려서 연재 이틀만에 중단했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올리고 싶네요(너무 하드코어해서 잘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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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22 13:51 | 조회 : 5,888 목록
작가의 말
이오타

그리 인기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기다려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학업을 마치느라 시간이 없었습니다. 졸업시즌만 아니면 이젠 언제든 연재분을 쉽게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2020.6.15.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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