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19)


도망을 위한 첫 시도 치고는 허무함을 남기고 실패했다. 계획은 간단했다. 놈이 음식을 가지고 오는 시간에 놈의 관심이 다른 곳을 향하면 붕대 사이에 숨겨둔 면도날로 위협해 이곳을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다소 엉성하긴 했지만 이 계획이 실패한다면 놈이 내게 경계를 푼 4개월이라는 시간을 감안하였을 때 적어도 4개월에서 6개월 동안 계획을 다시 세울 수 있다. 도망을 칠 수만 있다면 다시 잡힌다고 하여도 어느 정도 이곳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움직인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면도날은 어느 정도 내게 실마리를 제공했다. 면도날은 성경에서 얻었다. 바뀐 방들 중 영화에서 볼 법한 교도서 방을 재현한 곳이 있었는데 놈이 내게 마음에 들지 않냐 질문을 했었다. 내가 즐겨보는 장르가 액션이었기에 설마하고 성경을 꺼내보게 되었다.


나름 장소를 재현하는 것에 신경을 쓴 것 같지만 가구의 모서리 부분에도 고무를 씌우거나 둥글게 깎은 제품들을 배치했던 걸 생각하면 놈이 내게 함정을 팠거나 놈이 직접 재현하지 않고 남에게 시켰을 거란 생각이 든다.


교양 때문에 본 그 재미없는 영화는 웃으면서 봤으면서 정작 웃음을 유발할 요소들이 많은 영화들은 끔찍하다는 듯이 행동했던 걸 생각해보면 액션 장르를 싫어하는 놈이 직접 재현했을 확률은 적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했다. 붕대 속에 숨긴 면도날을 잡고 놈을 덮쳤지만 실패했다. 내가 행동할 것을 예상했던지 놈을 내 아래로 넘어뜨리자 곧바로 몸에서 힘이 풀렸다. 오랫동안 침대 위에서 생활해서가 아니었다. 그러기엔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웠다.


놈과 눈이 마주쳤다. 둘 중 하나의 것이 가늘게 휘었다. 놈은 다 알고 있었다. 열이 얼굴에 몰렸다.


힘없이 침대 위에 늘어졌다.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은 몸이 원망스러웠다. 놈을 노려보았다. 말캉한 입술이 내게 닿았다 떨어졌다. 놈은 기쁜 듯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차가운 손이 얇은 잠옷을 잡아끌었다. 살풋 붉어진 놈의 뺨이 우스웠다.



“재진아, 이건 다 네가 너무 예뻐서야.”



목덜미에 얼굴을 들이밀고 놈이 속삭였다.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귓가를 간지럽혔고 축축한 입술이 편도부분을 닿았다 떨어진다. 잠옷 하의와 함께 속옷이 내려갔는지 아래가 허전했다.


내 다리 사이에 놈이 얼굴을 묻었다. 반항하려 애썼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다리가 벌려졌고 놈의 혀가 내 그곳에 닿았다. 불쾌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끔찍했다.



“하으......”



의도치 않은 신음소리가 입밖으로 나왔다. 모멸감에 입술을 깨물었다.



“귀엽기도 하지.”



놈이 천천히 고갤 들었다. 아래에서 가죽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딱딱한 무언가가 아래에 닿았다. 익숙해질 수 없는 감촉이 몸을 반으로 쪼개는 것 같은 고통을 몰고 왔다.



“아, 으윽.”



움직여지지 않던 고개가 절로 옆으로 치우쳐졌다. 천천히 무언가가 내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배가 가득 찬 것 같은 불쾌한 감각의 끝에 놈이 허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흡, 흑!”




잇새로 터진 신음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놈의 허릿짓이 격해졌다. 무언가가 내 안에서 들어갔다가 나왔다. 몸이 자꾸만 위로 올라가 등이 쓸려 아팠다. 허리에 닿은 두 손이 나를 아래로 밀었다. 너무 아팠다. 눈물이 자꾸만 흘렀다.



정신없이 몸부림을 쳤지만 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삽입을 계속했다.




“아흑, 아 하응!”




“재진아, 참으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머릴 쓸어오는 손에 얼굴을 묻었다.




“나한텐 다 보여줘야지. 응? 재진아.”




발에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아랠 내려다보니 놈의 얼굴을 발로 걷어찬 모양이었다. 잔뜩 화난 듯 인상을 찌푸린 놈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삽입된 것을 거칠게 뺀 놈이 고갤 들었다.



“재진아, 우리 재진이가 아직 상황 파악할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아악!”




놈이 내 머리채를 잡고 침대위에서 끌어내렸다. 붙잡은 손을 맞잡았다. 끌려가서 무슨 일이 생길지 두려워 발을 굴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화장실로 끌고 간 놈은 욕조 가득 물을 채웠다. 숨을 못 쉬게 하려는 심산 같았다. 잠시 놈에게 놓인 머리카락이 얼얼했다. 화장실 바닥을 기어가며 놈에게서 도망가려 했지만 어느새 등 뒤에 선 놈에게 또다시 끌려갔다.



욕조 앞에서 놈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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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6-23 17:41 | 조회 : 3,816 목록
작가의 말
이오타

제 개인 메일하고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하신 분이 계셔서 놀랐습니다. 보내신 욕설은 충분히 잘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나이가 어리다라고 표기해서 그러셨는지 모르겠지만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습니다. 전 남자끼리 하는 소설 쓰는게 좋으니 더 보내신다면 고소조취 들어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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