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그러니까 이건

어느 우울한 이의 발악

그 이상의 무엇도

그 이하의 무엇도

절대 될 수 없는 것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환청.

그놈의 지긋지긋한 환청.

말소리가 들려 방문을 열어보면

그 안에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있지

그럼에도 문을 여는 이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누가 있어주기를 바라서.

하지만 알고 있는 걸

이 집에 있는 건 나와 고양이 뿐이야

이 집에서 난 소리는 내가 틀어둔 노래와 고양이 소리밖에 없지

알고 있어

너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게 아니었으면 하는 걸

조금이라도 공간이 빈 것이 느껴지면

득달같이 들려오는 이 지긋지긋한 이명과 환청이 싫어서 노래를 틀어

그렇게 매일 매일 노래를 틀고 살아

난 미친 걸까?

난 미쳤어?

누가 좀 알려줄래

고작 아프다는 이유로 한 입에 진통제 5알을 털어넣는 건 미친 거야?

고작 힘들다는 이유로 청소년이 담배를 무는 건 미친 거야?

고작 지루하다는 이유로 자기 팔을 긋는 건 미친 거야?

고작.

항상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무거운 것들이

당신들에겐 고작이지

집이 비는 게 싫어

빈 집에 혼자 있는 게 싫어

같이 있어도 외롭다고 느끼는 나를 혼자 두지 마

그냥 같은 공간에 존재해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하,

하하.

우스워

우스워서, 금방이라도 울고싶어져

이 집에 내가 사는 한

내가 죽는다고 하여도

그걸 바로 눈치채줄 사람은 없구나

동생이 사흘 전에 집을 나갔어

그 뒤로 동생 얼굴은 커녕 목소리도 못 들어봤어

겨우 사흘이지

고작 3일이야

평소에는 대화도 별로 안 하는 동생이고

믿지도 못하는 아이야

그럼에도 내가 지금 동생에게 매달리고 있는 건

그 애가 그나마 가장 나와 가까우니까

내가 자해한 걸 눈치채지 못하지도

자해한 날 힘들다는 듯이 바라보지도 않고

상처를 보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넘겨주는 유일한 아이

서로가 많이 아프고 힘든 걸 알아서

적당히 장난치고 투닥거리면서

서로의 상처는 모른 척 해줄 수 있는 사이

그게 유일하게 가능한 이.

다음주 화요일,

이제 3일 뒤면 난 기숙사에 들어가고

그럼 나는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아이를

한 달 뒤에나 볼 수 있어

그 동안 내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집이 비는 게 지긋지긋해서 노래를 크게 틀면 보란듯이 집에 들어와 거실에서 시끄럽게 놀고

그렇게 내가 외로움에 잠식되어 죽어가지 않게 하던

짜증나고 짜증나는 동생새끼가 없어서

죽을 것 같아

그나마 기댈 수 있는 데였으나

내가 기대도 될 아이가 아니란 것 정도는 알아

기대기는 커녕 지지해줘야 하는 것도 알아

나도 동생도 많이 망가진 것도 알아

그렇지만

기댈 데가 없는 걸 어떡해

숨을 쉬는 게 죄는 아니잖아

그게 힘들어서 죽으려고 하는 아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난 걔가 아니면 안되는 걸 어떡해

관심이나 걱정보다 모른척이 편할 때가 있다는 건

알고 있잖아

거슬리게 귓가를 메어오는 소리

시야 한 쪽에서 걸리적거리는 흉터들

아주 잠시

내가 조금 나아졌던 적이 있었다

동생과의 관계가 원만해졌을 때고

학업 스트레스보다는 입시에 짓눌렸을 때

내 상태를 알아서

상담치료를 받아보고 싶다고 얘기했었지

수차례 얘기 했었어

하지만 나는 지금

더 심해진 상처를 끌어안고 여기 앉아있어

많은 것에 짓눌려 숨조차 쉬지 못하고 여기 있어

아,

약속 어긴 거 미안해

그렇지만,

난 살고싶은 걸?

이해해줘

이걸 보고있을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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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30 23:45 | 조회 : 489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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