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앞도 뒤도 아닌

살이 베일 것같은 그런 추운 겨울날.
고등학교 1학년이 2학년이 되는 그런 날이 얼마남지 않은 그런 날의 언제나 같은 지루한 등굣길이었다.


“야!! 이지후!!”

“나 또 3센치 컸다!!”


저 멀리서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뛰어오는 그런 키만 큰 애
언제까지 키가 클 예정인지 벌써 183이었는데 거기서 더 큰거면 내 키는 저 녀석이 다 처먹은게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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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자나... 지후야..? 너눈 어떤 사람이 좋아...?”


앞니가 빠져서 발음도 새면서 하는 말이 나는 어떤 사람이 좋냐는 그런 말이다.
어린애가 우물쭈물하면서 얼굴도 붉히면서 해가 지는중의 여름날 나에게 한 이 말이 처음이었다.


“나? 나는 아마 키가 큰사람?”


내 대답을 듣고 잠깐 충격받은 얼굴
이 때의 키는 나보다 작았던 석호의 시절
충격도 잠깐이고 다시 어떤 말을 중얼거렸다.


“키가 큰사람... 우유..? 멸치..? 또... 뭐있지....”

“비타민”

“마져!!”
있자나 나 키 크면 좋아?

“글세?”
확률정도는 있지않을까..?

“그래? 그렇구나”


나를 앞질러 먼저 뛰어갔다.
나를 스쳐지나갈 때 나는 달콤하지만 쌉사름하고 새콤했던 냄새
이 냄새를 아마 잊지는 못할 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뒤도 앞도 아닌 석호의 옆에서 걷기를 바라며

내 속도 모르고 얼른 오라며 내 이름을 부르고 내 앞까지 와서 아프냐고 물어보는 그런 녀석


“..아파?”
내가 업어주까..?

“아니 괜찮아 얼른 집에 가자”


해맑게 웃는 녀석
분명 해는 지고 있어 붉은 하늘일텐데 그 녀석만은 파란 하늘이었다.
내가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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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키 좀 그만 커라 그렇게 좋아?”

“응!! 너가 키 큰 사람 좋다고 해서! 나 아직 더 클거야”


그 때랑 똑같은 웃음 어렸을때랑 변하게 없었다.
변한건 그날의 냄새가 이제 더 달콤해졌을 뿐
이제 맞춰가는 일만 남았다.


“웃지마 내 키는 너가 다 가져갔지”

“음.. 그런가? 그런 너 몫까지 내가 다 클게!!”


언제나 보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웃음이다.

보면 내가 다 행복하고 더 보고 싶은 그런 웃음



사실 키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키가 작던 크던 이미 좋아했고 좋아하고 좋아할 그런 사람은 이미 있었으니까
그래도 나한테 키가 큰 것을 자랑하는 그 녀석을 볼 자격은 더 있지않을까
이제 한발자국남았다.
한발국만 더 가면 이제 앞도 뒤도 아닌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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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23 20:51 | 조회 : 2,626 목록
작가의 말
위스키

진짜 햇살댕댕공이랑 무뚝뚝한 수는 정석아니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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