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붕3

“다녀 왔습니다.”

“오야, 다녀왔는가.”

“아그야, 와서 과자 무그라.”

내 ‘다녀왔습니다’ 라는 인사에 험악한 인상의 아저씨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며 반겨준다. 다른 이가 봤으면 질겁을 하고 도망갔을 이 모습이 내게는 익숙하기만 하다. 편안한 광경에 그제야 긴장이 풀어진 나는 책가방을 한 쪽에 내려 놓으며 아저씨들이 앉아 있는 소파에 가 몸을 털썩, 주저앉힌다.

“하아…….”

내 긴 한숨에 아저씨들의 시선이 몰린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당가.”

“새파랗게 젊은 애가 뭔 한숨을 그렇게 쉬고 그려.”

“뭐여, 학교에서 누가 괴롭히는 겨?”

나는 아저씨의 말에 피식, 웃으며 앞에 놓인 과자를 집어 입에 넣었다. ‘누가 괴롭힌다’ 라. 누구겠는가. 나는 다시 후, 한숨을 뱉었다.

“누구겠습니까아.”

내 투정어린 말투에 아저씨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어유, 고생이 많다, 불쌍한 우리 막내.”

아저씨가 손을 들어 슥슥, 거친 손길로 내 머리를 헤집는다. 나는 그 손길에 헤실한 얼굴을 하며 웃어 보인다.

“근데 뭔 놈의 학교가 이리 늦게 끝난다냐.”

“원래 더 늦게 끝나는데 형이 끝나는 시간 맞춰서 나온겁니다.”

“원래 더 늦게 끝난다고야!?”

아저씨의 말에 나는 텔레비전 한 쪽에 적힌 시계를 보았다. 20시. 학교에서 석식을 먹고 사무실까지 오니 벌써 그런 시간이 되었다. 나는 아저씨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원래 10시 넘어서 끝난다고 합니다.”

“미쳤구만.”

끄덕끄덕, 다시 아저씨의 말에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도련님은 잘 모셔다 드렸고?”

“지금 제 집에 계십니다.”

“아그 집에?!”

아저씨가 불쌍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 표정이 웃겨 나는 내 불쌍한 상황도 잊고 큭큭, 하고 웃었다.

“예. 저는 사무실 들렸다 와야 한다고 하고 잠깐 나왔습니다.”

내가 우는 소리를 하며 징징대자 아저씨들이 다시 내 머리를 팔에 끼고 귀여워해준다. 이 맛에 여기를 오지. 나는 학교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아저씨들의 사랑으로 풀며 휴식을 취했다. 그때 사무실의 두꺼운 유리문이 작은 종소리와 함께 울린다.

“형님, 오셨습니까!”

“오냐.”

아저씨들이 보스에게 인사를 하고 보스가 대강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보스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친다.

“율이도 있었구나.”

“안녕하십니까.”

까딱까딱, 보스가 내게 손짓한다. 나는 보스의 손짓에 단번에 아저씨들과 뒹굴며 놀던 것을 관두고 보스의 방으로 따라 들어간다. 보스가 답답한 자켓을 벗는다. 나는 그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어 한 쪽에 잘 걸어 둔다. 보스가 안 주머니에서 꺼낸 담배를 입에 문다. 나는 서둘러 보스에게 가 책상에 놓인 라이터를 집어 불을 칙, 켰다. 그러자 보스가 익숙하게 내가 켠 불에 담배의 끝을 가져다 댄다.

보스가 다정하게 웃는 얼굴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 우리 막내 학교를 잘 다녀왔냐.”

“예.”

나는 라이터를 책상에 내려 놓고 뒤로 물러서며 답한다. 그러자 보스가 앞 쪽에 놓인 소파에 손짓한다. 나는 가 앉는다.

“은우는 잘 다니고 있고?”

“……나름, 잘 다니고 계십니다.”

“오늘도 학교에서 전화 왔던데.”

“…….”

“뭐, 그 자식이 사람 패는 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네가 어쩌겠냐. 그냥 졸업만 하게 좀 도와줘라.”

“……힘 닿는 데 까지는 해보겠습니다.”

“그래, 애쓴다. 너는 잘 다니고 있고?”

“저도 나름은 잘 다니고 있습니다.”

내 말에 보스의 눈썹이 꿈틀, 위로 움직인다. 보스가 입꼬리를 씩, 올리고 웃는다.

“나름?”

“……예, 나름은…….”

보스의 살벌한 웃음에 내가 시선을 슬쩍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보스가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며 단호한 목소리를 낸다.

“서 율.”

“예, 보스.”

보스의 부름에 나는 자세를 꼿꼿이 세우고 보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보스의 손에 들린 종이를 발견하고는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두 주먹을 꾹, 쥐었다.

“이 성적으로 나름이라…….”

“보스, 그게말입니다…….”

꿀꺽,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보스가 손짓으로 그런 내 입을 닫게 만들었다.

“분명 나는 너한테도 학교 생활을 ‘잘’ 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

“명령 불복종인가?”

보스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하는 말에 나는 깜짝 놀라 보스를 바라본다.

“아닙니다! 그럴리가 없지 않습니까…….”

“근데 성적이 왜 이래? 도저히 잘 다닌 걸로는 안 보이는데? 너라면 이거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잖아.”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야지.”

보스가 휙, 하고 내 쪽으로 흰 종이를 던졌다. 나는 그를 허둥지둥 받아 들여다 보았다. 나조차도 확인해보지도 않았던 내 성적표였다. 이것을 도대체 어디서 찾아내셨는지……. 집 한 구석에 던져 놓았었는데.

“은우놈은 어디있냐? 집에 안 들어 오는 것 같던데.”

“아, 그게……제 집이 편하시다고 요즘 거기서 지내고 계십니다.”

“고생이 많다, 네가.”

“……아닙니다.”

빈말이라도 아니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보스의 말에 아니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보스가 내게 무언가를 던진다. 나는 깜짝 놀라 잽싸게 손을 들어 그것을 받아낸다. 단단하고 묵직한 물체가 손에 들어온다.

“가져라.”

“예?”

고개를 숙여 확인하니 그는 핸드폰이다. 그것도 모바일 게임에 최적화되어 출시 되었다는 최신형 핸드폰! 너무 고가의 물건이라 꿈에만 그리고 있던 것이었는데, 나는 고개를 번쩍 들어 보스를 바라보았다.

보스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보스의 뒤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두 눈을 빛내며 그런 보스를 보았다.

“보스!! 감사합니다.”

나는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보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보스는 뒤로 손짓을 휘휘, 할뿐이었다.

“가 봐.”

보스에게서 쿨내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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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9-11 13:27 | 조회 : 1,31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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