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붕4

집으로 돌아가는 내 발걸음은 한 없이 가벼웠다. 당연했다. 꿈에 그리던 물건을 이리 쉽게 얻었으니 말이다.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몇 번의 조작으로 전 핸드폰의 정보를 새 핸드폰으로 옮기고 원하는대로 설정도 바꾸었다. 당장 모바일 게임을 실행해 보고 싶었으나, 길을 걸으며 하기에 불편해서 나는 주머니에 핸드폰을 집어 넣고 발걸음을 서둘리 했다.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빈둥대며 게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깜빡 잊고 있었나보다. 형이 내 집에 있다는 사실을.

“어, 율이네!”

“……안녕하세요.”

높은 음의 여자 목소리에 나는 떫떠름하게 고개를 까닥, 숙여 인사했다. 그러나 나의 떫떠름한 인사에도 여자는 눈치 없이 내게 다가와 내 팔에 자신의 팔을 옭아맨다. 여자의 뭉클한 가슴이 팔에 닿아온다. 그 느낌이 좋기보다는 민망해서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얼굴에 열이 뻗치는 것 같았다.

“은우야! 율이 왔어!”

여자는 또, 눈치 없이 현관에서 큰 소리로 형을 부른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내가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형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여자의 외침 덕에 나를 발견하지 못했던 다른 이들의 시선도 전부 내게 쏠리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는 슬쩍 팔을 빼내며 여자를 가볍게 밀었다.

“누나, 손 좀…….”

“응? 왜에~”

그러나 내 거부반응에도 여자는 내 팔을 다시 잡아오며 아까보다 더 강하게 나에게 앵긴다. 흘끔, 나는 형의 눈치를 봤다. 그러나 형은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형이 보고 있는데요…….”

내가 여자에게 말했으나 여자는 콧소리를 낸다.

“에이, 괜찮아~ 은우는 이런 거 신경안써! 그치?”

“…….”

다시 형을 봤으나, 여자 말대로 형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형의 모습에 나는 결국 한숨을 쉬고 여자가 하는데로 가만히 있기로 했다. 내가 포기하자 이 여자, 은우 형의 여자친구는 더 신나서 마치 나를 지 남자친구인 것 마냥 팔 한쪽에 끼고는 은우 형 옆자리로 향했다.

은우 형과 내 사이에 앉은 그 여자를 지금 이 집에 있는 모든 여자들이 부러워 죽겠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심한 그 모습에 나는 테이블에 놓인 컵을 집어 들었다.

“놔.”

그러나 형이 내 손목을 붙잡는다.

“예?”

내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형을 바라보며 컵을 내려놓자 형이 내 손에 다른 컵을 쥐어준다.

“그거 맥주야.”

“아.”

슬쩍, 들여다보니 과연 컵 안에 담긴 것은 물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형이 쥐어준 컵을 들여다보았다.

“이건 뭔데요?”

“음료수. 먹어.”

“아, 네. 감사합니다.”

“아버지 만나고 왔냐?”

“아, 네.”

“흐음…….”

형이 생각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나는 궁금증 섞인 눈으로 형을 보며 음료수를 한 잔 마셨다. 그 사이 여자는 아직도 내 팔에 자신의 팔을 찔러 넣고있었다. 여자가 과자를 하나 집어 형에게 가까이 내밀었다.

“은우야! 먹어!”

형은 아무 말 없이 여자가 내미는 것을 받아 먹는다.

“히히.”

한 번 웃은 여자는 그런 형이 아닌 다른 여자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형이 무슨 대단한 악세사리라도 되는 것 처럼.

“율아, 너도 먹어라.”

“네?”

아, 맞다. 나도 그 악세사리 중 하나였지. 내 앞에 들이밀어진 과자에 나는 형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형이 고개를 까닥, 움직인다.

“먹어.”

형이 짧게 명령한다. 그 명령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향수 냄새가 섞인 과자를 받아 먹는다. 그러자 여자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꺄르륵,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구, 잘 먹네!”

“……감사합니다, 누나.”

“아, 귀여워!”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자 여자는 더 좋아한다.

“왜 인사해?”

갑작스럽게 옆에서 들려 온 싸늘한 소리에 과자를 먹다 말고 어깨를 움츠렸다.

“예?”

고개를 빼고 형을 바라보니 형의 표정이 싸하다. 그 모습에 내 움직임이 딱딱하게 굳는다.

“왜 인사하냐고. 뭐가 감사한데.”

이럴 때는 그냥 사과하는 것이 답이지.

“죄송합니다.”

나는 재빠르게 형에게 사과를 한다. 그러자 옆에서 또다시 여자가 나선다.

“그래, 은우야. 무섭게 왜 그래~”

여자의 만류에 형은 아무 말 없이 있는다. 이러니까 저 여자가 좋다고 더 나서지. 나는 최대한 표정을 숨기려 애썼다.

“받아 먹기만 해. 쓸데 없는 말 하지 말고.”

“아, 네…….”

정말 받아주기 힘든 성격의 도련님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뒤로 몸을 기댔다. 어차피 이미 그들은 술판이었고, 술은 마시지도 않는 나는 이쯤에서 빠져도 되겠지. 힐끔, 형을 바라보았다. 제발 허락해 주면 좋겠는데. 형의 옆자리로 가고 싶어도 이 여자가 막고 있어서 어떻게 가지도 못하겠다. 결국 나는 조용하게 형을 불렀다.

“형…….”

드디어 형이 나를 바라본다. 내가 절절한 눈빛으로 형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내 눈빛에 형이 인상을 쓴다.

“안 돼.”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거기 있어.”

형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혀엉…….”

어쩔 수 없이 나는 아저씨들에게만 하던 애교를 형에게 선사한다. 학교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기술인데, 역시나 기술의 역효과로 여자들의 시선이 꺄아, 하며 내게 쏠린다. 그러나 한 번 시작한 애교를 아무 성과도 없이 그만 둘 수는 없었다.

“혀엉, 네?”

나는 고개를 한 쪽으로 갸웃하며 부담없는 애교의 정점을 찍었다. 움찔, 하고 순간이지만 형이 몸을 굳힌 것을 느꼈다.

“뭐 할 건데.”

“보……어, 아저씨가 핸드폰 주셔서…….”

나는 핸드폰을 들어 올리고 다시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빛을 형에게 쐈다. 그러자 형이 내게 손을 내민다. 씩, 입꼬리를 올려 웃는 것이 너무나도 불안하다.

“줘 봐.”

“…….”

“줘 보라고.”

형이 손을 까딱, 한다. 이거 최신형 폰인데. 오늘 얻은건데. 새건데. 아직 게임은 해 보지도 못했는데.

나는 달달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꾹, 쥐었다. 그러자 형의 얼굴이 더욱 험악하게 굳어진다.

“……그냥 여기 있겠습니다.”

나는 결국 꾹,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말했다. 그러자 형이 내 앞에 내밀었던 손을 거두어간다.

“그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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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9-11 13:28 | 조회 : 1,21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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