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다시 돌아와서 현재의 이현)

윽..지금 생각해보니 한상혁 이녀석.. 상당한 변태잖아..?

신경질 부리며 책장에 책을 순서대로 배열하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의 진동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해져 오는 듯 했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최대한 식히려 노력했다.


머릿 속 선명하게 남아있는 상혁의 질척이던 눈빛. 오한이 돌아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나는 그와의 첫만남 뒷 부분을 더 생각해내려다가 더 이상 하면 정신적으로 오늘 하루가 피폐해질 것 같은 생각에 머리를 휘저으며 회상을 관두었다.

그러고 보니.. 나보고 누군가를 엄청나게 닮았다고 했었는데.. 누굴까 날 닮은 그 불쌍한 녀석은 ..어흐흑

이 세상에 나처럼 보잘것 없이 생긴 사람이 한 명이 더 있다는 사실이 날 슬프게 했다. 그래도 한상혁의 취향이 아니였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말 없이 빠르게 책을 정리한뒤, 빈 두 손을 모으고 어딘가에 있을 날 닮은 불쌍한 사람에게 기도했다.

날 닮은 사람이시어.. 부디 몸 편히 지네시길..어흐흑



상혁은 햇빛에 눈이 부실듯 빛나는 희고 긴 리무진을 타고 있었다. 사람 한 명 찾아보기 힘든 도심가를 지나 한참을 달리면 차. 이내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사이의 도로를 지나고 있다. 함참을 계속 직진하던 차는 도로가 갑자기 끊긴 모래 언덕 앞에서 정차했다.


"하.. 좀 조용하게 부르는 방법은 없는건가? 매일 이렇게 요란스럽게 사람을 부르니 원.."

자신 앞에서 쩔쩔매는 이현. 땀방울이 앙증맞게 흐르는 그의 이마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를 어떻게 굽고 삶아(?)먹을까 생각하던 상혁. 그는 자신의 망상을 방해하며 시끄럽게 울리는 손목의 기어소리에 미간을 찌뿌리고는 급히 그를 버리고 돌아서야만 했다. 이 현이 자신이 떠나가는 것을 보며 홀로 공허한 가슴을 부여잡고 서있진 않았을까. 자꾸만 눈 앞에 아른거리는 그의 애인의 모습에 그는 찡그린 미간에 손을 얹었다.

'오늘 현 집에 갈때는 맛있는 거라도 사가야 겠군..'

분명 먹을 것에 허덕이는 현은 자신이 무엇을 해달라고 하든지 간에 식욕에 못이겨 해줄 것이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그는 유난히 음식에 약했다. 물론 먹을 것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하층민 부류에 속한 현에게는 당연한 자세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정액을 부운 랍스터를 개 처럼 햝아 먹는 현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상혁은 자신의 밑으로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철컥-

망상에 빠진 체 멍하게 앉아있던 상혁은 운전사가 열어주는 문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앉아있느라 접혀있던 시카제복의 밑 부분을 세게 두어번 털었다. 차에 내려 모래들이 허허 벌판에 상혁이 서자, 그가 내릴때까지 멈춰있던 리무진은 다시 그가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상혁은 도로가 끝나는 지점 앞 모래언덕을 두 손으로 파헤쳤다. 문을 여는 버저가 있는 곳에 가까워 질 수록 기어의 알림 소리가 줄어들어 간다. 더듬더듬 헤집어 모래 속 버튼을 누른 상혁. 아무런 변화 하나 없는 듯 하더니 큰 소리를 내며 거대한 모래언덕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그리고는, 밑으로 가는 맨홀같이 거대한 통로의 막이 보였다. 금고를 열듯 복잡하게 엉켜있는 여러 다이얼을 익숙한 손길로 돌리는 상혁.

-철컹-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무거운 쇠문이 양 쪽으로 조금씩 벌어졌다. 성격이 급한 상혁은 작게 열어진 틈으로 들어가려 한 발을 이미 안 쪽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무심코 안으로 들어가려 고개를 숙이던 그는 문이 평소와는 다른 점을 발견했다.

"이건..."

커다란 쇠문에 사람 한명이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뚫린 구멍. 보통 사람은 몇겹으로 둘러진 이 쇠문을 쉽사리 뚫을 수 없다. 보통 사람은 말이다. 도구를 쓴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순수한 무력으로 쥐어뜯은 자국이 선명했다. 오랜 기간동안 이 시카 본부를 들락거렸던 상혁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자가 누구인지도 그는 알았다.

"저 세계의 이 현..."





0
이번 화 신고 2017-05-20 08:22 | 조회 : 2,035 목록
작가의 말
방학식

허억..! ㅠㅠ 잊고있었던 작품인데 뜻하지 않게 많은 분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네요 ㅠㅠ 힝 ... 다시 읽어보니까 급하게 쓴 나머니 맞춤법하고 진도내용하고 엉터리네욬ㅋㅋㅋ (민망) 앞으로는 띄엄띄엄이더라도 꾸준히 한편씩 써볼게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