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오랜만이네

학교 바로 앞 건물에는 당시 연우가 친구들과 함께 자주 갔던 떡볶이 집이 아직 있었다. 그 옆에는 작은 문방구가 있었고, 필요한 필기구가 있으면 모두 그 곳에서 샀었다.

학교 정문을 통과하면 오른쪽에는 커다란 운동장이 있었고 왼쪽에는 정자가 여러 개 설치된 숲길이 있었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이곳에 와 산책을 즐기기도 했고, 가끔 몰래 담배를 피우러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야. 꼬마야.”


그 정자에서 누군가가 연우를 불렀다.
연우는 주변에 자기 말고 아무도 없으니, 소리가 난 쪽을 쳐다봤다.



“꼬마치곤 키가 큰데?”

“교복인가……? 색은 같은데 교복이야, 사복이야?”

“어쨌든 간에 중딩일 거 아니야.”


아무래도 연우를 이 학교에 다니는 중학생으로 본 것 같았다.
하얀 셔츠 위에 남색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던 게 이 학교의 춘추복과 비슷해 보였다.

그들은 담배를 뻑뻑 피웠다.

연우가 그들을 보기엔, 교복을 입고는 있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이곳 학생은 아닌 것 같았다.
교복 바지 색도 이 중학교와는 다른 짙은 회색이었고, 또 중학생이라고 하기엔 얼굴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땡땡이 쳤으면 피시방이나 가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


근처 고등학교를 다니는 양아치가 아닌가, 생각했다.


“형들이랑 같이 갈래?”
“그래, 같이 가자. 돈도 있으면 꿔주고.”







‘삥 뜯네…….’


연우는 별 볼일 없다 생각하고 학교를 나가려는 순간,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익숙한 남자와 마주쳤다.



“야, 상민아. 담배 있냐. 형이 지금 담배가 다…….”


남자는 빈 담배갑을 훌훌 털며 걸어왔다.
그는 검은 추리닝 바지에, 또 검은 후드티를 입고, 베이지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연우는 순간 몸이 굳었다.

그 모자에 조금 숨겨진 얼굴은 잊을래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 남자 또한 연우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어? 이게 누구야? 야, 얼마만이냐?”


그 남자는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담배갑을 연우 뒤에 서 있던 남학생에게 던져줬다.

그 담배갑을 받은 남학생이 물었다.


“형, 아는 사이에요?”
“그럼~ 잘 알고 있지. 우리 엄청 친했잖아. 야~ 근데 키 좀 컸다?”


이젠 키가 한 뼘도 차이 나지 않았다.
그는 내심 연우가 다시 작아지기 바라는 듯, 연우의 어깨를 잡고 꾹 눌렀다.







“전범근…….”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그와는 달리, 연우는 아주 굳어 있었다.
얼굴은 사색이 되어 창백해졌고, 식은땀이 났다. 손도 떨렸다.

그는 겁을 내고 있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이네, 어쩐 일로 왔어?”

“널 만나러 온 게 아니야.”


그는 연우의 팔을 낚아채 꽉 붙잡았다.
뒤에 서있던 학생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물었다.


“정말 아는 사이 맞아요?”

“맞다니까? 한창 재미있어지려니 사라지고……핸드폰을 잃어버리지만 않았어도 넌 이미 인터넷 스타가 되었을 텐데 말이지.”



등골이 오싹했다.
연우는 손을 빼려고 했지만 뺄 수가 없어, 학교 밖으로만 나가도 보이는 민운에게 갈 수 없었다.


“너……진짜 그럴 생각이었구나.”

“미리 컴퓨터에 옮겨 놨어야 했는데 말이야.”

“미친놈…….”


연우는 그를 노려봤다.
마찬가지로 그도 연우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너가 수를 쓴 거지, 새끼야. 그게 아니고서야 애들이 동시에 핸드폰을 잃어버릴 리가 없잖아.”

“난 모르는 일이야.”

“계속 기어오르는 게 예전이랑 아주 똑같네. 어떻게 밟아줘야 알아서 기지? 응?”


그는 눈을 부라리며 연우의 멱살을 콱 들어올렸다.
조금 숨이 막혔다.

그래도 연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너야말로 여전히 쓰레기 짓만 하고 다니는 것 같네.”

“죽고 싶냐? 또 애들 불러서 진탕 놀아줘?”


전범근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손을 높게 들었다.

이상민을 포함한 놈들은 두 사람을 보다가,
이상한 인기척에 그를 넘어서 더 먼 곳에 시선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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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27 23:16 | 조회 : 2,944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독자 : 드디어 애인의 등장인가... / 작가 : ㄴㄴ 학주쌤 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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