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아아, 님은 갔습니다

“놔요.”


민운이 나타나, 연우의 옷깃을 잡고 있던 전범근 손을 강제로 뗐다. 민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그는 꽤 당황한 얼굴이었다.


“어디 감히 손찌검을 하려고…….”
“……이 새끼는 또 뭐야?”

“힉! 여기 학주인가 봐!!”
“미친, 튀어!!!”
“가, 같이 가!!!”


담배 피던 고딩들은 와이셔츠에 넥타이만 매고 있는 민운을 보자 마자, 학교 선생님으로 착각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쳤다.

전범근은 도망가는 놈들을 보다가, 다시 민운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처음 보지만 낯설지는 않은 민운을 뚫어지게 봤다. 민운은 그 눈빛을 무시하고 연우에게만 신경을 썼다.


“너도 참……통화 몇 분 한 사이에 이렇게 떨어지면 어떡해.”
“도련님…….”


그는 연우의 옷깃을 정리해줬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괜찮아? 숨소리가 이상하잖아.”


연우는 민운이 말을 해주자,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고 알아차렸다. 마치 운동장을 몇 바퀴 뛴 것처럼 심장은 쿵쾅거렸고 숨은 헐떡이었다.


“아……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에요.”


여태 이럴 일이 없어서 천식이 다 나은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 보다. 그래도 금방 멈춘 걸 보면 확실히 좋아졌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전범근은 ‘도련님’이라는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도련니임~? 웬 도련님? 어디 억만장자 부잣집 아드님이라도 되시나 봅니다? 어이구, 제가 몰라 뵙고~ 어휴, 이 미천한 서민이 감히 얼굴을 들었네~”


그는 허리를 굽신거리며 비아냥거렸다.
연우는 그를 욕보이는 행동에 인상을 찌푸렸다.





“알면 깔아.”

“…….”



연우는 생각했다.

아마 민운이 경호까지 데리고 다니는 도련님이었다면, 전범근은 저 대답을 이미 무릎이 꿇린 후에 들었을 거라고.





“하, 그래. 높으신 도련님이라 얼굴이 조금 낯이 익은 가? 본 것 같은데~ 어쨋거나 도련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무슨 일로 행차하셨대?”


전범근은 계속 삐딱한 자세로 어떻게든 민운을 욕하려고 했다.
민운은 연우를 뒤로 물러나게 하고, 전범근 앞에 딱 섰다. 그리고 그를 내려다봤다. 엄청난 키 차이에 그는 알 수 없는 패배감이 느껴졌다.


“그건 당신이 알 필요 없고요. 자꾸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너가 부르니까 조폭 후계자라도 된 것 같잖아. 기분 뭐 같게…….”

“시발, 뭐?”


전범근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딱 보니 알겠네, 전범기인지 뭔지 맞죠?”

“도련님, 전범근이요…….”


연우가 조용히 귓속말로 말했다.


“그거나 그거나.”


민운은 대충 알아들었으면 됐다며, 손으로 연우의 어깨를 밀어 계속 자신의 뒤에 서게 했다.





“뭐야, 너가 날 어떻게 알아? 어디 기생 오라비처럼 생겨선.”

“칭찬 고마워요. 그쪽은……뭐, 음…….”


민운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칭찬할 만한 게 없어 말을 흐렸다. 제대로 붙으려고 마음 먹은 것 같았다.
이번엔 전범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 새끼가…….”

“도련님! 성질 긁지 말고 그냥 가요. 그러다가 진짜 싸움나요.”


연우는 민운의 팔을 잡고 말했다.
이제 전범근 성격 상 주먹이 나올 차례인 것 같다.


“걱정하지마. 나 저런 애한테 안 져.”

“전 그걸 걱정한게 아닌데요…….”

“쟤가 먼저 내 성질 건드렸잖아.”


하지만 민운은 때릴 테면 때려봐라, 였다.





“이연우, 이 새끼 뭐냐? 무슨 사이야?”


전범근은 민운을 손가락을 가리키며 물었다. 얼굴이 누르락붉으락하는 걸 보니, 꽤 성질이 뻗친 것 같았다.


“얘한테 몸이라도 파냐?”


전범근의 말 한마디에, 연우는 낯빛이 아주 안 좋아졌다. 민운도 눈빛이 싸하게 변했다.


“그럼 그렇지, 네가 그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냐?”


그들의 반응에 전범근은 옳다구나, 말을 이었다.


“너도 좋아서 계속 데리고 다니나 보지? 하는 맛이 좋긴 해. 큭, 첫경험 상대도 우리 도련님이었으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얘는 내가…….”




퍼걱-


……하고 박이 부숴지는 듯한, 그런 엄청난 소리가 났다.
전범근은 옆으로 종이장처럼 쓰러졌다.

민운은 가볍게 손을 털었다.





“……미친놈이 사람 면전에 대고 못하는 말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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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29 23:47 | 조회 : 2,654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고딩들은 민운을 학주로 착각한 게 천만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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