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그럼 그렇지

민운은 학교 밖으로 나왔다.

멀리서 연우가 횡단보도를 건너 오는 게 보였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연우에게 다가가서 학교와는 반대방향으로 그를 이끌었다.

연우는 학교 쪽을 돌아보다가, 민운이 잡은 택시를 탔다.






“약국이 문을 닫아서……편의점에서 샀어요.”


연우는 주머니에서 카드와 밴드를 같이 꺼내 그에게 줬다. 그러자 민운은 카드만 쏙 빼서 주머니에 넣고, 손을 내밀었다.




“여기.”

“네?”

“…….”



그는 연우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못 알아차리자, 말없이 계속 손등을 가리켰다.

연우는 한참 보다가 그의 뜻을 알아채고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온갖 싫은 티는 다 내면서도 곧 밴드 하나를 꺼내, 포장지를 깠다.




“손발이 없는 것도 아니고…….”

“너가 있잖아.”

“아, 좀 그런 말은 가려서 해요!”



연우는 그 말에 얼굴이 엄청 빨개져선 빽 소리를 질렀다.
민운은 실실 웃었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이게 내 매력이지.”

“……매를 번다고요?”



연우는 그를 한번 째려보더니, 심술을 부리듯 손등 위에 밴드를 붙이고 힘을 실어 꾸욱 눌렀다.



“아! 아프잖아!”



그리고 그의 눈을 보고 물었다.


“……걔랑 무슨 얘기 했어요? 싸웠어요?”
“에이~ 안 싸웠어. 그냥 안부인사 물었어.”

“안부인사는 무슨……제대로 말해요.”
“……양아치 짓 하고 다니길래 충고 해주고 왔어.”


민운은 주머니에서 핸드폰 하나를 꺼내 연우에게 줬다.


“증거물.”


연우는 핸드폰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민운의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정황상 이건 전범근의 핸드폰인 것 같았다.



“……설마 훔쳤어요?”
“아니, 허락 받고 가져온 거야.”


민운은 악당 같은 웃음을 지었다.
딱 얼굴에 큰 흉터가 있고 선글라스에 담배만 물면, 흔하게 생각되는 조폭 액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솔직히 말해봐요. 혹시 도련님 제3 금융업에서 일하고 있진 않아요?”

“야, 아니거든.”

“이건 어쩌실 건데요? 신고하게요?”


연우는 내용은 확인하지 않고 다시 민운에게 돌려줬다. 그 내용을 봤다간 안좋은 기억만 떠오를 게 뻔하니까.
민운은 핸드폰을 받아 주머니 속에 넣었다.



“응.”

“……전 도련님이 그 놈과 엮이는 게 싫어요. 도련님만 피곤하고…….”


민운은 연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경찰에 넘기면 그렇겠지만, 난 그 녀석 다니는 학교에 넘길 거야. 졸업도 못하고 있더라. 길에서 주웠다고 해야지.”

“그래도…….”





어느새 택시가 그들이 며칠 묵을 호텔 앞에 도착했다. 민운은 택시비를 계산하고 연우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연우는 방에 들어가자 마자, 침대 위에 걸터앉아 먼 산을 바라보듯 멍을 때렸다. 여기까지 오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지금도 표정이 안좋아 보였다.

민운은 그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연우야, 무슨 생각 해?”

“……학교……아직 다닌다면서요.”



민운은 그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선생님 만나러 갔다가 또 마주칠 것 같아서요.”


모레에 자신이 다녔던 고등학교에 아직 재임 중이신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데, 또 그와 마주칠까, 두렵고 걱정되었다.


“아니~ 절대 그럴 일은 없어.”


민운은 자신 있게 말했다.
학교를 꼬박꼬박 다닐 것 같지도 않거니와, 앞에 나타나면 자신에게서 죽기 살기로 도망쳐야 할 테니.

연우는 그 말을 듣자 마자 바로 그의 어깨에 기댔던 얼굴을 들었다.
그는 바로 짐작했다. 민운이 무슨 수를 쓴 게 분명했다.




“그럼 그렇지…….”


연우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자, 민운은 실실 웃으며 연우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걱정 말고 다녀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연락하면 바로 받고.”

“…….”


연우는 이제 민운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에 적응이 된 듯해 보였다. 그렇다고 슬슬 올라왔던 얼굴색 반응이 없는 건 아니지만.

6
이번 화 신고 2017-04-09 01:36 | 조회 : 2,551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택시기사님의 심정을 서술하시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