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강연 준비

- 몇 주 전





“사장님, 들어갑니다~”



누군가가 사장실의 문을 두드리더니, 문을 열고 들어온다.
민운은 팔을 괴고 노트북을 보고 있다가, 문 쪽으로 눈을 돌렸다.

들어오는 사람을 보니 강 비서였다.



“또 강연해달라는 대학이 있는데.”

“싫어.”



민운은 단칼에 거절하고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초청 강연을 하기만 하면 아주 심신이 피곤해져서 그런 요청이 들어오면 반가워하지 않는다. 특히 대학 강연은 더더욱.

질문을 받기만 하면 절반 이상이 강연에 대한 것이 아닌 개인적인 자신의 신상을 묻기 때문에 대체 이게 강연을 하는 건지, 단체 미팅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부산인데.”

“…….”


민운은 ‘부산’이라는 말에 다시 그에게 눈을 돌렸다.




“무슨 대학인데?”


그는 평소에 연우가 예전에 살았던 그 곳을 계속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 보낼 수는 없었고, 함께 가자니 자신이 현재 일거리가 많아 시간을 뺄 수가 없었다.
만약 이 요청을 수락하여 부산으로 간다면, 오래 있을 수는 없겠지만 연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차표, 숙식 제공하고……이야~ 돈도 많이 주네.”


강 비서는 그 대학교에서 온 메일을 읽어줬다.
민운은 인터넷에 강 비서가 말한 대학교를 검색해봤다. 그리고 지도를 펼쳐 연우가 다녔던 고등학교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다.

꽤 가까운 거리였다.




“……세네 명이면 충분하겠지?”
“수락할 줄 알았다.”


강 비서는 뒤돌아 문을 열었다.


“참고로 난 못 가는 거 알지?”
“응.”



민운은 강 비서가 나가고, 다시 노트북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인터넷 창을 끄고 한 파일을 열어봤다.

그 파일에는 몇몇 사람들에 대한 인적사항이 드러나 있었다.
그 인물들의 사진 또한 있었는데, 몹시 심술궂게 생긴 남자와 아주 예쁜 여자, 또 길 가면 마주치는 평범하게 생긴 남자 한 명이 있었다.




‘박선아……그 대학에 다니네.’

그는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의자를 돌려 창문 밖을 봤다.



‘만나게 하고 싶진 않은데…….’








- 4월 14일



대학 캠퍼스 안은 벚꽃이 만개하여 온통 분홍빛이었다.
저녁 6시가 넘어 조금 어둑했지만, 오히려 어두운 하늘을 밝혀주는 가로등의 불빛에 벚꽃이 더욱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벚꽃 구경할 새도 없이 서둘러 한 커다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5명의 사람이 있었다.

그 건물의 1층에는 지하 강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여러 개 있었다. 그들은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강당으로 내려갔다.
강당 맨 앞 무대에서 다시 입구 쪽을 바라보니 까마득했다. 게다가 마치 뮤지컬이나 오페라 극장을 보는 것처럼, 좌석은 1층 만이 아니라 2층에도, 3층에도 있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 강당의 수용인원은 1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여기서 강연을 한다고요……?”


연우는 강당을 한번 둘러보며 물었다.
이제 이 무대 앞에 사람들이 꽉 찰 텐데, 어떻게 1천명의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한다는 건지, 그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강연은 민운이 하는 것인데, 긴장은 연우가 더 하고 있었다,



“그러게, 엄청 크다.”


무대 옆 커튼을 걷으니, 방 문 하나가 보였다.
관계자들은 민운에게 10분 전부터 이 방에 있다가 끝에 있는 입구로 나가서 무대에 올라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 방은 마치 미용실처럼 상반신 전체가 보이는 거울과 화장대가 여러 개 놓여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연극할 때 쓰이는 의상이 보였다.
또 커다란 서랍장에는 여러가지 소품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고 가운데 탁자 위에는 물과 간식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렇게 넓고 커다란 분장실이 있는 것을 보면 이 강당은 연극할 때 많이 쓰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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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29 03:34 | 조회 : 2,457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말도 없이 몇 주 동안 연재를 쉬어서 죄송합니다... 전공 시험이 너무 바빠서 공지 할 시간도 없었어요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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