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하지만 난 아량이 넓으니까.”


그는 천천히 그의 팔을 풀어줬다.


“네가 여태 괴롭히고 성폭행한 아이들에게 모두 사과해. 그리고 네 잘못 인정하고 감옥에서 잘~ 살다가 오면 없던 일로 해줄게.”


그리고 일어나서 머리카락을 훌훌 털어 정리했다.


“사실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거든.”

“지금 나보고 자수하라 이거냐?”


전범근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거짓말을 갖다 바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너희 부자 때문에 직장 잃은 사람도 있잖아. 자기도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거, 알고 그런 짓을 했어야지.”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리고 네가 자수하든 진심으로 반성하든, 네 아버지가 퇴사하든 안하든, 우리 나래 기업은 앞으로 거래 일절 안 할 거니까, 그렇게 아시라고 말씀드려. 안 해도 곧 회사 측으로 연락 갈 거야.”

“……!”




전범근은 ‘나래’라는 말을 듣고 이제야 그가 누구인지 생각이 난 듯, 몸이 돌처럼 굳었다.
몇 달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야기가 있었다. 듣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레 들을 수 밖에 없는 한 기업 사장이 납치범들을 잡은 이야기.

낯이 익다 싶었더니, 뉴스에서 본 얼굴이었다.



“되도록이면 연우 앞에도 나타나지마. 마주치면 고개 숙이고 빨리 지나가던가, 뒤돌아 가던가.”

“너…….”

“아, 오해는 하지 마. 연우 대신 복수하겠답시고 이러는 거 아니야. 너가 내 명예를 훼손했고, 내가 정의감이 넘쳐서 이걸 두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야, 알았지?”


민운은 손가락으로 놈의 가슴 위를 툭툭 쳤다. 그리고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넌 따돌림 당하고 너가 괴롭히는 애들의 그 죽고 싶은 심정을 모르지? 한번만 더 연우 앞에 나타나봐, 똑같이 자살 충동 느껴질 만큼 괴롭혀줄 게. 그땐 연우가 말려도 소용없어.”




그가 나래 기업의 사장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에 대한 것이 계속 생각 났다.



“알아들었어?”


그의 눈빛이 얼마나 차갑고 무서운 지,
호랑이를 본 듯이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몸부림을 쳐도 밑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걸 알았을 때,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땀이 찬 손을 덜덜 떨며 꽉 주먹 쥐었다.







“하하, 재미있네…….”


민운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 표정 진짜 볼만하다~”


그는 아예 배를 잡고 웃었다.


“난 정상에서 권력 쥐고 놀다가 한없이 떨어지는 놈들을 보면 정말 짜릿하더라. 재미있어.”


그리고 너무 웃어서 찔끔 눈물이 나오자,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았다.


“너 같은 애들은 자신은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생각하다가, 막상 닥치면 표정을 숨길 수가 없거든.”


평소 대로였으면 진작 주먹을 얼굴에 날렸을 것을, 그럴 수 조차 없었다. 가만히 겁에 질려서 그의 말을 들어야만 했다.


“그때 가서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나한테 빌빌거리면서 도움을 요청할 때면……아~ 이 쾌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는 겨우 웃음을 멎고, 시간을 봤다. 지금쯤 학교에 거의 도착할 시간이었다. 그는 뒤돌아 놈에게 다시 한번 미소를 던져주며 인사를 했다.



“그럼 난 가볼 게~ 연우가 올 때가 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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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09 01:29 | 조회 : 2,654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사실 이거 쓰면서 느꼈는데 얘 약간 사이코 기질이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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