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말할 수 없는 비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회사 퇴근 시간이 지나 있었다. 카페도 막 뒷정리는 하는 참에, 이준호 부팀장과 최대리가 잠시 카페에 들렸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아이리스는 둘을 보더니 반가움에 들뜨다가, 금방 다시 정색하고 무뚝뚝하게 주문을 받았다. 아이리스가 주문을 받는 동시에, 점원은 곧바로 커피를 내렸다.

“……요즘 발걸음이 너무 뜸한 거 아니에요?”

“아하하, 이준씨나 연우씨가 없으니 절로 안 오게 되네요.”

“그래도 우리 둘끼리 가끔 들리잖아요.”

아이리스는 삐친 표정을 풀지 않고 그 둘에게 민운의 근황이나 물었다. 집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그가 어떤 지 잘 알 수 없었다.

“오늘 점심 이후부터 계속 휴게실에서 주무시던데.”

“비서님이 실수로라도 사장님 깨우면 죽여버리겠다고…….”

엎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이 들어서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그들은 퇴근 길에 한번 더 들려 보니, 아직도 그 자세 그대로 자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진짜 갑자기 왜 그러실 까?”

“난들 알아?”

두 사람은 아이리스와 인사를 나누고 컵 홀더와 빨대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부팀장은 커피를 한 입 마시고 최대리에게 건네 줬다.

회사를 나와 길을 조금 걷자, 앞서 가는 사람들 중 익숙한 뒷모습을 가진 누군가가 보였다.

최 대리는 그를 보고 부팀장을 툭툭 쳤다.

“야야, 저기 연우씨…….”

“연우씨?!”

부팀장은 그의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들어 앞에 가는 사람을 붙잡았다. 그 사람은 갑자기 팔이 붙잡히니, 당황하며 뒤를 돌아봤다.

“……엥?”

일단 붙잡아 보고 얼굴을 확인하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부팀장은 윤우의 얼굴을 한참 보다가 깨달았다.

최 대리는 어리둥절해 하는 부팀장의 눈치를 보다가 뒷말을 이었다.

“……의 친구 아니냐고.”

“아, 진짜! 연우씨인 줄 알았잖아!”

그리고 뒤늦게 윤우가 없어진 걸 알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오던 현도 마주쳤다.

평소에도 그리 알지 못한 네 명이 한번에 다 만나버렸다.

만나서 대화 한 것도 밖에서 우연히 연우와 놀던 것을 보고 인사를 나눈 게 다였다.

‘아니, 어떻게 한번 본 사람을, 그것도 뒷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거야?’

어색한 기류에 부팀장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윤우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았다.

부팀장은 연우와 헷갈려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부팀장과 최대리는 연우 본인은 아니지만, 그의 친구들이니 어쩌면 상황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윤우와 현에게 연우와 관련해서 묻고 싶은 말이 있다며 카페에서 잠시 대화를 나눌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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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회사 사장님이 요새 이상한데, 연우 형이랑 관련된 게 아니냐고요?”

윤우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 지 현과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게 왜 연우 형이랑 관련이…….”

일단 모르는 척을 해봤다.

“음? 어, 음…….”

부팀장도 그들의 대답에 당황했다.

왜 연우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건지, 그 이유에 대해서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그는 한번 더 곰곰이 생각했다.

‘그런데 둘이 사귀는 거 완전 비밀 아닌가? 이 두 학생은 알고 있으려나? 나 이거 말하면 안되는 거 아니야?’

부팀장이 끙끙대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윤우와 현도 마치 텔레파시가 통하듯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두 분은 이걸 어떻게 아신 거지……? 둘이 사귀는 거 완전 비밀 아니야? 내가 말해줘도 되는 거야?’

‘뭐하는 거야, 이 사람들…….’

최 대리만 쓸데없이 깊게 고민에 빠진 세 사람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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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27 22:45 | 조회 : 1,714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곧 3월이란 게 믿겨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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