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과연 그럴까

“병문안 같은 거 올 생각 말고 잠이나 자! 내 생각엔 오빠가 더 늦게 회복할 거 같으니까! 끊는다!”

아이리스는 연우의 대답을 듣고 곧바로 그리고 전화를 뚝 끊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민혁을 째려본 다음에 병실 문을 열었다. 병실은 1인실이었고, 아직 자고 있는 민운의 양 옆으로 강 비서와 디자인팀장이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아이리스는 쿵쾅거리며 안으로 들어가 강 비서 옆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그 뒤로 민혁이 문을 닫고 천천히 걸어오니, 아이리스는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너 연우 오빠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래?!”

“항상 궁금했던 건데 왜 연우는 ‘오빠’고 난 ‘야’인건데……? 심지어 민운도 가끔 오빠라고 불러주잖아.”

“조용히 좀…….”

강 비서가 머리를 짚으며 말하자, 아이리스는 그를 붙잡아 흔들어 대며 말했다.

“아니, 들어봐요! 방금 쟤가 연우 오빠한테 뭐랬는지 알아요? 왜 지 몸 관리 못해서 쓰러진 걸 가지고 연우오빠가 죄책감 들게 하는데?!”

“……우리 동생, 한국말 많이 늘었네…….”

“딴 소리 하지마! 연우 오빠 안 돌아오면 다 너 때문이야!”

“그래, 형님이 잘못하셨네.”

강 비서도 아이리스에겐 못 이기겠는지, 영혼 없는 목소리로 편을 들어줬다.

“아, 비서님도 그러깁니까?”

강 비서는 죽겠다는 표정으로 아웅다웅 싸우는 두 사람을 말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디자인 팀장이었다.

“……헤어졌어요?”

오래 전부터, 어쩌면 민혁보다도 먼저 민운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디자인 팀장은 그들이 시끄럽게 떠들어 대던 말로 자연스레 유추해보았다.

“아, 팀장님 모르세요? 한동안 좀비처럼 다니던 이유가 그거였는데.”

“어머, 진짜 헤어졌어요? 부팀장은 그냥 싸운 것 같다던데.”

“부팀장님이요? 그 분도 알아요?”

강 비서는 깜짝 놀라 물었다.

팀장도 그가 오해한 것을 보고 빨리 정정했다.

“아뇨, 그냥 절친한 사이가 깨진 걸로 아는 걸 거에요.”

“아, 놀래라. 칠칠 맞게 처신 못 한 줄 알았네.”

“아무튼 이걸 어쩐 다니…….”

팀장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앞으로 오늘 했던 회의만큼 바쁘고 중요한 일이 많을 텐데, 계속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것도 큰일이었다.

사장이 사사로운 감정때문에 일을 안 하는 건 절대 아니기 때문에 딱히 회사의 손실이 우려 된다기 보다, 그가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다가 건강에 이상이 생길 까 문제였다.

이번엔 단순한 과로와 몸살이지만, 다음에는 어떨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우는 어때요? 방금 통화 했잖아요.”

강 비서는 갑자기 생각이 났는 지, 고개를 홱 들어 민혁에게 물었다.

“똑같이 몸살 걸러서 고생 중이죠.”

“참나, 둘이 아주 찰떡궁합이네.”

너무 예상했던 대로라 놀랍지도 않은 것 같다.

아이리스는 연우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또 심술을 부렸다.

“아픈 사람한테 그런 말이나 하고, 성격 진짜 더러워.”

“어쩔 수 없잖아. 지금 연우의 행동이 정말 부질없는 행동인 것 같다고.”

이번엔 민혁도 지지 않았다.

동생에게 계속 욕만 먹고 있으니 억울해 보였다.

“오보일 지도 모르는 기사 하나 보고 바로 전화했으면서 헤어지긴 뭘 헤어져? 이 녀석이 헤어지자고 해도 연우가 매달릴 걸?”

인터넷 기사가 모두 사실인 것도 아닌데 그거 하나만 보고 고민도 않고 바로 연락을 취했다는 것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고 언젠가 정말 연락이 끊기게 되면 본인이 못 참고 나오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강 비서가 그의 말에 반박했다.

“……그런데 당신이 한가지 간과한 게 있어요.”

“네?”

“저도 대체로 동감하지만, 연우라고 그 생각을 안 해봤을 것 같아요?”

그는 연우도 이미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두 생각 해봤을 거라고 말했다.

아마 서로 멀어지게 되면 민운도 민운이지만, 자신도 매일 그리워서 힘들어할 걸 다 알면서도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연우는 정말 독하게 마음 먹은 거에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그게 최선일리가요! 그게 최선이면 세상에 커플들 다 멸종하겠다!”

“여기서 연우 사정 잘 아시는 분 계세요?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연우에게는 최선이에요. 저는 두 분보다 연우를 더 오랫동안 가까이서 봐왔습니다. 솔직히 지금의 연우도 기적이에요, 기적.”

확실히 다들 무슨 일이 있었다고만 알고 있지, 정확한 사정은 모르고 있다.

본인도, 민운도, 그 누구도 얘기를 해주지 않으니 말이다.

연우가 처음 민운을 따라 회사에 왔을 때부터 눈 여겨 보고 있던 디자인 팀장 또한 아마 이럴 것이다, 하고 추측만 할 뿐이었다.

강 비서는 과거의 연우를 생각해보면, 이제는 현재보다 그때의 모습이 더 어색하다고 한다.

이렇게 잘 웃고 사교성 좋은 애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완전히 반대의 모습이었다니, 이 부분에 대해선 연우에게 가장 큰 힘이 된 민운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다.

“연우는 민운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민운도 별 말 못하고 그냥 무작정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럼 이대로 끝이에요? 정말로?”

“자기가 한 선택이 틀렸다는 걸 알면 돌아오겠죠. 그런데 사실 저도 연우가 틀렸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망했네…….”

아이리스는 친 오빠들보다 더 좋은 연우를 더는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졌다.

“조금만 자존감이 높아지고 연애에 두려운 감정 같은 게 없어져야 다시 만나지 않을 까 싶은데, 그런 날이 오냐 이 말이죠.”

7
이번 화 신고 2018-05-11 23:05 | 조회 : 1,541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요즘 거의 한달에 한 개씩 올리는 것 같은 기분은 착각이겠죠?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