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아니야!

“헐.”

어느 학내식당 안이다.

아직 점심시간이 되려면 조금 멀었지만, 12시에 수업이 있어 조금 일찍 점심을 먹어야 하는 학생들이 모여들어서 식당은 북적거렸다.

이준도 그 중에 한 명이었다.

그는 같은 과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의 친구는 핸드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헐, 하고 짤막한 한마디와 함께 불신의 눈초리로 핸드폰을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숟가락을 식탁에 내려놓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이준을 봤다.

“왜?”

“야, 네가 있었던 회사 사장……응급실 실려갔다던데?”

“뭐어?”

“아니, 진짜로.”

친구는 이준에게 자신이 보던 기사를 보여줬다.

이준은 눈을 찌푸리며 기사를 천천히 읽었다.

기사의 내용은 이러했다.

나래 기업의 백민운 사장이 11시 경에 회사에서 돌연 정신을 잃고 쓰러져 구급차로 근처 대학 병원에 실려갔다는 것이다.

아직 정확한 쓰러진 원인은 밝히는 중이라고 한다.

“헐……오보 아니야?”

“진짜 같은데? 어? 야야, 우리랑 동갑이래! 신기하다.”

친구는 기사에 간단히 적힌 민운의 신상을 보고 깜짝 놀라 오두방정을 떨었다.

이준은 자신이 직접 대면한 사장의 모습을 회상했다.

키도 크고, 아주 건장한 체격에 감기 같은 건 절대 안 걸릴 것 같은 사람이었는데 오랜만에 들려온 소식이 쓰러졌다는 것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젊은 사장이 왜 쓰러졌을 까?”

“글……쎄…….”

불현듯 연우가 생각났다.

두 사람이 꽤 친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는 지금쯤 연우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수업을 듣고 있을 지 소식을 듣자 마자 병문안을 갔을 지 궁금했다.

-----

‘받아, 제발…….’

연우는 수업도 병문안도 가지 않았다.

몸살에 걸려 어디 오도가도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다.

연우는 두툼한 이불을 덮은 채, 안절부절 못하며 민운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그도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접한 것 같다.

연결음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연우는 속이 더 타 들어갔다.

“……여보세요?”

드디어 연결이 되자 연우는 순간 기뻐했으나, 목소리를 듣고는 금방 또 기운이 쭉 빠졌다.

“아, 민혁이 형이구나…….”

“뭐야, 실망했어?”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런데 목소리가 조금 잠겼네?”

“네, 감기몸살 걸려서요. 아무튼 지금 기사 뜬 거 사실이에요? 민운은 괜찮아요?”

민혁은 닫혀 있는 병실 문을 보면서 뜸을 들였다.

연우의 긴장한 심장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어쩔 까 고민하다가 아이리스와 눈이 마주치자, 사실대로 말했다.

“당연하지, 얜 체력 빼고 시체야. 며칠 입원은 해야 할 것 같지만.”

“네? 왜요?”

“너무 과로했고, 그 몸으로 대체 뭘 한 건지 몸살까지 얻어 걸려서 몸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대.”

민혁이 무언 가를 의도한 말을 하자, 아이리스는 살벌한 눈으로 민혁을 째려봤다. 민혁은 재미있다는 듯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리스는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민혁의 팔을 꽉 잡고 손을 뻗었다.

연우는 민운이 몸살에 걸렸다는 말에 표정이 안 좋아졌다.

가슴도 저리 듯 아팠다.

어차피 붙잡힐 거 왜 뛰었는 지에서부터 그날 하필 무엇에 이끌려서 부모님의 만류에도 밖으로 나간 건지 까지 후회했다.

“아니야!!”

그때 핸드폰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연우는 깜짝 놀라 핸드폰을 귀에서 멀리 떨어뜨렸다.

“저 새끼가 그냥 일하는데 강박증이 심해서 그런 거야! 오빠랑 관련 없어!”

다시 핸드폰을 천천히 귀에 갖다 대어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이리스인 것 같다.

“민예……?”

“얘가 한 말도 믿지마! 입원 시킨 건 비서 오빠가 노발대발해서 강제로 시킨 거고 걔 완전 멀쩡해!”

“아…….”

“지가 지 몸 상태 알면서도 미련하게 비 맞은 거니까 오빠가 미안해 할 필요 없다고, 알았어?”

연우는 아이리스가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말을 해주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왠지 엄청 화가 난 말투였지만, 그래도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알았냐고!!”

“아, 알았어…….”

연우는 또 한번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대답해버렸다.

“그럼 병문안 같은 거 올 생각 말고 잠이나 자! 내 생각엔 오빠가 더 늦게 회복할 거 같으니까.”

“응…….”

“끊는다!”

그리고 곧바로 전화가 뚝 끊겼다.

9
이번 화 신고 2018-04-19 22:43 | 조회 : 1,625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ㅎㅎ....정신차려 보니 한달이 지나있었다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