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왔지.."
텅 빈 이선의 자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지각할 사람이 아니었고, 우연을 혼자둘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그게 시작이었다.
끔찍한 악몽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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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우연, 나와봐라"
그토록 무뚝뚝하던 선생님이 슬픈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수업하던 중,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얼른 가 봐"
사고회로가 멈춘 것만 같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 몇번이고 부정했는데 말이다.
"네...?"
현실은 변함이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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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몇 시간째 이러고 있는 걸까. 자정이 넘은 시각, 장례식장에 남아있는 건 나 밖에 없었다.
"갑자기...뭘까..."
하나도 이해 되지 않았다. 그저, 살아있기에 살아있을 뿐.
"우연아..."
"선생님..."
내 담당 의사, 서준이었다.
"왜, 갑자기... 뭐 아는 거 없으세요?"
"이런 말은 그렇지만....."
그는 말을 아끼려고 했다. 재촉한 건 나였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너희 부모님은 살해되셨어"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했다.
"누가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윤...이선"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아, 그래 어쩌면 나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을 지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나는...
"그를 원망하는 수 밖에 없었으니까, 원망한거야"
"변명이지,"
내 안의 내가 싸웠다. 그를 원망하느냐, 그를... 사랑하느냐.
-
이선은 재판에 회부 되었고, 오갈 데 없던 나는 그대로 선생님의 집에 눌러앉았다.
"이거, 죄송해서..."
"아냐! 내가 원한 거 였는데"
그는 변했다고 생각했다. 이선이는 더 이상 내가 알던 그가 아니라고, 그렇기에 나는 그를 원망했지.
"맞아, 그는 변했어"
뚜벅뚜벅, 서준이 다가온다. 싫어, 싫다고.
"윤 이선은 변했어"
아니야, 변한 건 너였어.
"난 변하지 않았어. 난 원래부터 이랬거든"
사악한 웃음, 그때의 나는 왜 몰랐을까.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너를 용서할텐데."
-
"지금도 그대로네, 너는"
나는, 이렇게 변했는데.
잘그락-잘그락- 걸을 때마다 쇠들이 부딪혀 울렸다. 문은 잠겨있어 나갈 수가 없고, 목에 찬 목걸이는 갑갑했고, 갇혀 있어 귀로만 겨우 들을 수 있는 너의 목소리는 구원이었다.
"사랑해...윤 이선..."
눈물이 흘렀다. 그를 사랑했기에 흘릴 수 있는 눈물. 더럽혀진 나는 다가갈 수 없다는 슬픔의 눈물. 그를 원망했다는 죄책감의 눈물.
잘 가,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