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번째 이야기. 검은 그림자

우리집은 예전에는 되게 활기차고 어디서나 있을 법한 그림같은 집이었어.

아빠는 평범한 회사원, 엄마도 회사원, 그리고 나는 그땐 아직 초등학생 이었을 때야.

나는 항상 철없어서 군것질을 자주했고, 그걸 말릴 부모님도 없었어.

엄마아빤 항상 야근이셨거든.

그러다 어느날 아빠와 엄마가 동시에 휴가를 냈어.

그 이유는...

"괌이요? 시간은 어떻게 나셔서;; 저 학교는 어떻게 할려구요?"

"회사는 휴가 냈고, 학교에는 엄마가 선생님께 미리 말해놨어. 나중에 체험활동 종이만 내면 될거야."

"에휴..저 진도는 어찌하시려고."

"니 친구 유진이 있지? 이미 그 애한테 필기 부탁해 놨단다~!"

이미 부모님이 막무가내로 진행해 버린 일은 내가 어찌 할 수 없다는걸 알고는 한숨을 내쉬었어.

이렇게 된 이상 여행이라도 제대로 즐겨보고자 했지.

그런데 일이 벌어졌어.

호텔 프론트에 가자 예약이 취소되어 있던거야.

"예? 예약이 안 잡혀 있다구요? 분명 저번주부터 예약을 한걸로 아는데요;; 어떻게 좀 안되겠습니까..?"

아빠가 통 사정을 해도 안 들어주는 듯한 투였어. 이대로 여행을 공치나 싶었지.

아빠가 하도 사정을 하자 딱해 보였는지 호텔 프론트 직원이 말했어.

여기서 아래쪽으로 쭉 내려가다보면 사우스민박집이 있을 거에요. 그 집은 손님이 얼마 없는걸로 아니 그쪽으로 내려가 보세요. "

이 말만을 남기고는 호텔직원은 유유히 그 자리에 서있었어.

아빠는 자존심도 안 상하셨는지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라고 하고는, 그 민박집을 향해 가셨어.

진짜로 한참 빙 둘러서 아래쪽으로 쭉 가다보니 간판이 필기체로 휘날려쓴 허름한 민박집이 하나 보였어.

정말 낡은 일반 가정집이라고 생각해도 좋을만큼 허름한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놀러온듯한 분위기에 난 말을 놓아버렸어.

"아빠.. 여기가 우리가 묵을 곳이에요?"

그래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어.

뭔가 캄캄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불길한 오오라가 감싸고 있는것만 같았어.

그래도 묵을 곳은 여기밖에 없었기에 아빠는 똑똑 문을 두드렸지.

"저기요~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대답이 없자 아빠는 혹시 이 집이 아닌가.. 하고 간판을 들여다 봤지만, 아무리봐도 이 집이 맞는것 같은거야.

아빠는 실례를 무릅쓰고 더 큰 목소리로 한 번 더! 외쳤어.

"저기요~ 아무도 안 계세요~!? 이 집에서 몇 일 묵을려고 찾아왔는데요~!"

그제서야 스르륵 미닫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늙은 할아버지가 나왔어.

"아이구.. 손님이 오신줄도 모르고 깜빡 잠들어 버렸네.. 미안허이..젊은이. 찾는 방 있으신가?"

고유 태국어를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빠는 유연하게 대처했어.

"네. 딸아이랑 저희 가족이 쓸 방을 구하는데요, 마땅한 방이 없을까요?"

할아버지는 홀홀 웃으시며 고유 태국어로 말씀하셨어.

"흘흘. 잠시만 기다려 보시게. 윗방에 그쪽이 쓸 방이 있을걸세. 내가 하두 청소를 안 해놔서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나..?"

할아버지의 늙은 목소리에서는 쇳소리가 섞여있었고, 등은 꼽추로 휘어졌으나, 아버지는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천천히 하세요. 어르신." 이라며 깍듯이 공손하게 굴었다.

그리고 1 시간뒤, 할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셨어.

"그럼 편히 쉬다 가시게"

라고 말씀하시고는 할아버지는 방으로 들어가셨지.

그 후, 방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우리가족은 안심하고, 방에 들어가 쉬었어.

그리고 난 여행지에 온 설렘으로 잠이 오지 않았어. 방에는 달빛이 스며들고 있었고, 난 잠이 오지 않아, 물을 마시러 1층에 내려갔지. 끼익- 끼익- 낡은 소리가 마룻바닥을 울렸어,

그리고 그만 보고 만거야. 사람모양의 검은 그림자가 벽을 통과하며 다니고 있었어.

난 보지 말아야 할것을 본것만 같았어.

검은그림자는 부엌을 통과하다 날 본것인지, 내 쪽으로 손을 뻗으며 다가왔어.

난 소름끼쳐서 우리가 묵고 있는 2층 방으로 곧바로 뛰어 올라왔어.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엄마아빠를 불렀어.

검은 그림자는 우리가 있는 2층으로 올라오고 있었어.

터벅터벅- 끼익끼익 하는 소리가 2층의 낡은 계단을 통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지.

난 숨을 죽였어. 무슨 소리만 뱉으면 곧바로 끌려갈 것 같았기에.

그만... 숨을 죽이다 죽이다 참았어.

방문이 달칵- 소리를 내며 열렸고, 그 검은 그림자가 들어왔어. 그리고는 주위를 살폈지.

엄마아빠가 옆에서 자고계셨어. 난 엄마한테 더욱 꼭~붙으며, 숨을 죽였지.

엄마의 숨소리가 고스란히 들렸지만, 난 그런걸 느낄 여념이 없었어.

그리고, 검은 그림자가 이불을 살짝 들춰보기 시작하자 난 아기처럼 웅크리며, 최대한 몸을 낮췄어.

그리고 그 그림자가 엄마아빠를 훑어보고 스르륵 나갔지.

난 그 그림자가 나가자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어.

괌은 여름이라 벌써 날이 샌거야. 새벽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비치자, 난 안심하고, 잠이 들었어.

내가 점심때가 되어 일어나자, 난 곧바로 엄마아빠한테 달려가서 다른 지역으로 놀러가보자고, 엄마아빠를 설득했어.

그러자 엄마아빠는 다행히도 내말을 들어주셨어.

그래서 몇 시간후 다른 해변에서 실컷 놀고 근처 호텔에 방이 있나 본 다음에 곧 바로 그 곳으로 옮겼지.

할아버지는 서운해 하셨지만, 우린 어쩔 수 없다는듯 말하고는 바로 민박 비용을 내고는 나왔어.

그렇게 내 이야기는 끝이야.

애들은 한동안 덤덤하게 말하는 지은을 보고 믿기 어려웠지만, 말은 없었어.

하는 수 없이 궁금증을 안은채로 애들은 반장에게 물었지.

"반장~ 다음 사람은 누구야?"

"김미영. 자. 이제 시작해봐."

"알았어. 내 이야기는 작년에 돌아오신 우리 아버지 얘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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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12 00:54 | 조회 : 1,533 목록
작가의 말
Realnight

인터넷이 끊겨서 늦었어요..ㅠㅠ 뎨둉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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