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1)-기묘한 이야기(완)

자기차례가 끝난 반장이 다음 차례를 선고했다.

"홍..은하?"

기운 없는 듯한 아이의 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나야..."

반장이 의외인듯 동공이 확장되었다.

"네가 왠일로 학교에 나와서 떠들기까지 했어..? 와.."

반 애들도 놀랐다.

그 애는 몸이 약해서 일년에 학교에 나오는 횟수가 많지 않은걸로 기억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떠들었다고?

반장은 믿기지가 않는듯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래. 네가 해봐. 대신 너무 무리하지 말고. 무리할것 같으면 언제든 얘기해. "

은하가 후후웃으며 말했다.

"후후...괜찮아... 난 오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컨디션이 좋거든..."

"그럼 내 이야기 시작할게...이건 내가 병실에서 친해진 어떤아이의 이야기야."

[열네번째 이야기 - 사슬 上]

내가 중학생 때부터 병실에 같이 입원해온 한 아이가 있었어...

그 아이는 항상 내가 입원하면 같이 입원했지만, 퇴원은... 나보다 3일은 더 늦어졌고, 퇴원하더라도 나와 같이 들어오는 그런 아이였어.

그 애 에게도 꿈이 딱 하나 있었지.

"있잖아~ 병실을 나가서 딱 3일동안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 해변이나 바닷가도 거닐면서 부드러운 모래사장에서 파도와 바닷바람을 쐬는거야.

해가 지고 밤이되면 그 바닷가 근처에서 야영을 하면서 별 하나, 별 둘, 세어보는거지. 그러면 꽤나 낭만적일거 같지 않아?"

난 그 애가 가지고 있는 하와이나 괌같은 관광지 가이드를 보면서 둘이 다 나으면 언젠가 같이 그 여행지에 같이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어.

그러나... 그 애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삐이- 삐이- 응급환자 특유의 위급상황 벨이 울렸어. 그 애의 심박수가 갑자기 저하되기 시작했지.

거짓말같이 판도가 바뀌어 버린거야. 잠시 의사들이 저녁먹으러 간 사이에 말이야.

하필이면 그 날은 한달에 한 번 있는 응급실 회식날이었어.

그렇게 그 애는 숨을 거두고 만거지.

의사들이 왔지만 때는 이미 늦었어.

응급벨을 받고 도착한 곳에는 그 아이가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숨져있었거든.

그렇게 나는 울었지만, 난 그 다음날 나아있었어.

그래서 오늘 학교에 나올 수 있던거야.

마치 그 애의 마지막 생명력을 내가 앗아간듯이 싹 나아버린거야.

난 슬펐지만 수능도 얼마 안 남았기에 학교에 나왔어.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질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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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애들은 잠시 아무말이 없었다.

누군가가 훌쩍이는 소리가 살짝 들렸던것도 같았다.

그것은 곧 침묵속에 녹아들었지만.

친한 친구가 죽는 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기억난 탓이다.

만약 내가 자고 일어난 사이 친한 친구 혹은 베프가 죽어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슬픔은 없을 것이다.

반 애들 모두가 그리 생각했다.

얼마간 침묵 후 반장이 말했다.

"그럼 우승자가 누군지는 이미 판가름났네."

반 애들이 침묵 하는 것을 반장은 동의로 알았다.

"우승자 홍은아. 내일 학교 나오면 특별한 우승자 상품을 줄게.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없거든."

은하가 어둠속에서 살포시 웃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괜찮아.. 난 너희들의 이야기를 듣는것 만으로도 재밌었거든. 너희도... 그렇지 않니?"

반 애들이 전원 동의하는듯 전부 한마디씩 보탰다.

"그렇지. 너희들은 모두 안 그랬냐?"

"당연히 재밌었지. 다들 그런 사연과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품고 있었을줄은 누가 알았겠냐? 안 그래?"

"하긴 이번 일만 아니었다면 아무도 몰랐을 거야. 그럼 천둥 번개한테 고마워 해야겠네~ 우릴 돈독하게 만들어준 거니까 말이야~크큭!"

다른 아이들이 한마디씩 동조의 말을 보태자 다 각자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하면서 교실은 어둠속에서도 금새 활기를 되찾았다.

그러던 와중에 불이 깜빡깜빡 거리며 켜졌다.

곧 얼마안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10분이 채 안되 나타난 선생님 때문이다.

"그만 좀 떠들어라! 인석들아! 내일모래면 수능인것들이 다 떠들고 자빠졌으면 공부는 언제할래?!"

교실은 원래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감추고 다시 집중모드에 들어갔다.

수능이 진짜 며칠 안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와중에도 가끔 아이들은 앉은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엔 어느곳에도 은영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하는 아이들의 무서운 이야기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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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1-12 13:02 | 조회 : 1,676 목록
작가의 말
Realnight

다들 수능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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