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난 당당하다



"에구, 너가 전학생이구나! 껄껄껄, 나는 1반 부담임이란다."

"네, 안녕하세요. 최시현이에요."



나는 속으로 눈물을 머금고 부담임에게 갔다. 부담임은 언제 한진우를 매섭게 혼냈냐는 듯 나에게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그나저나 저 맨질거리고 번쩍거리는 이마와 가발이라도 썼는지 매우 부자연스러운 머리. 거기다 저 돼지만한 덩치!

아무리 내가 쟤를 저렇게 만들었어도 실제로 보니까 정말이지.. 무튼 속이 훤히 보이는 저 더러운 미소, 매우 불쾌하지만 예의상 인사라도 해줘야겠지..



"허허, 그러고보니 분명 8시까지였던 것 같은데, 왜 늦은거니?"

"..늦잠 자서요."

"푸흡-"



당당한 내 대답에 옆에 있던 한진우는 웃음을 터뜨리곤 고개를 숙이며 어깨를 들썩였다. 욘석아, 그냥 대놓고 웃지 그러냐?, 라는 말은 차마 밖으로 내뱉어지지 않았다. 부담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늦었다는 거 알고 있었니..?"

"네, 뭐.. 그렇죠."

"근데 그걸 알고도 급하게 와야된다는 생각은 못한거야...?"

"늦은 김에 여유롭게 늦게 가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딱히.."

"푸핫, 푸하핰-!"



이놈아 숨은 쉬고 웃어라.
한진우는 내 말에 결국 소리내어 웃었고, 잠시 선생님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부담임은 이 말에 더 당황하셨는지 말을 잇지 못한 채 어버버거리고 계셨다.



"얼른 수업이나 들어가죠, 선생님."

"..어? 어, 응.."



부담임은 내 말에 정신차린 듯 말을 더듬으며 급하게 대답했다. 나와 한진우는 부담임의 뒤를 따라 1반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한진우는 나에게만 들릴 소리로 속닥거렸다.



"야, 너 존나 재밌다. 크큭, 방금 저 돼지선생 얼굴이 얼마나 웃겼는데-"

"니 웃기라고 한 거 아니다."


그러냐. 아, 잠만. 나 지금 생각과 말이 뒤바뀐 것 같은데.



"크크큭, 너 졸라 재밌네. 같은반 친구로서 잘 부탁한다."

"내가 너랑 왜 친구냐?"



망할 내 입아, 제발 입 좀 다물어주라. 내가 꿈꾸던 시현이의 행복한 스쿨라이프는 한진우한테 찍힘으로써 끝이 나는건가.. 크흡.

한진우는 내 말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는 이내 가늘게 떴다.



"너, 많이 튕기는구나-? 좋아, 마음에 들었어."



뭐가 어쩌고 저째? 튕긴다니..?
부담임은 우리의 잡담이 조금씩 들리는지 우리쪽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왠지 한진우보다 나를 더 많이 쳐다보는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지, 뭐. 기분탓이길 바란다..

교실 앞으로 오자, 부담임이 담임을 부르며 전학생이 이제 왔고 한진우는 또 늦었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모두 주목! 수업 도중이지만, 사정이 있던지라 전학생이 이제 왔다."



헷, 딱히 별 사정은 없었습니다만.

이런 내 생각을 모르는지 담임은 압도적이면서도 멋진 카리스마를 더해 아이들에게 말을 전했다.

크으- 내가 이 학교 통틀어서 선생님들 중에 1반 담임을 제일 잘생기고, 멋진 카리스마와 겸해 시크하지만 좋은 성격을 지니게 만들었지.

비밀이 있다면 이 선생님은 게이랄까나. 힛. 비록 남주는 아니었지만, 이 선생님이 제일 먼저 시현이의 속을 눈치챘지..


이제부터 조용하고 평범하게 친구들 사귀고 잘 지내자. 고로 착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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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11 17:43 | 조회 : 10,741 목록
작가의 말
온씌

헿헹 내설빙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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